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초1~4학년-임재혁일기

처음처럼

madangsoi 2015. 9. 26. 15:05

 

 

 

 

 

 

 

 

 

 

 

 

새벽 속리산고속버스

서울경부발 세종시행

06시45분 출발, 화면은

09시19분 도착이라던

추석전날 교통정체로

도착예정 시간은 주는 대신

점점 늘어만 가는 이 시간

버스 안 텔레비전 화면 속

어리버리한 고교 남학생과

예쁘고 똑똑한 여학생의

버스 속 프로포즈가 귀 대신

눈으로 읽힐 때 수없이 들었던

이어폰에 대한 향수는 말한다.

당신의 이어폰을 꽂아봐, 지금

밑져야 본전이잖아, 어서 해봐봐

아냐, 전용 헤드셋이 있어야해

둘 중 하나야 세상은 표준이 있어

맞거나 맞지 않거나, 시도 해봐봐

수없는 갈등 속에 이어폰을 들어

내측 22번 속리산고속 우등버스

earphone hnp-901에 꽂는다

역시 들리지 않는다, 그럼 그렇지.

아, 채널이 보인다. 돌린다, 들린다

박동수와 장미수의 좌충우돌

시한부 사랑에 눈물 속 미소 가득

벽화 대신 아파트 외벽을 그리는

붓장이의 사랑만들기는 순정만화

이어폰을 꽂아볼 시도도 못하는

우리 학교 아이들에게 죽음은

애초에 꿈도 꿀 수 없는 질타에

주눅이 들어 사는 건 아닐까?

자신의 시한부 삶의 장례식은

자신이 참석하지 않는 콘서트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라스트

콘서트에서 박동수란 대역의

아름다운, 자랑스러운 상주역할

엄마, 나 이렇게 잘차랐어.

유언 남긴, 장미수에 심장소리

박동수가 급상승하다가 이내

장미가시처럼 훑어져간다.

세종시 도담천에서 자전거 놀이

재혁이는 자신감을 싣고 달리고

아내는 지구의 자전처럼 마냥

초보 자전거 놀이 무섭게 하는

도담도담 도담천 처녀 비행

하는 행복도시 세종의 오후

추석은 단풍처럼 푸르죽죽

오르막을 오르는 세종의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