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이삼일기

연작소설[이삼일기]

madangsoi 2014. 1. 21. 20:25

  천호중학교 2013학년도 2학년 3반과 함께 하는 연작소설[이삼일기]!

  아이들의 꿈과 함께 합니다^^

이삼이상그이상(2013학년도2학년3반).hwp

아싸! 황해!

 

 

엄서영(연출), 권세아(조연출)

 

 

 

 

 

 

 

   2013년 어느 가을 날, 우리 ‘황해(黃海)’팀은 천호 예술제 무대에 올랐다. 그로부터 약 한 달 전쯤에 우리 ‘황해(黃海)’이 만들어졌다. 한국방송공사, KBS 개그콘서트의 코너 중 하나인 ‘황해(黃海)’는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 ; 음성과 개인 정보, 낚시를 합성한 용어)’을 통해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상황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황금만능의 부도덕한 상황을 풍자를 통해 비판하여 관객들의 웃음을 뿜어내는 작품이었다. 2학기 국어 3-(2)단원 이강백 선생님의 ‘들판에서’를 공부하면서 선생님은 우리에게 실제적인 예술제 프로젝트에 대해 말씀하셨다. 엄밀히 말하지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2학년 1학기 국어 3-(2)단원 연암 박지원의 ‘양반전’ 단원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는 편이 옳겠다. 그때는 선생님의 지나가는 말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2학기 국어 수업시간마다 임흥수 선생님은 ‘사장’역에 김범용을 앉히려고 하셨다. 하지만 김범용의 거부로 사장 역은 최창연이 맡게 되었다. 그렇게 임흥수 선생님의 황해 캐스팅은 진행되었다. 어느 날 나와 예원이는 뜬금없이 조연출과 분장의 자리를 맡게 되었다. 거의 강제적이었다.

   ‘황해(黃海)’에서는 보이스 피싱 장면도 하나의 웃음거리지만 김을 먹는 장면도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내는 장면 중 하나이다. 처음에 김을 먹는 역의 배우는 지성현과 조상훈이었다. 하지만 조상훈이 연습 때마다 나오지 않아 신종민이 김 먹는 역을 맡게 되었다. 그렇게 캐스팅은 마무리되었다.

   드디어 2013년 9월 30일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우리는 대본을 받고 7월 21일자 개콘 ‘황해(黃海)’를 봤다. 7월 21일 ‘황해(黃海)’ 내용은 신조어에 관한 내용이었다. 우리는 그 날 이후로 점심시간마다 모여서 연습을 하기로 했다. 첫 연습은 모두가 대본만을 보고 약간의 연습과 함께 대본을 읽었다. 연습을 한 번 끝내면 우리는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목소리가 작다거나 조금 더 오버를 해야 한다는 것 같은 사소한 곳도 꼼꼼히 살펴봤다. 수정할 부분도 수정하고 추가할 부분도 추가했다. 그렇게 우리만의 ‘황해(黃海)’ 대본이 완성되었다.

   임흥수 선생님께서는 배우뿐만 아니라 스태프들에게도 시나리오를 가지고 배우들과 함께 읽어 내려가게 하셨다. 아이들은 자신의 일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의 일까지 모두 알고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이유는 명확했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서 만역의 일을 위한 조치라는 것이었다. 만일, 즉 만에 하나라도 그날 배역을 맡은 친구가 아프거나 기타의 이유로 무대에 서지 못 할 경우를 생각한 것이었다. 그래서 연출과 조연출이 있고, 음향도 둘, 분장도 둘, 미술에 기록까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점심시간 연습에 한두 명이 빠지면 자연스럽게 연출과 조연출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우리들의 시스템은 우리가 사는 사회처럼 누군가가 그 자리를 비우게 되더라도 그 사회가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이 대체할 수 있어야 지속가능하다는 사회학의 가르침이기도 했다.

   처음에 우리가 가장 서먹서먹해 한 것은 우리들의 구호였다. 연출인 서영이가 오른손으로 무먹을 쥐고 ‘아싸!’ 하고 외치면 배우와 스테프 모두가 같이 오른손 주먹을 들어 ‘황해!’하고 외치는 것이었다. 입에 붙지 않아서 자꾸만 시작과 끝나는 시간이 길어졌지만 시간이 갈수록 ‘아싸!’와 ‘황해!’는 우리들의 추임새가 되어갔다.

   배우들 중 가장 지적을 많이 받은 사람은 박진관과 최창연이었다. 박진관은 '신입이'역이었다. 앞에 책상을 놓고 연기를 하기 때문에 책상위에 놓인 대본을 보고 읽다보니 목소리가 작아졌다. 최창연은 연습 때 잘 나오지 않았었다. 그러다 사장역이 이다현으로 바뀔 뻔한 적도 있었다. 최창연 역시 목소리가 작았다. 지적을 해주니 애드리브도 많아졌고 목소리 크기도 커졌다. 배우들은 처음에 대본을 어떻게 외우냐고 불평을 했었지만 몇 십 번을 계속 연습하니까 저절로 외워졌다. 2-3반 교실에서 연습을 하다 보니 구경하러 오는 애들은 포복절도(抱腹絶倒)하면서 임흥수 선생님의 매서운 눈빛을 피해가며 웃어주기도 했다.

   예술제 일주일 전부터 우리는 필요한 소품을 가져왔다. 의상부터 전화기, 인형, 가발 등등 필요한 소품들을 챙겼다. 음악도 준비했다. 10월 12일 토요일에 우리는 집중적으로 연습을 하기로 했다.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에 아이들 모두가 모우기가 어려웠고, 몇몇 남자 애들은 축구에 미쳐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날 선생님이 단골 미용실에서 실습용 가발을 빌려오셨다. 가발은 턱없이 작았고 선생님의 머리에 있던 가발은 점점 올라가 빠질 것만 같았다. 애들은 모두 폭소했다. 폭소를 안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정말 웃겼다. 지금 생각해봐도 웃음이 나온다. 연습이 끝나고 선생님이 햄버거를 쏘셨다. 핫크리스피 버거 세트였다. 약간 매웠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우리는 햄버거를 먹으면서 ‘황해(黃海)’를 봤다.

   예술제 3일 전! 금요일 5, 6교시에 우리는 체육관에서 리허설을 했다. 마이크 위치는 어떻게 할 것인지 조절했고 목소리 크기까지 체크를 했다. 무대 동선까지 맞춘 후 내려왔다. 창의인성부장 안덕근 선생님의 매서운 질타에 ‘신입이’ 진관이도 자신의 단점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는 점에 공감하고 있었다.

   드디어 2013년 10월 21일 예술제 날이 밝았다. 아침 7시 30분까지 학교로 모였고 빠진 소품은 없는지 대본은 다 외웠는지 마지막 확인을 했다.

   9시 30분에 1부 공연은 시작되었다. 우리 순서는 가운데쯤이었다. 막이 오르고 연기는 시작되었다. 1, 2학년들은 물론 선생님들까지도 폭소를 자아냈다. 성공적인 무대였다. 나는 연습하는 것을 매일 봐서 그런지 재미없을 줄 알았지만 반응들은 최고였다. 최고의 무대의 막이 내리고 배우들은 무대에서 내려왔다. 2부 무대도 막이 올랐지만 3학년들이라 그런지 반응이 없어 보였다.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반응은 없었다. 우린 절반만 성공한 느낌이었다.

   예술제가 완전히 끝나고 23일 수요일에 선생님이 또 치킨 버거를 쏘셨다. 이번에는 해단식을 겸한 잠깐 동안의 이별을 위한 자리였다. 선생님의 설명이 그랬다. 이번 예술제 준비부터 끝날 때까지 햄버거를 세 번이나 먹었던 것 같다.

   이렇게 우리들의 ‘황해(黃海)’ 무대는 완전히 막을 내렸다. 2학년 애들 중 3학년에 올라가면 개그 동아리가 생긴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었다. 이 정도로 후회가 없을 만큼 재미있었다. 이렇게 정리를 하다 보니 지난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나에게 또 하나의 추억거리를 만들어주신 임흥수 선생님과 함께 웃고 즐겼던 친구들에게 감사한다.

 

   아싸! 황해!

이삼이상그이상(2013학년도2학년3반).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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