편파방송(임흥수, 장편소설)

23. 국어 시간에 생긴 일

madangsoi 2014. 8. 8. 17:54

“유아들이 잘 추지 못하는 춤은?”

“막춤이요!”

“엉거주춤?”

“셔플댄스요!”

디스코, 힙합, 밸리댄스, 댄스 스포츠, 등등의 다양한 답이 나왔다. 아예 답을 빨리 알려 달라는 성질 급한 학생도 있었다.

“우선멈춤!”

뭐야? 하는 어색한 반응과 함께 성인 주부반 특유의 반응을 보인다. 만학의 늦깎이 학생들은 정말로 웃음이 많아서 좋다. 알아도 웃고, 몰라도 웃는다. 웃지 않을 때가 있다. 그건 시험 볼 때다. 웃음기 없는 그 모습은 핏기 없는 강시를 닮았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아예 답을 가르쳐 주지 않으면 문제 풀이 자체를 못한다. 그것은 그들의 능력 탓이 아니라 세월의 탓이고 아주 오랫동안 학교 시험이라는 것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낯섦일 뿐이다.

“꽃봉우리? 맞는 표현인가요?”

“네!”

몇몇이 틀렸다는 반응을 보인다.

“꽃은 작은 느낌의 봉오리를 씁니다. 봉우리는 산봉우리처럼 어감이 큰 어휘와 함께 쓰입니다. 아시겠죠?”

 

(1, 주관식 1) 다음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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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다. 이게 니 아부지의 시체다. 똑똑히 보았제? 앞으로는 절대 니 아부지를 찾아서는 안 된다. 알겠제?”

이모부는 말한다. 그러고는 내 손을 놓고 가마니를 훌쩍 뒤집는다. ㉡아, 나는 볼 수 있었다. 달빛 아래 희미하게 드러나는 아버지의 처참한 얼굴을. 반쯤은 피에 가려 있고 나머지 부분은 하얗게 바래 버린 찌그러진 얼굴, 죽은 아버지의 눈은 부릅뜨고 있었다. 턱은 퉁퉁 부어 있고, 입은 커다랗게 벌어져 있었다. 아버지가 저렇게 되다니. 나는 믿을 수가 없다. 아버지가 아닌, 다른 사람인 것만 같다.

- 김원일, [어둠의 혼]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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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글에서 밑줄 친 ㉡에 쓰인 소설의 서술 방법은 그림을 그리듯이 사실적 표현을 통해 생동감을 부여하고 있다. 다음 소설의 서술 방법 중 이에 해당하는 것은?(2.8점)

① 서사

② 설명

③ 묘사

④ 대화

⑤ 표현

 

정답은 ③ 묘사.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소금을 뿌려 놓은 듯한 메밀밭은 짐승의 숨소리를 느낄 만큼 그 묘사가 탁월하다고 하지 않는가.

 

주관식 1. 위 글에서 밑줄 친 ㉠처럼 말한 이유가 있다. ‘한국전쟁(6.25사변) 전후’라는 사회적 상황을 고려하여 20자 내외로 약술하시오.(4.0점)

 

정답은 ‘아버지께서 사회주의 사상을 신봉하다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남북 분단으로 인한 좌우익의 대립은 연좌제로 이어진다. 아버지 없이 성장해야하는 서술자인 내게 사회주의 사상을 가졌던 아버지는 더 이상 기억해선 안 될 존재이기 때문이다.

 

(2-3) 다음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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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보카노프스키 씨 법에 따라 키우면 난자는 싹이 트고 수가 늘고 분열한다. 한 개의 난자가 여덟 개에서 아흔여섯 개까지의 배아(胚芽)로 되며, 배아는 제각기 완전한 태아가 되고 마침내는 어른이 된다.(중략)지난 시대에 모체에서 우연히 분열하여 이루어지는 보잘 것 없는 두 쌍이나 세 ㉠쌍둥이와는 달리 한꺼번에 몇 십 개씩 닮은 쌍둥이가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학생 중의 하나가 어리석게도 이것의 장점이 무엇이냐고 질문을 던졌다. 국장이 날카롭게 학생을 돌아보았다.

“자넨 그걸 모르겠나?”

그는 손을 높이 들었다. 그의 표정은 엄숙하였다.

“보카노프스키 씨 법은 사회 안정의 중요한 수단의 하나란 말이야.”

표준형의 성인 남자와 여자, 한결같이 똑같은 무리. 작은 공장들이 단 한 개의 보카노프스키 씨 법 난자가 생산한 인간들에 의해서 관리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지구상의 공통 표어를 인용하면서 말하였다.

㉡공유, 균등, 안정! 만약 우리가 무한정 보카노프스키 씨 법을 실천한다면 모든 문제는 저절로 해결되고 말 것입니다.”

- 헉슬리, [멋진 신세계]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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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 글의 밑줄 친 ㉠과 같은 음운 현상이 보이는 것은 무엇인가?(2.8점)

① 두호가 깡충깡충 뛰어서 고개를 뛰어 넘어갔다.

② 떡이 말랑말랑하게 잘도 익은 것이 참 맛있다.

③ 사노라면 언젠간 성빈 삼촌(三寸) 덕을 볼 때도 있다.

④ 좋은 일보다 흉사에 부조(扶助)를 해야 하는 법이다.

⑤ 용민이 주먹을 날렸으나 민욱은 가볍게 막았다.

 

정답 ① 두호가 깡충깡충 뛰어서 고개를 뛰어 넘어갔다. 깡충깡충은 모음조화 현상이 파괴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즉 양성모음(ㅏ, ㅑ, ㅗ, ㅛ)은 양성모음끼리, 음성모음(ㅓ, ㅕ, ㅜ, ㅠ, ㅡ, ㅣ)끼리 어울리려는 현상의 파괴된 평태를 말한다. 15C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는 거의 완벽하게 지켜졌으며, ㅣ모음은 중성모음으로 간주되었으나 현재는 음성모음으로 분류하고 있다. 현재는 의성어(擬聲語), 의태어(擬態語), 과거시제선어말어미(-았, -었)의 형태만 남아 있다. 한자의 어원이 분명한 경우인 삼촌(三寸), 부조(扶助), 사돈(査頓)이 표준어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3. 위 글은 ‘기계 문명의 문제점을 인간의 소외라는 상황으로 인식’하여 기계문명의 모순을 고발하고 있다고 했을 때. 밑줄 친 ㉡은 전체 문맥상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가?(4.0점)

① 자율

② 통제

③ 자유

④ 평등

⑤ 분배

 

정답 ② 통제. 몰개성적이고 비저항적인 단세포 인간을 만들어내서 맹목적으로 통제당하는 인간상을 만들어 인간을 자유로이 조정하고 조절하고 싶은 독재자들의 비인간적인 통제와 기계문명으로 인한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진 로봇과 컴퓨터가 예상치 못한 진화를 거쳐 인간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는 작품이다. 헉슬리 원작의 영화 [아일랜드]를 감상함으로서 이 작품의 숨은 메시지를 더욱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알듯 말듯 웃음기가 싹 가신 학생들 사이로 몇몇은 열심히 노트 필기를 하고 있다. 이해한 학생보다 그렇지 못한 학생이 더 많음을 알고 있다. 보다 쉽게 가르쳐주려고 노력을 한다. 하지만 나는 만학도들을 존경한다. 그들은 거짓되지 않아서 좋다. 사회성이 뛰어난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줄 수 있는 문제를 내 준다. 자잘한 설명을 덧붙이면 그들은 정말 잘도 답을 맞힌다. 기억이 오래 가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하면 서로가 좋은, 훌륭한 파트너가 되는 것이다. 그들 머릿속의 지우개가 사랑스러운 이유다.

 

 

 

(4-5) 다음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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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새끼들, 공부하는 거 봐라. 공부하지 말라니까? 어차피 세상은 특별한 놈 두어 명이 끌고 가는 거야. 고 두어 명 빼고 나머지는 그저 인구수 채우는 기능밖에 없어. 니들은 벌써 그 기능 다했다고.”

 

나를 아는 몇몇 사람들은 나를 싸움꾼이라고 한다.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싸움꾼이 아니다. 누가 나를 아는 게 싫어서 눈에 팍 띄는 싸움질은 되도록 피했다. 단지 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놀린 놈들만 두들겨 팼다. 아버지를 사랑한다는 낯간지러운 이유로 팬 건 아니다. 쪽팔리고 열 받아서 팼다. ㉠진짜 난쟁이인 아버지를 놀렸든 그 핑계로 나를 놀렸든.

 

“방학 끝나면 곧 2학년인데, 그때 후회하지 말고 이번 방학 때 실컷 놀아라. 잘 노는 놈들이 뭐를 해도 잘해. 침이나 틱틱 뱉고 화장실에서 좆나게 담배 피워대는 놈들 말고. 이상!”

 

“제…… 어머니십니다.”

목에 콱 박혀서 나오지 않는 말을 가래 뱉듯이 힘들게 했다. 막힌 가래를 뱉으면 이렇게 시원하다. 그분이, 아니 어머니가 갑자기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완득이가 어머니를 닮아 인물이 좋구만. 근데 저쪽 사람같어?”

㉡언젠가 신발 가게 아주머니도 저쪽 사람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온 사람들에게는 저쪽이라는 표현을 쓸까?

“우리 서로 인정하고 살자.” / “뭘 인정해요?” /

“너는 내 춤을 인정해주고, 나는 네 운동을 인정해주고. 우리 몸이 그것밖에는 못하는 모양이다.”

아버지는 더 이상 킥복싱을 반대하지 않겠다는 말을 이렇게 했다. 저 얘기를 하려고 죽은 영감까지 들먹이며 폼을 잡았나. 하긴 그렇게 반대를 했으니…….

- 김려령, [완득이]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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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위 글 ㈏의 밑줄 친 ㉠에서 아버지는 ‘난쟁이’, ㈑ 밑줄 친 ㉡의 어머니는 ‘베트남’인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소시민의 문제는 ‘난쟁이’로 다루었다고 할 때, 어머니를 ‘동남아시아’인으로 설정한 이유를 바르게 이해한 학생은 누구인가?(2.0점)

① 혜나 : 우리의 문화상대주의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② 나운 : 우리의 문화사대주의를 책망하고 있다.

③ 소진 : 우리의 다문화중심주의를 질책하고 있다.

④ 보람 : 우리의 문화제국주의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⑤ 하늘 : 우리의 순수혈통주의에 대해 비난하고 있다.

 

정답 ⑤ 하늘 : 우리 민족의 순수혈통주의에 대해 비난하고 있다. 단군의 자손, 백의민족 등으로 교육받아온 우리들에게 최근의 ‘다문화 가정’이라는 단어는 어색할 수밖에 없다. 영화 [완득이]에서 엄마 역을 맡아서 열연했던 이자스민 씨가 새누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되면서 겪었던 일련의 수난도 이와 유사하다고 하겠다. 우리는 순수혈통주의를 극복하고 다문화중심주의와 문화상대주의를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고령화, 저출산 시대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20-50클럽(1인당 GNP 20,000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의 국가를 지칭하는 어휘. 강대국의 척도가 된다고 한다. 일본(1987년), 미국(1988년), 프랑스·이탈리아(1990년), 독일(1991년), 영국(1996년) 등 6개국이 ‘20-50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영국 이후 16년 만에 대한민국이 세계 일곱 번째로 ‘20-50 클럽’ 가입국으로 자랑스럽게 탄생하였다.) 국가의 당당함으로 서서, 세계 초일류 국가로 나아감과 동시에 다문화국가로서의 위상과 아량을 확보해야할 것이다.

 

5. 문맥상 위 글 ㈎의 밑줄 친 ㉮에서 담임선생님인 ‘똥주’의 대화법에서 찾을 수 있는 수사법은?(1.6점)

① 의인법② 직유법③ 역설법

④ 반어법⑤ 의인법

 

정답 ④ 반어법. 담임선생님인 동주는 학급 학생들에게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을 통해 실력을 쌓을 것을 반어적인 수사를 통해 역설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청소년기의 학생들은 이런 표현이 익숙해져 있어서 동주가 기대하는 방향으로 이해하는 학생보다 담임선생님의 말씀 그대로 이해하는 학생이 많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6-7) 다음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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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달라졌다/ 저항은 영원히 우리들의 몫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가진 자들이 저항을 하고 있다/ 세상이 많이 달라져서/ 저항은 어떤 이들에겐 밥이 되었고/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권력이 되었지만/ 우리 같은 얼간이들은 저항마저 빼앗겼다/ 세상은 확실히 달라졌다. / ㉠이제는 벗들도 말수가 적어졌고/ 개들이 ㉡뼈다귀를 물고 나무 그늘로 사라진/ 뜨거운 여름 낮의 한때처럼/ 세상은 한결 고요해졌다.

- 정희성, [세상이 달라졌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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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에서 밑줄 친 ㉡의 의미를 이 시의 비판성에 맞추었을 때, 가장 유사하게 해석이 가능한 어휘는?(2.0점)

① 밥

② 얼간이

③ 가진 자

④ 저항

⑤ 여름

 

정답 ④ 저항. 저항마저도 밥, 권력에 빼앗겨버린, 뼈다귀를 빼앗긴 개처럼 되어버린 현대인들의 삶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7. ㈎에서 밑줄 친 ㉠에서 ‘벗들이 말 수가 적어진 이유’를 다음 [보기]와 같이 설명할 때 밑줄 친 ㉮는 무엇인가?(2.0점)

―――――――――――――――――――[보기]―――――――――――――――――――

저항을 하던 사람들이 권력을 가지게 되면서, 그들의 친구들을 권력이나 밥으로 보상을 해주게 되면서, 오히려 권력과 밥을 가진 자들이, 시민단체라는 이름으로 저항을 하게 되면서, 우리 같은 얼간이들, 즉 들은 예전처럼 저항의 자유, 저항의 자격마저 빼앗겼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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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정부

② 국사

③ 시민

④ 이익단체

⑤ 기업

 

정답 ③ 시민. 6번 문제 풀이 참고.

점심을 먹고 나서 그런지 5교시 교실은 졸린 눈들로 가득하다. 이럴 때는 자게 해주거나 아니면 신나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 그래서 수업을 잠시 접는다. 금강산도 식후경이요 수업도 잠과 이별을 한 후에 하는 게 순서다.

채소나라가 있었다. 콩나물과 무가 오랜만에 만났다. 심심하던 콩나물이 자신의 길고 가는 다리를 자랑하려고 무에게 달리기 시합을 제안했다. 심판은 당근이 하기로 했다. 100M 달리기 시합이 시작되었다. 콩나물이 롱다리를 이용해서 앞서나갔다. 하지만 결과는 무의 승리. 무가 달리다가 넘어져서 그대로 가속도를 이용해서 굴렀기 때문이었다. 화가 난 콩나물이 당근에게 다시 한 번 하자고 했다. 당근은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개졌지만 콩나물의 누렇게 뜬 얼굴을 보고 화를 누그러뜨릴 수밖에 없었다. 다시 시합이 시작되었다. 콩나물이 예의 롱다리를 이용한 주법으로 앞서나갔으나 무가 또 넘어져서 가속도가 붙는 바람에 지고 말았다. 자존심이 상한 콩나물은 무의 뺨을 때렸다. 무는 파랗게 질린 낯빛이 되었다. 이 사건을 채소나라 역사에 이렇게 기록되었다.

콩나물 무침!

주부 학생들은 책상을 치면서 난리를 쳤다. 역시 웃음의 여왕들이었다. 그녀들은 정말 웃음 제조기다. 그래서 나는 우리 만학도들이 정말 사랑스럽다.

2탄. 이 소식을 들은 전통의 롱다리 파가 무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이번에는 거리를 조금 늘리기로 했다. 200M 달리기 시합. 롱다리를 쭉쭉 찢으면서 파가 얼굴이 파래지도록 몸을 풀었다. 당근의 출발 총성이 들리고 200M 달리기 시합이 벌어졌다. 역시 롱다리의 파가 앞서 나갔다. 무도 이번에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또다시 넘어졌다. 넘어지는 힘으로 가속도가 붙었다. 간발의 차이로 무가 이겼다. 이번에는 사진판독까지 해야했다. 무청이 파뿌리보다 길었던 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이 사진결과로 나왔다. 파는 심판인 당근에게 항의했다. 하지만 몸통 역시 무가 먼저 들어왔다. 이번에는 머리띠를 해서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달리자고 했다. 파의 어이없는 항의를 받아들여서 다시 달리기 시합이 벌여졌다. 시작은 역시 롱다리의 파가 앞서 나갔다. 무도 이번에는 절대 넘어지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이기려고 했다. 하지만 또다시 넘어졌다. 넘어지는 힘으로 가속도가 배가 되었다. 동시에 들어온 것같았다. 이번에도 사진판독까지 해야 했다. 무의 가슴이 파의 가슴보다 두꺼운 것이 유리하게 작용했다. 0.01초의 간발의 차이로 무가 승리했다. 채소나라 역사는 이 사건을 어떻게 기록했을까?

정답 : 파 무침!

 

웃음바다가 되었으나 여전히 잠은 그녀들의 눈에서 달아나지 않았다. 점심 식사 후에 잠의 유혹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는 사실을 그들도, 나도 잘 알고 있다. 비방의 카드를 써야할 상황이다.

 

두 번째 스토리!

거북이가 토끼에게 승리를 하고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만년 꼴찌 지렁이와 굼벵이가 거북이를 찾아왔다. 달리기 시합을 요구했다. 거북이는 피곤했지만 거절하면 지렁이의 날랜 입을 통해 좋지 않은 소문이 날까봐 즉석에서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토끼가 심판이 되어주었다. 거북이가 아주 우아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크기가 절대적으로 작은 지렁이와 굼벵이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거북이는 절대속도가 늦은 자신의 속도를 고려하여 방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달리기란 누군가가 뒤에서 따라온다는 느낌이 있을 때 속도가 붙는 법이다. 토끼가 자신과의 경주에서 잠을 잔 이유도 전혀 경쟁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긴장이 되지 않았으므로 시합은 묘미를 상실한 것이다. 결국 거북이는 달리기를 멈추고 지렁이와 굼벵이를 기다렸다. 하지만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거북이가 달려온 길을 거슬러 올라가자 지렁이가 나타났다. 거북이는 지렁이를 태우고 굼벵이를 맞으러 갔다. 굼벵이는 한참을 되돌아가서야 만날 수 있었다. 거북이가 굼벵이에게 자신의 등에 타도록 배려했고 굼벵이는 거북이 등에 올라탔다. 이때 지렁이가 굼벵이에게 말했다.

“야, 꽉 잡아 이 녀석 절라(엄청) 빨라!”

거의 초주검이 된 지렁이가 말했다. 지렁이에게 거북이의 상대속도는 초주검이 될 만큼 빠른 것이었다. 하물며 굼벵이는 마하 2 이상의 전투기에 올라탄 일반인의 죽음의 공포같은 것이 몰려왔을 것이다. 출발선과 거북이를 오가던 토끼는 경주를 중단시켰다. 더 이상 경주가 되지 않았다. 지렁이와 굼벵이는 119 구급 차량에 실려 응급실로 떠나고 있었다.

적극적인 화자는 이 이야기를 이렇게 각색한다. 이번에는 수상전, 수중전이다. 선수는 예의 거북이 외에 방개와 소금쟁이가 등장한다. 방개는 수륙양용이고 소금쟁이는 물에 방방 떠다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시합이 시작되었다. 영화 [친구]를 봤을 것이다. 바다거북이와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이 수영 시합을 하면 누가 이길까? 이 명제에는 바다거북이가 ‘바다에서 빠르다!’라는 생각보다는 토끼와 거북이에 등장하는 속도가 느린 거북이를 말하는 것은 아닐까? 심각한 논리적 모순보다 더한 것은 사람들의 선입견이다. 조오련 선수는 대한해협을 건넌 인간이고, 이 선수는 사람들 중에서 빠른 편에 속하는 사람인 바로 수영 선수인 것이다. 하지만 바다거북이는 말 그대로 바다에 사는 거북이다. 사람보다 빠르면 빨랐지 느리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늘 토끼에게 뭍에서 지는 느림보 거북이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합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거북이는 엄청난 속도로 잠영(潛泳)을 한다. 한참을 기다려도 뒤따라오는 기색이 없자 거북이는 한참을 기다린다. 수초를 뜯어먹으면서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거북이는 왔던 길을 거슬러 수영을 해서 다시 간다. 방개가 나름의 빠른 속도로 헤엄쳐 오고 있다. 하지만 거북이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토끼에게 진 거북이가 아니었던 것이다. 방개는 이 사실을 몸으로 깨닫게 된다. 거북이의 등에 탄 방개는 물 위로 올라간다. 한참만에야 소금쟁이가 방방 물 위에 떠서 흘러 내려오고 있다. 거북이가 소금쟁이에게 자기 등에 타라고 말한다. 한참을 미끄러지던 소금쟁이는 거북이의 도움으로 간신히 거북이 등에 올라탄다. 초주검이 된 방개가 뭐라고 말했을까? 대부분은 예의 지렁이의 멘트로 답한다. “야, 꽉 잡아. 이 녀석은 절라 빨라.” 하지만 이야기의 재미는 반전이고 비약이다. 방개가 말한다. “야, 꽉 잡아. 이 녀석은 잠수도 해!” 이 말의 뜻은 이렇다. 이 거북이라는 녀석은 엄청나게 빠른데다가 잠수까지 하니까 조심해, 소금쟁이야! 이런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야기의 소극적인 전파자가 되기보다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이야기의 전승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8-9, 주관식 4-5) 다음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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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내게 편지는 일기 같은 것이다. 다만 하루가 내게 머물지 않고 다름 사람에게 부쳐진다는 것뿐이다. 는 독점되는 것이지만 는 공유되는 것이다.

 

나는 세상에서 ㉢사진이 제일 싫다. 사진은 종국에는 고통이 되고 슬픔이 되고 아픔이 되는, 비극적인 물건이다. 왜 사람들은 비극을 찍지 못해 안달인지 모르겠다. 왜 다들 한 장이라도 갖기 위해 바동거리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사진이 찍힐 때마다 터지는 플래시 불빛을 축복이라고 착각한다. 그 불빛은 축복이 아니라 사진이라는 비극을 감추기 위한, 비극이 탄로 나는 걸 막기 위한 화려한 일 뿐이다.

 

느린 거북이는 결코 도시에서 일등을 할 수 없다. 거북이는 거북이고 토끼는 토끼다. 거북이가 일등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오로지 토끼가 게으름을 피웠을 때뿐이다. 우화(寓話)에서처럼. 우화는 진실만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안타까운 건 도시까지 와서 을 피우는 토끼는 없다는 것이다.

 

잠이 오지 않아 몸을 자꾸 뒤척인다. 마지막이어서 그런 걸까, 불을 끄지 않아 그런 걸까. 그때서야 퍼뜩, 편지가 생각난다. 편지를 쓰지 않아 잠이 오지 않은 것이다. 무서운 ㉤習慣의 힘이다.

- 장은진,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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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위 글 ㈎에서 밑줄 친 ㉠, ㉡에 각각 들어갈 단어는 무엇인가?(1.8점)

① 편지, 일기

② 편지, 소설

③ 일기, 소설

④ 일기, 편지

⑤ 소설, 일기

 

 

정답 ④ 일기, 편지. 읽어 보면 알 수 있다. 설명이 필요 없다.

 

9.문맥상 ㈏의 밑줄 친 ㉢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단어로, 밑줄 친 ㉮에 들어갈 단어를 [보기]에서 찾을 때, 밑줄 친 한자어를 바르게 읽은 것은 무엇인가?(2.0점)

―――――――――――――――――――[보기]―――――――――――――――――――

僞裝術 : 거짓으로 꾸미는 기술, 또는 꾸미는 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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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포장술

② 유인술

③ 가장술

④ 위선술

⑤ 위장술

 

정답 ⑤ 위장술. 한자를 푸는 문제라기보다는 우리말의 뜻을 알고 유추하여 한자를 읽어낼 수 있는 이해력을 묻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주관식 4. 위 글 ㈐의 문맥상 밑줄 친 ㉣의 빈 칸에 들어갈 수 있는 단어는 무엇인지 ㈐에서 찾아 3음절로 쓰시오.(3.0점)

 

정답 : 게으름. 문장이나 문단을 재구성하는 문제는 항상 앞뒤에 답이 오는 경우가 많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문장의 앞뒤를 이해하면 정답이 눈에 보인다.

 

 

주관식 5. 위 글 ㈑에서 밑줄 친 ㉤의 음을 2음절로 쓰시오.(3.0점)

 

정답 : 습관. 역시 한자 독해력을 묻기보다는 문맥의 흐름을 이해하면 쉽게 문제를 풀 수 있는 이해력을 묻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도시까지 와서 게으름을 피우는 토끼는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게으른 토끼는 이야기 속에서 하나의 역할을 담당한 우매한 토끼이기 때문이다. 게으른 토끼는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시선으로 사물을 본다. 국어시간도 마찬가지다. 적극적인 화자만이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의 수혜자가 되는 것이다. 어떤가? 당신은 위의 문제들 중에서 얼마나 이해했는가? 이해하기 보다는 깡통! 깡그리 통째로 외우기를 선택한다. 모든 학문은 암기와 이해가 공존해야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뭇 사람의 입은 무쇠도 녹인다!

[삼국유사] 기이편 수로부인(水路夫人)조에 보면 [해가(海歌)]가 등장한다. 신라 성덕왕(聖德王)때 순정공(純貞公)이 강릉태수(江陵太守)로 부임하던 길에 갑자기 해룡(海龍)이 나타나 그의 아내 수로부인을 바다로 끌고 들어갔다. 순정공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한 노인, 실명(失名) 노인이 말하되 ‘옛말에 뭇 사람의 입은 무쇠도 녹인다!’고 했다. 이어서 주변의 백성들을 모아 노래를 부르며 막대기로 땅을 치면 용이 두려워하여 나타나리라고 하였다. 순정공이 그렇게 했더니 과연 용이 나타났다 한다. 주술의 효험을 얻기 위한 주문적인 [삼국유사] 기이편 [가락국기(駕洛國記)]의 [구지가(龜旨歌)]와 비슷하다. [삼국유사]에 실린 한역(漢譯) 가사는 다음과 같다고 한다.

 

龜乎龜乎出水路(구호구호출수로) 掠人婦女罪何極(략인부녀죄하극)

汝若逆不出獻(여약역불출헌) 入網捕掠燔之喫(입망포략번지끽).

거북아 거북아 수로를 내 놓아라 남의 부녀 앗아간 죄 얼마나 큰가, 네가 만일 거역하고 바치지 않으면, 그물로 잡아서 구워먹고 말리라.

 

이어진 사건 역시 수로부인의 남편 순정공이 강릉태수가 되어 부임해가던 중 바닷가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깎아지른 벼랑이 병풍처럼 바다를 에워싸고 있었는데 높이가 1,000장(丈)이나 되는 벼랑 위에 철쭉꽃이 활짝 피어 있는 것을 보고 수로부인이 “저 꽃을 꺾어 바칠 사람이 없느냐?”라고 하며 꽃을 원했다. 그러나 종자(從者)들은 모두 사람이 닿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 하며 나서지 않았다. 이때 소를 끌고 가던 한 실명(失名)노인이 부인이 꽃을 바란다는 말을 듣고 [헌화가(獻花歌)]를 지어 부르며 꽃을 꺾어 바쳤다. 향찰로 표기된 이 노래를 현대어로 바꾸면 다음과 같다.

 

자줏빛 바윗가에 잡고 있는 암소를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신다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해가]와 [헌화가]에 등장하는 수로부인은 국무(國巫)로 이해하는 경향이 많다. 수로부인이 강릉태수로 부임하는 순정공과 함께 동해를 따라 부임하는 여정은 중앙정부의 힘이 약해지던 시기에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해가]와 [헌화가]에서 나타나는 실명(失名)노인은 지방의 호족 세력으로 볼 수 있다. 중앙정부의 상징인 순정공과 제정(祭政), 제사와 정치를 하나로 보았던 신라시대의 관점에서 국무(國巫)가 지방의 실력자들에게 신비한 현상을 보여줌으로 해서 중앙정부의 상징인 왕권에 대한 절대적인 복종을 하게 하였음을 볼 수 있다. 반대로 이는 그만큼 왕권이 약해져서 이러한 중앙정부의 파견 관리와 파견 국무(國巫)의 힘이 지방호족 세력과의 우호적인 모습으로 형상화할 필요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겠다. 수로부인이 미인(美人)으로 설정된 것도 지방 호족들에게 우호적인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이 되었음을 알 수 있겠다. 또 하나는 동해 용왕과 거북이, 즉 구룡(龜龍)의 관계이다. 구룡을 부르는 행위, 즉 거북이를 위협하고 협박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동해 용왕을 왜구의 침략, 즉 일본인의 침략으로 볼 수 있다. 농경지가 부족하고 농업 생산성이 낮았던 일본의 해적, 왜구가 수도 없이 신라를 쳐들어오는 행위에 대하여 중앙정부의 순정공이 군사를 대동하고 나와 무찌를 뿐만 아니라 수로부인이라는 국무(國巫)로 하여금 흉흉한 민심, 중앙정부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는 민심을 달래는 기능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겠다. 이처럼 수로부인의 납치와 이에 따르는 주변 백성들의 집단 행위는 언어의 주술성(呪術性)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뭇 사람의 입은 무쇠도 녹인다! 한 번은 꼭 인용하고 재사용해 보고, 재구성해 볼 일이다.

 

인간의 지속적인 성적 수용성에 대하여!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달리 지속적인 성적 수용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세상을 창조하고 나서 신은 세상의 동물들을 약육강식이나 크기에 따라 성생활 주기와 임신주기를 정하기로 하고 동물들 모두를 불러 모았다. 동물들은 긴장하면서 자신들에게 주어질 성생활 주기에 대해 고민하면서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먼저 닭이 나왔다. 새들이 긴장을 했다. 그러면서도 새들은 날지 못하는 닭이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신 앞에서 대놓고 불만을 내놓기에는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그런데 신은 삼칠일, 21일에 한 번씩 성생활을 하고 임신주기도 같게 정해 주었다. 새들은 자신들이 하늘과 나무 등에서 사니까 그 수효가 많고 적음에 크게 상관이 없어서일 거라고 자평하여 생각하고 무척 좋아했다. 다음은 토끼였다. 토끼는 28일마다 한 번씩 하라고 했다. 무척 좋아했지만 암토끼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토끼에게 성생활이란 그저 스치고 지나가는 정도로 사랑행각이라고 부르기조차 애매했기 때문이었다. 다음은 오리가 30일, 칠면조가 33일이었다. 타조는 커다란 덩치 때문에 불안했지만 1년을 넘기지는 않았다. 염소가 90일, 돼지가 114일! 3개월 3주 3일로 나름 만족하였다. 한우가 279일, 젖소가 283일, 말이 330일이었다. 점점 덩치가 커질수록 성생활주기는 길어졌다. 하마 350일, 코뿔소 450일, 코끼리 480일이 되고 기린은 500일이었다. 이제 대부분의 동물들에게 성생활주기가 정해졌고 이제 남은 것은 사자와 사람뿐이었다. 신은 사자에게 많은 동물들을 잡아먹고 덩치가 크기 때문에 개체수가 많으면 생태계가 무너진다면서 3년에 한 번씩 성생활을 하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사자는 화가 나서 신에게 덤벼들었다. 사자의 성격을 잘 아는 신은 일단 자리를 피하기로 했다. 신이 달아나자 사자는 목숨을 걸고 신을 쫓았다. 이때 아직 옷을 입는 법을 몰랐던 사람 중에 남자가 신께 말했다.

“신이시어! 저희 사람은 어떻게 할까요?”

사자에게 쫓기느라 정신없이 바빴던 신이 이렇게 말했다.

“야, 지금 그게 중요하냐. 사자 좀 잡아라.”

“그래도 저희도 하기는 해야 하지 않습니까?”

마지못해 신은 이렇게 말했다.

“마, 니들 맘대로 해!”

그래서 그때부터 인간, 사람들은 지속적인 성적 수용성을 갖게 되었다. 물론 사자, 수사자는 많은 암사자들을 거느리며 3년이 아니라 부분적이지만 지속적인 성적 수용성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다른 수컷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일부의 수사자의 경우에만 한정되었다. 하지만 사람은 달랐다. 사람은 지속적인 성적 수용성을 통해 인체의 신비와 신의 섭리를 함께 느끼고 즐기는 가장 행복한 존재가 되었다. 믿거나 말거나!

선생님은 시골에서 살았기 때문에 농업을 배웠다고 한다. 대학교 다닐 때 교양 선택과목인 생명과학 시간에 배운 부분에 더해, 농업 시간에 배운 동물의 임신주기를 재구성해서 이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하니 그의 이야기 재구성 능력에 감탄할 노릇이다. 그런데 임신주기와 성생활주기가 같은 동물보다 지속적인 성적 수용성을 가진 인간이 꼭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말은 묘한 여운을 남겼다. 그것을 알게 되면 어른이 되는 것이라는 알쏭달쏭한 이야기가 마음에 안 들었지만 재미는 있었다. 우리는 쿨한 만학도들이니까! 그러면서 중학교 1학년인 딸이 초등학교 6학년 때 자기 반 학생들과 함께 조별 연극을 할 때 썼다는 대본을 프로젝트를 이용해서 스크린에 화면으로 보여주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신데렐라’ 이야기를 최신 유행 대중가요, 최근의 유행어와 시사 상식, 기지와 재치로 만들어냈는데 여전히 선생님이 냄새가 풍기는 시나리오였다. 어떻게 보면 장난같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쉽게 문학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패러디(Parody)가 무엇인지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이때 왕과 왕비 나타난다.

왕 : 허허허 좋은 며느리 감이 왔다니 우리 가문의 전통대로 세 가지 문제를 내도록 하시오. 왕비.

왕비 : 그럼요. 원래 우리 도파랄랄랄 가문은 머리가 좋지 않으면 화장발, 조명발, 이런 것 다 소용 없는 거, 우리 도파랄랄랄 왕자도 알지? 첫 번째 문제.(난장이를 불러서 공을 던지게 한다.) 자 이 상황을 세 글자로 뭐라고 할까요?

신데렐라 : 혹시, 그게 좀 썰렁한데…… 난, 쏘, 공! 아닌가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요.

왕비 : 아니, 이럴 수가? 이렇게 쉽게 맞추다니 얼굴 예쁜 애들이 머리 나쁘다는 거 진정 거짓인가요?

왕 : 다음 문제! 사람이 가만히 있으면 뭘로 볼까요?

신데렐라 : 혹시, 그게 좀 여전히 썰렁한데…… 제 전공이기는 한데요, 혹시 짚으로 짠 가마니 아닌가요?

왕 : 오, 마이 갓. 이 아름다운 아가씨는 농부들의 마음도 알겠구나. 허허허!

왕비 : 하지만 마지막 문제는 쉽지 않을 걸요! 자, 요즘 각광받고 있는 K-POP 아이돌 그룹 샤이니,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여기에 고등어 두 손을 더한 합은 얼마일까요?

신데렐라 : 에, 그러니까…… 샤이니가 5명, 소녀시대가 9명, 슈퍼주니어가 13명이니까 27명에, 어! 고등어 두 손은 4마리이니까…… 합은 31이네! 베스킨 라빈스 써리 원! 폐하 서른하나입니다.

왕비 : 소사, 소사, 맙소사. 오, 모르는 게 없는 아가씨로다. 우리 왕자에게 현명하고 아름답고, 지적인 배필이 생겼음을 온 백성과 함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개그 콘서트 ‘감사합니다’ 버전.)

 

마당쇠 : 그리하여, 왕자와 신데렐라는 결혼식을 올립니다. 신데렐라는 영리하여 국가의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지혜롭게 왕자에게 조언을 해서, 해결해 나갑니다. 마음씨가 고와 백성들을 따스하게 보살피니 온 백성이 사랑하는 왕비가 되었습니다. 그러자 못된 새어머니와 새언니들은 지레 겁을 먹고 신데렐라에게 지난 일들을 모두 용서해 달라고 빕니다. 신데렐라는 쿨하게 용서합니다. 그리고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개그 콘서트 쌍칼 아저씨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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