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방송(임흥수, 장편소설)

24. 마당극을 배우는 시간

madangsoi 2014. 8. 8. 17:56

서울학생동아리한마당 연극마당!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의 고전소설 [흥보전]을 리메이크한 마당극 [하늘이야기]가 피어지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재미있게 읽어 주실 거죠?

우리는 하루하루의 공간속에서 감사하며 학교생활을 즐기다보니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마당극 ‘하늘이야기’란 선물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마음을 나누고 서로 보듬어야 하는 일이라서 긴장이 되신다는 말씀과 함께…….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중학교 졸업하기 전에 ‘좋은 추억하나 만들겠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또 한 편으로는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란 걱정을 하며 친구들이 내게 물어 왔습니다. 아마 선생님의 가르침에 빠지지 않고 충실히 하다보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달라지는 우리들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나는 임청수 선생님의 말을 나름 인용해서 말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국어선생님께서 우리를 3학년 1반으로 부르셨습니다. “작년에는 청소년들과 함께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괜히 걱정을 했다!”면서, “자기들끼리 돌아가면서 대본을 읽어보더니 누가 어떤 배역을 해야 할지도 스스로 결정했다.” 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들도 “내일부터 오는 순서대로 자신이 하고 싶은 배역을 돌아가면서 해보라.”고 말씀을 하셨고, 이로서 짧은 만남, 긴 연습의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들은 학교 계단을 내려오면서 약간의 염려와 함께 깔깔깔 웃음보따리가 터져나갔고, 다음날 아침 순순히 하나둘 모여 들었습니다. 몇 번이고 배역을 바꾸어가며 대본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드디어 배역을 정하는 날, 우리는 긴장과 기대감을 가지고 모였으나 선생님께서 배역을 정하기가 힘드셨는지 배역 정하는 것을 다음날로 미루었습니다. 청소년들과 달리 성인들이다 보니 배역을 정하는데 조금은 힘이 드신 것 같았습니다.

배역을 정하는 날!

배역과 이름을 부르는 순간 갑자기 교실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하였고 우리들은 짧은 인사만 나누고 대본을 가지고 각자의 교실로 돌아갔습니다.

 

하늘 이야기, [흥보전(興甫傳)]을 리메이크하여!

 

연출(섭외) : 구원순, 조연출(섭외) : 오재연.

소품 : 김지현(고 3-2), 정현진.

음악 : 이재윤(고 1-2), 김우현(1-2).

마당수아 : 최정숙, 제비1(놀보) : 정재숙.

제비2(놀보마노라) : 이순임, 흥보 : 박정수.

흥보 마노라 : 이영애, 도깨비·레드 데블 : 성삼순.

미친소·파앝들었슈(이준기 선생님) : 공종숙.

솔직한걸·라알나리 : 공을선.

시커멍스·도로 씨8 : 김선희

말뚝이 : 오재연, 아나운서·제비새끼 : 한영희

구렁이·임꺽정 : 임청수, 심봉사 : 이영애.

 

나의 배역은 연출이었고 나의 역할대로 친구들에게 “우리들이 배역을 바꾸어가며 대본을 읽을 때, 선생님께서 체크를 하셨기 때문에 본인이 하고 싶은 배역이 아니더라도 배역이 정해졌으니 최선을 다하자!”고 했습니다. 물론 극의 ‘주인공이냐, 아니냐?’가 문제가 되기는 했지만, 나의 걱정과는 달리 다음날 아침, 언제 그랬나 싶을 정도로 친구들의 표정은 밝았고, 자신들의 배역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의 대사 또한 체크해주는 등 무척 뜨거운 연습의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1. 제비, [하늘이야기] 출연기

 

김건모의 [제비]. 배경음악을 뒤로 제비1, 제비2가 나타난다. 노래에 맞추어 아름다운 여인들과 춤을 춘다. 음악 멈추고 제비1과 제비2 썰렁한 분위기에 놀란다.

 

마당수아 : 안녕하세요? 저는 엠버서 방송의 취재기자 마당수아입니다. 자 이제부터 벌어질 신기한 사건으로 여러분을 초대할틴디 잘 보아주실 거종? 잘은 무슨 잘이냐구요, 말지잘이지요. 아니 뭐요? 왜 자꾸 사미잘을 말미잘이라고 하냐고요? 암튼 우리 모두는 모두가 귀구녁을 꽉꽉 막고 있어서리 문제여요. 귀를 팍 파부립시다. 주걱으로리. 이제부터 여러분을 위해 마당극을 시작할 테니까 잘 보아주시길 바라겄습니다. 자, 마당극 [거시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때 객석이 소란스러워지며 제비1과 2가 등장한다.

 

제비1 : 야, 제비투 그동안 우리들은 [흥보전]의 완존한 엑스트라에 불과했었어.

제비2 : 하모하모. 이번엔 우리가 주인공이라면서……

제비1 : 그럼 그럼, 세상이 변하니께 [홍보전]의 주인공도 바꿔야 하는 거 아니겄어. 보라구, [왕의 남자]에서도 연산군이 주인공이 아니라 광대 공길이, 이준기가 주인공 아니었등가?

제비2 : 맞어, 맞어. 영화 괴물에서도 괴물이 주인공이 아니라 송강호네 식구였잖아.

제비1 : 근데, 왜 저기 멋지게 생긴 선상이 인상을 쓰냐?

제비2 : 이런 넌 눈깔을 어디에 단 거냐? 저게 인상 쓰는 거냐? 좋아하는 거지.

제비1 : 아, 저게 좋아하는 거구나. 난 거의 무표정에 가깝다고 보는데……

제비2 : 야, 임마. 저 선상님 성햄이 이준기 선상님 아니냐. 그려서 저 선상님도 꽃미남 이준기랑 함께 뱅기 타듯이 확 떠버렸다는 거 아니냐……

제비1 : 그려서 그랬구나. 알았다. 근데 이준기 선상님, 왜 관객들의 표정이 저리 사납다요? 뭣들을 잘 못 먹은 거 아닌가요?

제비2 : 야, 제비 원! 너도 느꼈냐? 나도 아까부터 이들의 눈빛에서 실망을 느꼈다.

이준기 선생님 : 나도 너희들이 의심스럽긴 하다. 니들 전학 온 지 얼마 안 됐지?

제비1 : 그렇긴 한디요?

제비2 : 어째 분위기가 매우 수상하다.

이준기 선생님 : 야, 임마. 올해는 마당극 [제비전]이 아니라 [흥보전]이란 건 모두가 다 안다.(기타 치는 흉내를 내면서)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미남은 [흥보전]을 좋아해. 이 유명한 노래도 모르냐?

제비1 : 뭐라고라고라고라? 오늘 [제비전]이 아니라고라?

이준기 선생님 : 그래 임마, 내가 알기엔 내년엔 [배비장뎐]이라고 청수샘이 말씀하시더라.

제비2 : 글구 내년에도 [배비장뎐]이지 [제비전]은 안 한다고라고라고라.

제비1, 2 : 이건 아니잖아, 이건 아니잖아. 어렸을 때부터 우리 아버지께서 훌륭한 영화배우 되라고 지어 주신 이름 부귀영화. 이건 아니잖아, 이건 아니잖아. 우리 어머니께서 어렸을 때부터 [제비전] 주인공 하라고 지어주신 이름 비오는 날의 수제비. 이건 아니잖아 이건 아니잖아.

 

김건모의 [제비]. 배경음악을 뒤로 제비1, 2 춤을 추며 퇴장.

 

마당수아 : 네, 다시 엠버서 방송의 마당수아입니다. 여러분이 보신 것처럼 불쌍한 우리 제비1과 제비2는 정말로 정말로 [흥보전]에 자존심이 상해서 출연을 안하려고 했지만, 안하려고 했지만 그래도 [흥보전]에는 제비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임청수 선상님의 꼬임에 빠져, 아니 설득에 빠져 결국 출연을 결정하게 되었다는 정말 황당한 사건이었습니다. 이상 당신중·정보산업고등학교에서 엠버서 뉴스 마당수아였습니다.

 

마당수아 : (무대 밖으로 나가려다가 무슨 생각이 난 듯 무대 중앙으로 돌아와서)참, 여러분! 오늘 우리들의 연극 [흥보전]을 리메이크한 [하늘 이야기] 재밌게 보아주실 거죠?(객석에서 ‘네’하는 소리 들리고, 마당수아, 기자, 카메라맨과 함께 풍물소리에 맞추어 퇴장한다.)

 

무슨 일이든 처음부터 쉬운 일은 없다고 우리는 매일같이 아침, 점심, 방과 후 시간을 쪼개어 연습에 연습을 하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기말고사를 위해 잠시 연습을 중단하고 우리는 시험공부에 열중했습니다. 기말고사가 끝났다는 해방감을 만끽하기도 전에 우리는 다시 연습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세월의 야속함을 느껴야만 했습니다. 이제까지 외웠던 대사, 몸짓이 어디로 꼭꼭 숨어버렸는지 모두가 처음 시작하던 그 자리, 제자리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그리하여 이제부턴 몸과 대사는 언제 어디서나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각오를 다짐하기 위해 “너 때문에 하늘이야기가 잘 될 거야! 나 때문에 하늘이야기가 잘 될 거야! 아니, 우리 때문에 하늘이야기가 잘 될 거야!”라고 구호를 외치며 스스로 자신들에게 마술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고 있을 즈음에 반가운 손님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우리들의 Hope, 정기복 선배님이 우리들의 연기를 다듬어주기 위해 오게 된 것입니다. 정기복 선배님의 조언과 임청수 국어선생님의 지도로 우리들은 천군만마를 얻은 듯 연기는 날로, 날로 성장해 나갔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몸에 익혀진 연기들을 제법 자유롭게 해낼 수 있었고 연습시간도 그만큼 단축되었습니다.

 

 

 

2. 형제 마당

 

영화 [왕의 남자 OST].

 

마당수아 : 대한민국 노종 재위 4년 경상, 전라, 충청의 접경지대에 자린고비인 형 놀보와 싸가지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동상 흥보가 살았다. 그런데 흥보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자석을 4남 4녀 죽을 4자로 여덟을 낳았겄다. 자석들 노는 꼴을 한 번 보자.

 

흥보와 흥보 마누라 한 쪽에 자리를 잡고 아홉 째 낳을 궁리를 하고 있고 4남 4녀 8남매 즐겁게 8남매 송을 부른다.(가슴에 각자의 이름을 달고 있다. 도깨비, 레드 데블, 미친 소, 파앝들었슈, 솔직한걸, 라알나리, 시커멍스, 도로 씨8) 자전거 탄 풍경, [보물].

 

마당수아 : 아. 이름들이 특이한데 한 명씩 이름들을 소개해 주면 안 되겠니?

 

도깨비 : 난 도깨비. 도둑질하고 째는 선수인 비행 청소년.

레드 데블 : 난 대한민국 제일의 새빨간 거짓말쟁이 붉은 악마, 레드 데블.

미친소 : 나는 항상 내 마음대로 살아가는 미친 소년……

파앝들었슈 : 난 그 속을 알 수 없어. 누구든지 걸리면 속을 팍팍 파놓지.

솔직한 걸 : 나는 절대로 솔직하지 않은 걸. 마음이 걸레같이 드러워……

라알나리 : 내 꿈은 비행기 승무원. 그래서 붙여주신 이름 라알나리.

시커멍스 : 나는 항상 하얀 옷만 입지. 나는야 시커멍스……

도로씨8 : 나는 항상 도로 위를 마구 달리지. 8.15 폭주족. 나는야, 도로에서 폴리스 카를 만났을 때 항상 이런 말을 하지. 도로 씨8.

 

마당수아 : 흥보와 흥보 마누라 한 쪽에서 아홉 째 낳을 궁리를 하고 있고 4남 4녀 8남매 즐겁게 싸가지 8행시를 읊조린다.

 

도깨비 : 도-도시락은 웬 도시락

레드 데블 : 레-레드락은 돼야지

미친 소 : 미-미식가는 한 입이야

파앝들었슈 : 파-파르페는 안 먹지

솔직한 걸 : 솔-솔개처럼 날아서

라알나리 : 라-라디오 디제이처럼 턴턴,

시커멍스 : 시-시도 때도 없이 세상을 욕하고

도로씨8 : 도-도둑질하는 우리 4남 4녀.

 

마당수아 : 이렇게 하루가 멀다 하고 무위도식을 하는 흥보네 식구들에 대한 놀보의 불만은 높아만 가고 있습니다. 그럼 잠시 카메라를 놀보에게 돌려 봅시다.

 

아나운서 : 네, 놀보네 집에 아나운서 황입니다. 예의 바르고 성실한 놀보, 하지만 허영심 많은 놀보 마노라는 짝퉁 명품들로라도 놀보의 눈을 피해보려 하는디. 보통사람들은 5장 6본디, 놀보는 5장 7보라…… 그건 식탁보도 새끼보도 아니라 바로 가위바위보였습니다.

 

놀보 마누라 : 여보 영감. 우리 가위바위보 한 번 합시다.

놀보 : 왜 또 무슨 일을 작당하였든가? 갑자기 가위바위보당가?

놀보 마누라 : 당신은 하루라도 가위바위보를 하지 않으면 혈압이 사망 직전 아니요?

놀보 : (머리를 쥐어뜯으며)난 왜 가위바위보 하자고만 하면 혈압이 오를까? 아무튼 이놈의 여편네 오늘은 꼭 이겨서 딴짓 못하게 혀야지. 날마다 싸이는 저 노릇을 어찌 하나?

 

놀보와 놀보 마누라 가위바위보를 한다. 손바닥에 무엇인가 쓰는 척한다. 놀보 가위를, 놀보 마노라 보를 냈다.

 

놀보 : 옳거니 여러분, 내가 이겼소. 오늘은 혈압 끝, 지출 없어 부러.

놀보 마누라 : 아, 이 양반이 가위바위보 하루 이틀 하나? 손 펴이소. 나는 왕가위, 당신은?(손을 억지로 벌리며) 심술보라고 썼네. 그럼 누가 이겼소. 가위와 보. 오늘도 내가 이겼고만. 호호.

놀보 : 아, 나는 왜 이렇게 가위바위보에 약한 겨? 1승 백만이십이패가 무어당가?

놀보 마누라 : 여보, 영감. 그럼 난 잠시 쇼핑 좀 하고 올게요. 히히.(주먹을 휘두르며) 왕가위, 왕가위!

 

아나운서 : 이렇듯 가위바위보에 약한 놀보지만 그는 대한민국의 바른 사나이입지요. 놀보의 봉사심을 간략히 설명해 볼작시면,

 

두 달에 한 번! 헌혈, 헌혈하기! 동네 공부방 도시락 해다 주기!

저녁마다 동네방네 순찰하기! 임신한 여인에게 자리 잡아주기!

 

아나운서 : 이렇듯 한 배에서 나온 흥보와 놀보는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갖고 살다가 엄동설한에 동상 흥보가 형 놀보에게 내쫓기게 되었으니!

 

육각수 ‘흥보가 기가 막혀’ 음악이 흐르고, 놀보와 흥보가 무대 중앙에 서서 춤을 춘다. 음악 멈춘다.

 

흥보 : 아이고 성님, 이 엄동설한에 이 많은 자석들을 데리고 어디로 간단 말이오.

놀보 : 아따, 이놈아 내가 니 갈 곳까지 일러주랴. 잔소리 말고 썩 꺼져라 잉.

흥보 : 성님, 그라도 그렇제. 이런 벱은 없습니다요.

놀보 : 아따, 이 놈아. 내 아버님께서 물려주신 재산 네게 1대 1로 분배했으니 내 할 일은 끝났다. 이제부턴 네 식구는 네가 살펴라.

 

흥보, 마누라를 부르며 통곡을 한다.

 

흥보 : 아이고, 여보 마누라 이제 큰일 났소. 성님이 동상을 나가라고 하니 어느 명이라 안 가겄소. 챙길 것 다 챙겨서 나갑시다.

흥보 마노라 : 아, 이 겨울이나 지나고 나가야지. 어찌 그런 숭한 명을 나리셨나?

흥보 : (귀에 소리로) 이 눈치 없는 마노라야. 챙길 것 다 챙겼으니 잔소리 말고 어서 나가자고.

흥보 마노라 : 야들아, 도레미파솔라시도! 언능 짐 챙겨 가지고 나오니라.

흥보 : (흥보 자식들을 다 불러놓고 거만하게) 성님, 나 갈라요.

 

육각수 ‘흥보가 기가 막혀’, 해 지는 겨울 들녘 스며드는 바람에 초라한 이 가족 하나 둘 곳 어디요. 어디로 아아아아 이제 난 어디로 가나 어이어.

 

흥보 : 마누라, 우리 찜질방으로 가세.

흥보 마노라 : 아싸, 찜질방!

 

“아니, 사람들이 이만큼밖에 없어여?”

오재연 씨가 말했다.

조금 전에 최정숙 씨가 했던 말이 오버 랩 되었다.

‘총연습 하니까 오늘 방과후 학교 없어여?’

수요일부터 있는 문학예술제로 학교가 시끄러운 가운데 학생들이나 나나 다들 달떠 있었다. 사실 나도 오늘은 방과후 학교가 없는 줄 알았다. 그래서 준비가 많이 부족했는데 학생들이 하지말자는 말보다 더 무서운 말들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한문 시간에 학생들에게 가르쳤던 중용이라는 단원이 생각이 났다. 우리들은 집에서 키우는 개나 닭이 집을 나가면, 당연히 찾는다. 왜냐하면 눈이 보이고 또 돈이 되니까. 그런데 마음이 집을 나가면 이를 찾지 않는다고 한다. 왜,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그렇다는 것이다. 맹자께서는 우리가 학문을 완성하는 데는 아주 쉬운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집을 나간 마음, 즉 방심(放心)했던 우리들의 마음가짐을 찾는데서 시작한다고 하셨다. 즉 작심(作心), 즉 집을 나간 마음을 잡는데서 시작한다고 하셨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이 아니라 작심 삼백육십오 일에서 시작하는 거라고 하셨다고 학생들에게 가르쳤던 기억이 스치고 지나갔다.

해마다 3월이면 우리 성인 학생들은 학업에 대한 열정을 방과후 학교나 이외의 문화생활에서 찾고는 한다. 3월과 4월은 항상 방과후 학교나 특별활동에 전력투구를 하고는 한다. 그러다 정말 멋지게 쓰러지기 시작한다. 추풍낙엽처럼 말이다. 5월이 오면 학생들은 지치기 시작한다. 하나둘이 아니라 한 열댓 명씩 결석하기 시작한다. 아마도 그들의 체력이 문제이기도 하겠으나 결정적인 원인은 생활인인 그들이 점점 학업보다는 생업에 무게 중심을 두기 때문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해마다 담배 소비가 1월과 2월에만 잠깐 떨어졌다가 다시 상승하는 것처럼 우리 학생들의 작심삼일은 그렇게 유행처럼 왔다가 사라졌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오재연 씨와 조정숙 씨의 얘기를 들으면서 시나브로 내 마음 속에서 돋아 오르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타성에 젖어서 해마다 다람쥐 쳇바퀴처럼 당연한 일과처럼 2학기에 폐강 운운하는 내 마음은 무척 이기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올해 방과후 학교, 마당극 반에 온 학생은 새로운 마음으로 찾아왔을 텐데, 나는 작년 학생들의 모습에 새로이 마당극을 배우려고 찾아온 학생들을 덧씌워서 판단하고 있다니, 참 못됐다.

생각해 볼이다. 올해의 학생은 전혀 다른 학생들인데 내가 선입견으로 그들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무척 무섭다.

 

무서운 일이다.

잃어버린 물건이

내가 이미

뒤짐질해 본 곳에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은.

- 이윤기, [숨은그림찾기] 부분.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 정현종, [섬] 전문.

학생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나에게도 섬이 있다. 학생들에 대한 선입견의 섬이 있다. 해마다 다른 학생들이 나를 찾아오는데 나는 15년 묵은 섬으로 학생들을 재단(裁斷)하고 있다니 참으로 안됐다.

 

“전, 걱정 마세요. 전, 제가 제 몸 알아서 단도리 잘해요.”

역할 배정에 불만이 많았던 우등생 공종숙이 어린(?) 나이답게 카랑카랑하게 말을 받는다. 이준기 선생님과 미친소·파앝들었슈, 흥보의 셋째와 넷째 역을 맡았으니 속이 좋을 리는 없었다. 속으로 나는 이렇게 말한다, 웃으면서!

‘으이구^^ 못 말린다, 못 말려! 건강 체크해서 공부하라는 건데…… 아무튼 공종숙 씨의 섬은 참 가깝고 명랑해서 더욱 더 아름다울 거야! 공종숙 바보!’

잠깐 잠시 전에 다녀간 파란 와이셔츠, 초록 점퍼의 총각은? 혹시 파파 스머프? Green Monster임에 틀림이 없었다.

 

3. 구렁덩덩 마당 - 흥보, 구렁이를 매수하다

 

마당수아 : 봄이 되어 쓰기에만 용한 흥보, 그저 수수깡 몇 대 가지고 집이라고 지었는데, 삼월이라 삼짇날에 제비가 날아왔겠다. 그때 마침 뉴스에서 들려오는 희소식에 눈이 번쩍 띠었겄다.

 

MBC 문화방송 ‘뉴스 데스크’ 배경 음악

 

소리만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강남구 대추동에 거주하고 있는 김재수 씨가 3년 전 구렁이에게 잡아먹힐 뻔 했던 제비 새끼를 구해주고, 부러진 다리마저 치료해 준 사실은 보도를 통해 잘 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해 제비 새끼는 김재수 씨에게 박씨를 물어다 주었는데 이 속에서 어마어마한 보물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하루아침에 김재수 씨를 상위 1%에 올려놓았다는 믿지 못할 뉴우스였습니다.

 

마당수아 : 이 뉴우스를 들은 흥보는 구렁이를 거시기 하였겄다. 각설하고 제비 부부가 사라진 틈을 타서 구렁이가 공격을 하게 되었는디, 어린 제비들이 구렁이(복면 두 명이 함께 있다.)와 생존을 건 ‘우리 집에 왜 왔니?’를 한다.

 

구렁이 :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제비새끼, 흥보 내외 : 꽃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

구렁이 : 무슨 꽃을 찾으러 왔느냐, 왔느냐?

제비새끼, 흥보 내외 : 제비꽃을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구렁이, 제비새끼 : 가위바위보!(제비-보, 구렁이-바위를 낸다.)

제비새끼 : 와, 내가 이겼다.

구렁이 : 한 판 더 하자.

구렁이, 제비새끼 : 가위바위보!(제비-보, 구렁이-바위를 또 낸다.)

제비새끼 : 와, 내가 이겼다.

구렁이 : 삼 세 판, 몰러?

구렁이, 제비새끼 : 가위바위보!(제비-보, 구렁이-바위를 거듭 낸다.)

제비새끼 : 와, 또 내가 이겼다.

 

 

내리 세 판을 진, 구렁이 화가 나서 제비 새끼에게 혀를 날름대면서 덤벼든다.

 

제비새끼 :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 주세요.

구렁이 : 이제 너는 죽은 목숨이다. 좀 놀아주려 했거늘, 한 번을 져 주지 않았다. 나쁜 제비!

제비새끼 : 이제 난 죽었다. 그러게 좀 져줄 걸……

 

마당수아 : 이때, 흥보와 흥보 마노라 갑자기 복면을 벗고 나타나 제비들을 구하고, 흥보 그라운드 기술로 구렁이를 내쫓는다. 제비1, 2가 나타나 흥보에게 사례하고 강남으로 떠난다.

 

흥보 : 아싸, 상위 1%. 나는, 나는, 흥보. 구렁이가 제일 좋아!(엄지를 올리면서 환하게 웃는다.)

 

마당수아 : 이때 구렁이 일어나 흥보에게 돈가방 하나를 받아서 유유히 사라진다.

 

짜자잔~ 우리 당신중·정보산업고등학교의 자랑인 문학 예술제가 시작되었습니다. 문학 예술제는 우리 친구들의 길을 여는 축제 중의 하나입니다. 끼, 깡, 꾀, 개성이 강한 친구들이 많은 공연을 펼쳐 보이는 마당에 우리들도 그들에 못지않게 실력을 마음껏 뽐내는 기회가 오게 되었습니다. 첫째 날은 학교에서 정성과 사랑으로 준비한 맛있는 먹거리 장터, 가훈 쓰기, 수화 배우기 등등을 하였고 우리가 열심히 준비한 ‘하늘이야기’는 중학교 3학년 2반 교실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홍보가 부족했는지 많은 선배, 후배들이 참여하지 못하여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여기에 굴하지 않고 일당백이라 생각하고, 우리는 우리들의 실력을 마음껏 뽐내었습니다. 우리는 문학 예술제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으나 거기에 자만하지 않고 서울 학생 동아리 한마당 연극마당 대회를 위해 더욱 연습에 매진하였습니다.

 

4. 제비가 물어다준 번호 6개

 

‘박명수 [바다의 왕자]’. 다음 해 봄이 되어 흥보네 집에 제비새끼가 돌아오는데, 약간 절뚝거린다. 제비 새끼 흥보에게 대자보 용지 하나를 쥐어준다. 흥보 벽에 대자보를 붙인다. 거기에는 “3, 6, 9, 18, 33, (흥보네 식구들에게 없는것)×10+(흥보네 식구들에게 없는 것)”이 라고 씌어 있다.

 

흥보 : 3, 6, 9, 18, 33, (흥보네 식구들에게 없는 것)×10+(흥보네 식구들에게 없는 것)?

흥보 마노라 : 흥보네 식구들, 우리 집 식구들에게 없는 것?

도깨비 : 이건 로또다. 근데 마지막 번호가 뭐지?

레드 데블 : 그건 글씨? 우리 식구들과 관련된 번호라?

미친 소 : 그것도 우리 식구들에게 없는 것?

파앝들었슈 : 이거 스무 고갠 디……

솔직한 걸 : 우리 식구들에게 없는 것?

라알라리 : 근디 거 제비 새끼 싸가지 디게 없다 안 그냐?

시커멍스 : 맞다. 물어다 주려면 곱게 물어다 줄 것이지.

도깨씨8 : 머리를 아프게 혀는 건 뭐시당가?

도깨비 : 아무튼 우리 식구들한테 없는 게 뭐냐?

레드 데블 : 그야 돈이지?

미친 소 : 맞다 돈이다. 그럼 돈이 뭐냐?

파앝들었슈 : 돈은 돼지고, 돼지고기 하면 삼겹살이니까 삼이다.

솔직한 걸 : 그럼 3×10+3은?

라알라리 : 33이다. 그치? 33은 있는디?

시커멍스 : 이러다가 날 다 새것다. 오늘이 토요일이고 벌써 6시다.

흥보 : 그려 6시다. 빨리 생각해들 봐라.

도로씨 8 : 아, 이런 열여덟. 그럼, 아부지가 생각해 보시용.

흥보 : 뭐러고라고라고라, 이런 보자기로 싸갈래도 싸갈 게 없는 이런 싸가지 없는 자식을 봤나? 그래, 애비한테 이런 열여덟 이라고라고라? 이런 싸가지 없는 놈의 자식아?

도로씨 8 : 잠깐만이요, 아부지. 시방 뭐라 했어라? 싸가지요?

흥보 : 그래 싸가지!

도로씨 8 : 아, 맞소 사요, 4! 울 식구들이 없는 거, 싸가지요.

흥보 : 그렁게 4×10+4=44당!

흥보네 아이들 : 그럼 3, 6, 9, 18, 33, 44! 로또 몰러 나간다. 로또 후리러 나가세. 후여 후여 로또 사냥을 나간다.(흥보네 식구들 ‘미션 임파서블’ 음악에 맞추어 강강술래로 퇴장.)

 

마당수아 : 이리하여 로또에 당첨된 흥보는 벼락부자가 되었겄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로또보다 수익성 좋은 사업에 빠지는 데, 이름하여 ‘바다 이야기’였던 것이었다. 흥보와 자석들이 퇴폐와 향락에 빠져서 흥청망청하고 있던 어느 날, 흥보 바다 이야기에 거금을 배팅하여 벼락만 맞으면 되는데!

 

무대 한 편에 중개석이 마련되어있고, 흥보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공간에 물고기들 대기 중에 있다. ‘박명수의 [바다의 왕자]’ 음악이 흐른다.

 

말뚝이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강남구 대추동에 위치한 성인 오락실 ‘바다 이야기’입니다. 지금 흥보 선수 아주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자, 해설에 봉사 심학규입니다.

심봉사 : 안녕하십니까. 바다 이야기의 선구자. 치고 빠지기의 명수 봉사 심학규(검은 선글라스를 썼다.)입니다. 오늘 경기는 흥보 선수의 오랜 숙원인 올인 대박이 관건입니다.

말뚝이 : 그럼, 자세하게, 정확하게, 여러 가지로 흥보 선수의 전략을 말씀해 주시죠.

심봉사 : 자세할 건 없구요, 제가 아직은 안구 이식수술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뵈는 게 없거든요. 지금 흥보 선수의 입장과 똑같습니다. 눈에 뵈는 게 없는 상태인 거죠.

말뚝이 : 그럼, 이번 판이 흥보 선수의 마지막 판이 되겠군요. 벼락이냐 나락이냐?

심봉사 : 네, 하지만 오늘만은 왠지 흥보 선수 대박을 잡을 확률이 높아 보이네요. 이제 가자미, 멸치, 문어, 오징어, 새우, 대게, 로얄 스트레이 플러시에다가 멍게와 해삼까지 ‘풀 하우스’입니다.

말뚝이 : 아, 그러면 이제 고래만 뜨면 대박을 터뜨리는 거네요. 백만 스물 두 배죠. 억만 장자 탄생의 순간, 땀에 손을 쥐는 순간입니다.

심봉사 : 아, 이어지는 찬스 저기 나오는 게 고래, 고래, 맞죠? 상어는 아닌 것 같네요.

 

모두들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는 가운데 드디어 나타난 술고래 임꺽정. 말뚝이와 심봉사 3초간 입을 벌리고 말을 하지 못한다.

 

말뚝이 : 아, 저게 뭡니까? 고래는 고랜 것 같은데요.

심봉사 : 아, 말도 안 됩니다. 저건 술고래, 임꺽정 선수네요. 네, 안타까운 일입니다. 한 마디로 ‘꽝’인 거죠.

임꺽정 : 그려, 꽝이여 꽝. 어 취한다.(비틀대면서 퇴장)

베토벤 [운명].

흥보 : (절규하며)완전히 망해 부렀어. 망해 부렀다구.(울면서 무대를 한 바퀴 돌아 퇴장한다.)

말뚝이 : 아, 하지만 흥보 선수 실망하기엔 이릅니다. 로또 대박이었으니 아직은 재기가 가능하겠죠?

심봉사 : 아닙니다, 아니에요. 제가 앞서 말했듯이 흥보 선수 그동안 씀씀이가 워낙 큰데다가 너무 자주 ‘바다 이야기’에 다니다 보니 오늘 완존히 쪽박 차는 날이라더군요.

말뚝이 : 네 안타깝습니다. 이상 ‘바다이야기’에서 엠버서 스포츠 캐스터 말뚝이, 아나운서 심봉사였슈.

 

이때 김건모의 ‘제비’ 노래에 맞추어 흥보와 물고기들 울면서 퇴장한다.

 

아침, 점심시간에 연습하는 우리를 지켜봐주고 재미있게 웃어주었던 친구들이 있었고, 연재명 교감 선생님께선 창가에 살며시 오시어 우리들의 연습을 보고 미소를 짓고 가시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성실, 근면한 정성만 선생님과 김순영 선생님, 그리고 소중한 친구들의 맛있는 간식과 격려 덕분에 많은 힘이 되었고 그로인해 더욱 열심히 하게 되었습니다.

 

5. 놀보와 콩나무

 

베토벤 [운명].

아나운서 : 각설하고, 시간이 길어져서 대충대충 허리를 좀 자르자. 놀보 마노라 또 다시 가위바위보를 이기고는 명품을 사러가다가 강남구 대추동의 제비를 만나, 제비의 뛰어난 언변에 속아서 전 재산이 든 서류 봉투를 주고 콩 하나를 가지고 돌아온다. 하지만 생활력이 강하고 성실한 놀보는 자신이 가위바위보에 진 것을 한탄할 뿐이다. 그래도 실의에 빠지지 않고 상황을 극복하려고 놀보, 눈물의 콩을 심는디.

 

놀보 : 가심 아프게 가슴 아프게, 가심이 아프긴 아픈디. 이 콩 한 번 심어보자. 이 콩을 심거들랑 검은콩, 작두콩일랑 나오지 말고 두근두근 콩콩, 우당탕탕 킹콩도 나오지 말고 그냥 콩나물 콩이나 나와서 콩나물 장사나 해서 꾸역꾸역 살게 해주시라. 우리 마누라랑 제발 가위바위보에 이겨서 다시는 쓸데없는 짓을 못하게 하여사라.

놀보 마노라 : 사랑, 사랑 내 사랑아! 우리 여보 낭군이여. 다음 생에 태어나도 놀보 남편 만나게 하여사라. 마누라 잘못 얻어 전 재산을 날리고도 다시 한 번 살자하는 내 사랑 좋을시고. 얼씨고나 좋을씨고. 누가 우리 낭군을 성낼 노자 놀보라고 하였을까. 누가 우리 낭군을 수전노, 왕소금이라 하였을까?

놀보 : 콩 봐라 콩 봐라 콩바라 헤야 합 콩바라 콩바라 헤야 합. 얼쑤, 굳게 다문 입술 사이로 무거워진 가슴을 끌어 안아 어슴푸레져 가는 우리 집안을 살리련다. 어디부터 잘못 됐나? 이제 우린 어디로 가나. 얼쑤 콩. 콩 봐라 콩 봐라 콩 봐라 에야 합. 우린 콩으로 일어날 콩가루 집안. 콩콩콩 콩콩!

 

아나운서 : 콩나무는 쑥쑥 자라나 하늘을 뚫고 올라간다. 콩나무에 올라가 콩을 따던 놀보 구름 위에서 괴물을 만난다. 괴물에게 만병통치약인 토끼의 간을 주고 황금알을 낳는 닭을 바꾸어 온다. 놀보, 콩나무에서 내려와서는 콩나무를 베어버린다.

놀보 : (황금 알을 낳는 닭을 들고)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법. 정성껏 땀 흘리면 이렇듯이 하늘이 돕는 법. 내가 우리 마누라를 잘 얻어서 비록 중년에 조금 힘은 들었으나 그 천성이 고와서 이혼청구소송, 위자료 청구소송을 내지 않았더니 이렇듯이 하늘이 복을 주네. 이제 누가 쓸 데 없이 가위바위보로 가산을 탕진할 것이며, 로또니 바다이야기로 일확천금을 노릴 것인가? 땀 흘리세, 우리 모두 땀 흘리세.

놀보 마노라 :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다. 어화 둥둥 내 낭군. 바다처럼 넓은 아량으로 날 살린다.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도 우리 놀보 낭군과 한 평생 가위바위보나 하면서 살아볼라네. 가위바위보!

놀보 : 아이고, 저놈의 가위바위보가 우리를 죽다 살렸으니 작은 내기나 하면서 살아 볼까나.

 

다시 가위바위보를 한다. 이번에도 놀보는 주먹을, 놀보 마노라는 보다.

 

놀보 마노라 : 오모. 내가 이겼네.

놀보 : 아따, 이놈의 여편네가 가위바위보 한두 번 하나? 어서 손 좀 펴 보드랑게.(손을 보이게 하며) 나는 왕가위, 마노라는 식탁보! 그럼 누가 이겼드라나? 만세! 드디어 2승이다. 와, 만세. 이제 자주 하드라고.(놀보 웃으면서 ‘왕가위! 왕가위!’를, 놀보 마노라 ‘여보 영감!’을 부르며 퇴장한다.)

 

영화 ‘부에노스 아이레스’ 주제곡 ‘해피투게더’ 음악이 흐른다.

 

2011년 11월 3일.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날이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콩당콩당 뛰는 심장에게 ‘조금만 참아주면 안되겠니? 이젠 조금 후면 끝나니까? 정말 마지막이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자!’ 다짐하고 기도하며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우리는 이른 아침, 분장을 하기위해 삼삼오오 모였습니다. 아침 일찍 나오느라 채우지 못한 허기진 공간에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채웠으며, 분장을 통해 자신들의 달라진 모습을 보며 마치 자신이 연극배우가 된 것처럼 마냥 좋아하는 친구도 있었고, 결혼식 때 속눈썹을 부쳐 보고 처음 해본다는 친구, 바쁜 와중에도 ‘배우들은 이런 일들을 어떻게 매일 할까?’ 염려하는 친구 등등.

다들 들뜬 마음을 가지고 명동 YWCA 극단 마루에 도착했습니다. 왠지 우리를 반기는 것처럼 좋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연습을 실전처럼! 실전을 연습처럼! 하늘이야기, 아~자!”라고 구호를 외치며 다시 한 번 서로를 격려하였습니다. 작았지만 무거운 무대 앞으로 나와서 심사 위원님, 선생님, 친구들 앞에서 그동안 우리 친구들의 숨은 실력과 가슴에 묻어두었던 끼를 그들 앞에서 하나가 되어 자신들의 배역에 충실히 임하였습니다. 이렇게 명동 YWCA 극단 마루에서 ‘하늘이야기’는 꽃을 활짝 피웠습니다.

또한 우리들의 ‘하늘이야기’는 서울학생동아리 한마당 연극마당에서 서울 시내 28개 중·고등학교 젊은이들과 청춘을 만끽하며 어깨를 나란히 겨룰 수 있었습니다.

 

6. 흥보의 테마

 

육각수 [흥보가 기가 막혀].

마당수아 : 흥보가 기가 막혀…… 성님이 동상을 나가라고 한 그 사연이 여기에 있었던 거야…… 다시 흥보네 가족 반성의 8행시를 읊는디.

도깨비 : 도-도대체 어딜 보고 있는 거야

레드 데블 : 레-레몬처럼 겉만 번지르르한 과일보다

미친 소 : 미-미숫가루처럼 몸에 좋은 것,

파앝들었슈 : 파-파릇파릇 돋는 새싹을 키우듯이

솔직한 걸 : 솔-솔깃솔깃한 요행수 바라지 말고

라알라리 : 라-라면으로 간식을 먹으면서 허리띠 졸라매요

시커멍스 : 시-시도도 해보지 않고서 노력도 않고서

도로씨 8 : 도-도리도리 고갯짓 하는 당신 너무 미워요.

흥보 마노라 : 도레미파솔라시도 도시라솔파미레도

흥보 : 도로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마당수아 : 네, 여러분. 마당극 [하늘 이야기] 어떻게 보셨습니까?(모두 재밌게 봤다고 이야기 한다.) 재밌게 보셨다구요. 네, 그럼 내년 마당극 [배비장뎐]을 기대하면서 올해 마당극 [하늘 이야기]를 모두 마치겠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개그 콘서트 마무리 음악이 울린다. 모든 출연자 무대로 올라와서 즐겁게 춤을 춘다. 조명 서서히 꺼진다.

 

11월 5일, 과학실에서 우리들의 무대는 이어졌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등굣길, 아직도 주위에 어둠이 깔려 있어서 조금은 무서워 발걸음이 나도 모르게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아직은 사람이 무서운 나이?) 거기에 날씨도 제법 추웠습니다. 우리들의 마음도 날씨를 닮아 가는지 조금은 서늘하고 을씨년스러웠습니다. 우리들은 또 다시 오는 순번대로 분장을 시작하였고 틈틈이 대사를 외우며 코 밑(입)을 즐겁게 하기위해 손을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드디어 과학실에서의 공연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공연시간이 되었는데도 빈자리가 너무 많아 공연이 20여분 지연되었고, 추운 날씨와 지연된 공연으로 우리들의 기분은 조금 상하였지만 공연은 무사히 마치게 되었습니다. 우리들은 추운데 저녁이나 먹고 가자하며 추어탕 집에서 자축을 하며 간단한 강평회를 하였습니다.

그날 공연 후 어떤 언니는 심지어 몸살로 다음날 결석을 하는 모습을 보며 일을 함에 있어 마음과 생각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바쁜 일정에도 시간을 쪼개어 마음을 나누며 열심히 연습한 친구들에게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진심으로 보내며, 음향으로 수고한 우리의 귀염둥이 이재윤, 김우현, 연기 지도와 분장, 소품까지 리얼리티를 위해 사비를 들여서 수고하신 정기복 선배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뒤에서 조용히 우리들을 지켜봐주신 외유내강일 것같은 김석범 선생님, 친구처럼 편안하신 최용준 선생님, 이쁘고 똑똑한 김순영 선생님, 차량으로 수고하신 구수한 시골 아저씨 같은 고언정 중학교 교장선생님, 영국 신사 교무부장 이용재 선생님, 우리들에게 늘 웃음과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개그맨 임청수 선생님께 감사 또 감사를 드립니다.

끝으로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고 풍성하게 할 수 있도록 짜장면, 탕수육을 제공해주신 고민주 교장선생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연출을 담당하면서 좋은 경험과 좋은 친구들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고, 화려한 하나의 배역을 맡기보다는 큰 숲을 볼 수 있는 시야를 갖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친구(언니)들아, 너희들이 있어 행복했단다. 좋은 추억 가슴에 안고 늘 행복하자구나.

아! 기대된다! 고등학교에선 어떤 추억 만들기가 우릴 기다릴지~

하늘!

이야기!

환청처럼 우리들의 파이팅 소리, ‘하늘!, 이야기!’가 이명(耳鳴)이 되어 울린다. 아마도 중학교 졸업의 정말 좋은 선물이 아니었을까 하는 믿음이 선명하고 아름다운 진홍색의 철쭉처럼 배경으로 남았던 마당극 하늘이야기의 추억이었다.

 

하늘이시여 !

늘~ 꿈꾸어 오던

이상의 푸른 나래를

야경이 찾아오기 전, 이렇게

기회를 허락하심에 감사해요.

 

안녕하세요. 편지로 파란 꿈을 펼쳐보는 방송, 편파방송 정성만입니다. 오늘은 당신고등학교 1학년 6반 이영애 학생의 글입니다. 자신의 이름을 ‘산소같은 여자’ 이영애 씨처럼 생각해달라는 대단한 자신감의 소유자입니다. 작년 당신중학교 3학년 때 함께 했던 서울학생동아리한마당 연극마당의 수기, 한 번 들어보시겠습니다.

 

내 나이 오십을 넘고 이제 결혼한 지 삼십 년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네 명의 자식을 둔 가정주부가 되어 있다. 다행히도 모든 자식들은 별 다른 사고 없이 잘 자라서 이제는 모두 대학 과정을 마치고, 큰애는 결혼을 시키고 둘째는 대기업에 다니고 셋째는 그렇게 어렵다는 공무원이 되었다. 고집쟁이 막내아들은 한양대 공대를 다니고 있다.

여러 방면에서 제 나름대로의 활동을 하고 있으니 별로 배운 것 없는 어미로서 자식 교육에는 상당히 성공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식들의 성장이 바로 내 인생의 전부였다. 그러나 이제는 내 인생을 향하여 늦깎이 배움의 터전에 발을 내딛음을 하나님께 감사한다.

학문의 문턱이 너무나도 높았던 나의 사춘기 소녀 시절. 그러나 결코 후회하진 않는다. 자상하고 멋진 남편을 만나 순탄하고 원만한 가정을 이루고 행복을 누리며 살고 있다. 그리고 나에게 참으로 잊지 못할 추억이 있다면 연극 ‘하늘이야기’에 흠뻑 빠졌던 60일의 추억이 아닌가 싶다. 연출자 구원순이 “언니, 우리 연극하자. 응?” 그래서 지나가는 소리로 “그래, 하자!” 고 했는데, 막상 연극 연습을 하고 보니 이건 정말 내가 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아니야!’ 연습을 하면서도 ‘난 못해.’ 내 마음 속에서는 자꾸만 갈등이 생겼다. 그냥 빠질까도 생각해 보았다. 대사 몇 줄 되지 않는데 어떻게 그렇게도 암기가 안 되는지 기억력과 순발력도 감소된 내 나이를 탓해보았지만 시간에 묻히고 웃음에 묻히고, 내일 다시 하자, 하는 다짐으로 묻혔던 연극 연습은 그렇게 무르익어 갔다. 팀원들 모두 열심히 하는 걸 보니 나에게도 없던 시나브로 자신감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모두들 서로를 격려해주고 사랑으로 안아 주니 연극연습 하는 동안 언니, 동생들의 유대관계도 더욱 더 좋아졌다.

처음엔 뭐가 뭔지 몰라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어느 날 정기복 선배님, 아니 선생님이라고 해야 어울릴 것 같다. 우리 연극 연습을 잠시 바라보시더니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연극에서의 교통정리를 아주 잘해주셨다. 철부지 우리들은 힘이 생겼다. 이제는 좀 뭐가 되어가는 것 같아 기분이 매우 좋았다. 같은 만학도라는 사실, 동병상련의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통해서라고 내 마음대로 생각했다. 왜냐하면 우리 임청수 선생님은 조금 무서웠으나 정기복 선배님은 우리와 같은 만학도라는 사실이 뭔가 통하게 했다고 나는 감히 생각했다.

드디어 실전의 날이 되었다.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정기복 선생님께서는 최정숙 언니와 내가 분장 시간이 제일 오래 걸린다고 일찍 오라고 하셨다. 남편은 나를 격려해주었고 고맙게도 학교까지 차로 태워다 주었다.

우리는 한 사람, 한 사람 분장이 끝날 때마다 놀람과 함께 함성을 질렀다. “예쁘다!”, “멋지다!” 라고 서로 위로해 주면서 ‘잘 해야겠다!’고, ‘실수하지 말고 잘 하자!’고 서로 다짐했다.

정기복 선생님은 우리들을 아주 예쁘게 꾸며 주셨다. 학교차를 타고 서울 YWCA 극단 마루에 도착했다. 막상 무대에 서니 떨리고 긴장되고 1인 2역을 하려니 어리둥절했다. ‘실수하지 않아야 할 텐데!’라는 걱정을 하면서 ‘실전에 강한 우리 팀이니 잘할 수 있을 거야!’라는 자신감을 갖고 연극은 무사히 잘 마치게 되었다.

수업 대신 단체로 관람을 와 준, 늦깎이 동료들의 박수 소리가 한결 우리들을 격려해 주었다. 연극이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새삼 느꼈다. 내가 연극인이 되어보니 드라마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 지, 여러 연극인들의 고된 훈련과 연습의 힘듦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끝으로 임청수 선생님, 정기복 선배님 겸 선생님, 그리고 연출자 구완순, 오재연, 그리고 여러 팀원들 모두모두 사랑합니다. 또한 임청수 선생님의 멋진 시나리오가 있음으로 해서 오늘 연극이 성공리에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잘 써주신 임청수 선생님께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아참, 항상 우리에게 간식과 음료수를 제공해 주신 김순영 담임선생님, 정성만 담임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고생 끝 행복시작~~!! 파이팅~!!

 

“벌써 1년 전 일입니다. 우리 임청수 부장님과 우리 당신중학교 3학년 1반과 2반, 늦깎이 학생들이 만들어낸 ‘하늘이야기’. 방과후학교 시간에 시간을 쪼개서 함께 했던 순간, 순간들이 정말 소중한 추억이 되기를 빕니다. 임부장님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성만 선생님. 사실은 마당극이란 게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주연 배우 한두 사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자기희생과 자기 양보에서 시작한 이번 마당극도 예전처럼 그렇게 우리 마당극반 ‘문창’과 함께 했던 모든 학생들에게 아주 소중한 경험의 장이 되었다니 정말 감사할 뿐입니다. 두 분 담임 김순영, 정성만 선생님의 지도와 관심 덕분입니다.”

“네, 이영애 학생에게는 대불대학교가 드리는 문화상품권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매주 화요일 MBC 표준FM 라디오 95.9MHz 여성시대 2부 순서 ‘파란만장 나의 성공기’에 자신의 성공기를 방송할 수 있는 후보가 되시겠습니다. 아름다운 성공기 부탁드립니다. 지금 여러분이 듣고 있는 방송은 다음 커뮤니케이션의 인터넷 라디오 방송, 편지로 만들어가는 파란 꿈같은 방송 편파방송입니다. 저희는 임청수, 정성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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