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이삼일기

두근두근 앨버트로스를 타고 날아라

madangsoi 2014. 1. 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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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앨버트로스를

 

 

 

 

 

 

도원재혁의 꿈이 영그는 우리 집

 

 

 

두근두근 앨버트로스를 타고 날아라

 

임흥수

 

 

 

 

 

   상현이가 두 발 자전거를 타고 씽씽쌩쌩 달려가던 여름밤에 재혁이는 새로 산 퀵보드를 타고 있었습니다. 상현이 동생은 상현이에게 물려받은 네 발 자전거를 타고 땀이 나도록 내달렸지만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재혁이는 애써 퀵보드를 타면서 부러운 마음을 감춘 채 아빠와 엄마에게 배스킨라빈스 31에 가자고 떼를 썼습니다. 달콤한 베리베리스토리베리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부러운 마음을 잊고 싶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주변의 친구들이 두 발 자전거를 타는 걸 보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네 발 자전거에 대한 두려움으로 한 동안 자전거를 멀리 하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다른 아이들보다 한참이나 늦게 산 새 퀵보드에 대한 호기심이 더 강했기에 두 발 자전거를 타야겠다는 생각은 점점 더 멀어져 갔습니다.

 

   아빠는 [두 발 자전거 배우기]라는 동화책을 사가지고 왔습니다. 10월 22일에 이사를 하면서 잊고 있었던 자전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우리 동네 맞은편 건영 4차아파트로 이사 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재혁이의 자전거 ‘앨버트로스’도 이사를 가야 했습니다. 아빠는 재혁이의 자전거 ‘앨버트로스’를 며칠 더 두었다가 두 발 자전거로 만들면서 새 집으로 가져가자고 했습니다. 11월 7일 대학수학능력시험 보는 날로 날짜까지 못을 박았습니다. 그날부터 4일간 쉬게 되는 아빠는 이 4일 동안 재혁이에게 두 발 자전거 타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고 했습니다. 두 개의 보조 바퀴를 떼는 것부터 계획을 세웠습니다. 아빠가 떼느냐, 할아버지가 떼느냐? 아니면 자전거 가게에 가서 돈을 주고 떼느냐? 하는 조금은 복잡해 보이는 재혁이의 두 발 자전거 타기 프로젝트가 무르익어가고 있었습니다. 11월 7일 목요일은 생각보다 더디게 다가왔습니다.

재혁이의 ‘앨버트로스’가 비상(飛上)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바람 타고 달려라]를 읽고 나서 재혁이의 네 발 자전거는 바람타고 달리는 ‘앨버트로스’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네 발 자전거는 두 발 자전거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조차 재혁이는 몰랐습니다. 그저 열심히 달리는 것만으로 좋았습니다. 태권도장에서 태권도를 배우면서 놀이를 했습니다. 축구와 야구에 몰두했습니다. 야구장과 축구장에도 가보고, 운동장에서 축구와 야구도 해 보았습니다. 그냥 좋은 것보다 해서 좋은 것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자전거는 조금 달랐습니다. 누군가와 부딪히면 크게 다칠 수도 있었습니다.

연재만화 [메이플 홈런왕] 시리즈와 함께 야구의 하나에서 열까지를 모두 배웠습니다.

대전광역시에 위치한 화폐박물관에 가서 돈의 가치와 의미, 그리고 역사를 배웠습니다.

보라매공원의 보라매 상(像) 앞에서 태권도(跆拳道)의 가르침, 질서와 인내, 그리고 양보를 배웠습니다.

VIPS에서 식사 에티켓을 음식 흡입을 하면서 배웠고, 스폰지밥에게서 개그를 배웠습니다.

여자 친구에게 매너를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은민이 돌잔치에서 배웠습니다.

가족은 소중한 것이라는 사실을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의 상징 Mont Blanc에서 배웠습니다.

무슨 말인지는 잘 몰랐지만 주인공 우정이가 오빠와 나누는 말이 정말 멋져 보였습니다.

‘나는 앨버트로스. 바람을 탄다! 이렇게.’

‘일곱 번 넘어지고 일곱 번 지는 거야. 그런데 절대 울면 안 돼. 반드시 웃어야 해. 그러면 마법이 일어나서 저절로 잘 타게 돼!’

알 듯 말 듯한 두 인물의 말을 곱씹으면서 재혁이는 두 발 자전거를 타는 꿈을 꾸었습니다. 하지만 새로 산 침대에서 재혁이는 자주 악몽을 꾸었습니다. 신나게 두 발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가 그만 도림천으로 곤두박질치는 꿈이었습니다. 그럴 때면 친구들이 손가락질을 하면서 마구 웃어댔습니다. 더욱 화가 나는 것은 엄마랑 아빠, 누나, 그리고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입을 가리고 무척 재미있다는 듯이 남들과 함께 맨 앞에서 웃으면서 서 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정말 화가 났습니다.

 

   2013년 11월 7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일, 아빠는 2호선 봉천역에 있는 삼성프라자 2층 소비자보호센터에 가서 누나의 고장 난 스마트폰을 고쳐가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날마다 다운되는 데스크탑도 컴퓨터 가게에 가서 고쳐 왔습니다. 그리고 재혁이 네 발 자전거의 보조 바퀴를 떼러 두 정거장 거리에 있는 서림동 사무소를 지나 현대 아파트 입구를 지나서 삼천리 자전거 가게로 향했습니다. 보조 바퀴를 떼고, 자전거 받침대를 4천 원에 샀습니다. 자전거 받침대를 사면 자연스럽게 보조바퀴를 떼어주었습니다. 아빠와 할아버지의 고민은 그렇게 쉽게 해결되었습니다. 아빠는 팔꿈치 보호대와 무릎 보호대를 샀습니다. 두 발 자전거를 처음 타는 재혁이에 대한 걱정과 배려였습니다.

   오후 1시 30분 재혁이의 앨버트로스가 재능어린이집에 등장했습니다. 코끼리 반 여섯 살 동생들이 아빠와 앨버트로스를 보고 재혁이에게 참새떼처럼 달려가 알렸습니다. 재혁이는 달뜬 마음에 앨버트로스와 아빠를 번갈아 보면서 웃었습니다. 코끼리반 여섯 살 동생들이 잘하고 오라고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아빠가 이야기해주었던 [노란 손수건]이라는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가족이란 어떤 잘못도 이해하고 용서하며, 사랑으로 품어주는 희생과 사랑의 ‘노란 손수건’이 되어주는 버팀목이라던 이야기가 재혁이의 긴장된 어깨를 편안히 품어주었습니다.

   11월의 햇살은 재혁이가 두 발 자전거와 데이트 하는 날을 엄마품처럼 따사롭게 품어주고 있었습니다.

   앨버트로스는 조금 불안했지만 조금씩 속도를 내서 달렸습니다. 처음 타는 것치고는 잘 달려주었습니다.

서원동 할아버지댁 앞 골목길에서 조심조심 네 발 자전거를 타는 마음은 정말로 신나면서도 한 편으로는 무서웠습니다.

여름의 끝자락 입추(立秋) 즈음, Off-Road에서 신나게 도림천을 네 발 자전거로 달리는 마음은 정말 신이 났습니다.

보조 바퀴를 떼어낸 자리에 검은색 받침대를 받치고 두려움을 감추고 팔꿈치와 무릎 보호대로 달뜬 가슴을 달랬습니다.

   문제는 회전을 하는 것인데 그 때마다 조금씩 균형이 무너졌습니다. 자꾸만 한 쪽 발이 땅에 닿았습니다. 아니 땅에 디딘다는 편이 옳았습니다. 직진보다 회전이 어렵다는 것은 네 발 자전거도 마찬가지였지만 네 발 자전거는 보조바퀴 덕에 거의 넘어지는 법이 없었습니다.

   아빠는 두 발 자전거 타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멈추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다음이 느리게 달리는 것이었고, 가장 쉬운 것이 빨리 달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브레이크 잡는 법부터 배웠습니다. 왼손 쪽을 당기면 앞바퀴가 멈추고, 오른손 쪽을 당기면 뒷바퀴가 멈췄습니다. 그리고 브레이크는 서서히 잡아야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했습니다. 급하게 브레이크를 잡으면 내리막길 같은 데에선 자전거가 뒤집힐 수 있어 위험하다고 했습니다. 그 다음은 스스로를 믿으라고 했습니다. 자신을 믿으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신관중학교 운동장은 작지만 아주 포근한 새들의 둥지를 닮아서 정말 편안했습니다.

   재혁이는 도림천 산책로를 달립니다. 자전거도로를 달리면 좋겠지만 이제 이틀째 두 발 자전거를 타는 마당에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예상했지만 생각 외로 일곱 살 초보 두 발 자전거 운전자에 대한 시선이 살갑습니다.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는 아빠에게 오히려 격려를 해줍니다. 자전거를 배우고,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치는 아들과 아빠의 모습이 보기에 좋았던 모양입니다. 재혁이는 초록색 산책길보다는 옹벽 쪽의 콘크리트길이 안심이 되는 모양이었습니다. 좁은 길을 지나 넓은 수변무대에 이르러서야 안심하는 듯이 신관중학교에서의 안정감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핸들이 물가로 조금만 향하면 브레이크를 잡고 서둘러서 내렸습니다.

   안심이 되지 않는 모양입니다. 어제의 용기는 어디로 갔는지 도무지 진전이 없는 것 같더니 수변무대의 넓은 공간과 만나자 한일태권도장의 용감한 예의 태권소년이 되어 이단옆차기를 할 것처럼 앨버트로스를 타고 하늘을 날듯이 자전거를 타고 있습니다.

   재혁이가 손과 발을 주무르며 노랫말인지 시인지를, 구시렁구시렁 거립니다. 아마도 이런 얘기였을 것입니다. 가슴 설레게 다가온 두 발 자전거 타기는 분명 긴장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제의 재혁이는 처음 타는 두 발 자전거를 여유만만하게 타지 않았던가요? 하루하루 사람이 되어가는 재혁이. 동물과 인간의 중간에 있다고 보지만 아직은 인간보다는 동물에 가깝다고 아빠는 생각합니다. 본능에 가까운 그 마음은 이렇게 두렵지만 행복한 시가 되었습니다.

 

 

두 발 자전거 타기는 무섭게 즐겁죠.

 

손보다, 팔보다 가슴이 두근두근

발보다, 다리보다 심장 두근두근

신관중학교 운동장에선 내가 슈퍼맨

어제 첫날보다 오늘이 왜 더 무섭지?

신관중 운동장은 넓고 사람도 없지,

도림천은 물가에다 사람도 많잖아.

겁나지, 떨리지, 긴장되지, 그래서

무섭지, 그래도 사랑, 대견스럽지.

 

무서운 두 발 자전거 든든한 날개죠.

 

아빠는 재혁이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합니다.

“재혁아, 자신의 마음속 브레이크를 잘 잡을 수 있어야 너의 두 발 자전거, 재혁이의 ‘앨버트로스’를 신나게,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거야, 알았지! 재혁이랑 도원이, 너희들은 아빠, 엄마에게 든든한 마음속 브레이크인 거야, 고맙다! 사랑한다!”

 

재혁이의 두 발 자전거 타기 프로젝트

 

 

두근두근 앨버트로스를

 

 

 

 

 

 

 

 

 

 

 

 

도원재혁의 꿈이 영그는 우리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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