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 1 : 문화대국 대한민국
정연재 청와대 비서실장이 천호중학교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8시였다. 타임캡슐과 관련된 친구들과 가족들이 어느새 100여명이 모여 들어 있었다. 25인승 버스 10대가 출입이 쉬운 후문을 열고 주차장과 식당 옆으로 늘어섰다. 정연재 비서실장이 하얀이를 보이면서 웃었다. 다들 오늘 이 날에 일어날 일들을 예견이라도 한 듯 25인승 버스에 올라탔다. 굽은다리역 4거리를 지나 천호대교를 지나 남산을 바라보며 청와대를 향했다. 다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오늘 밤 30년 묵은 이야기들을 하리란 기대로 상기되어 있었다. 청와대 영빈관에서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다. 타임캡슐에 실린 이야기들부터 자녀이야기, 부모님들 이야기. 하룻밤으로 모자란 이야기들이 영빈관의 깔끔하고 담백한 음식들의 가짓수만큼이나 도란도란 섞여나갔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정연재 비서실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대통령께서 2040년 12월 19일 수요일 대한민국 제25대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당연히 강동구와 천호동에 선거운동 때부터 인사드리러 가셔야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6년 전 원인모를 교통사고로 뇌를 크게 다쳤는데 천만다행으로 구사일생 목숨을 건졌다는 사실을 여러분들도 보도를 통해 알고 계실 겁니다. 문제는 외부의 상처는 모두 나았는데 부분기억상실증이 왔다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었습니다. 정치적 도발이었다는 설도 있었고요, 자해였다는 억측까지 있었으니까요. 아무튼 이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대통령께서는 진보진영의 단일후보가 되셨고 보수진영의 여당 후보를 5% 포인트차로 이기고 대통령에 당선되는 기적을 이루셨습니다. 아마 사실 오늘도 우리들이 30년 전에 준비했던 [타임캡슐] 프로젝트 역시 청와대가 아닌 천호중학교나 강동구민회관에서 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오늘 새벽 우리가 잊지 않고 고대하고 있었던 그 시간에 양방언의 [Frontier] 알람이 울렸습니다. 저 역시 양방언의 음악에 심취되어 알람 정지 버튼을 누를 생각도 없이 마냥 전곡을 듣고 있었죠. 그러다 정신을 차렸습니다. 대통령께 보고할 시간이 10분도 채 남아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제타스마트폰을 들고 달려갔습니다. 그때 대통령이 제게 A4용지에 친필로 이렇게 써주셨습니다.”
정연재 비서실장은 컵에 든 물을 한 잔 마시고 말을 이었다.
“Timecapsule Project 2044. 04. 04. Mon 04:44:44. 대통령은 부분기억상실증을 조금씩 극복하고 계셨거나 아니면 스스로 부분 기억상실증인 것처럼 행동하셨다고밖에 볼 수 없었습니다.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 ; 정신을 한 곳에 집중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한자성어가 이런 것이구나, 하고 생각하니 참 무서운 분이시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비서실장이 저는 물론 가족들까지도 몰랐던 겁니다. 대통령은 이렇게 오늘 아침 30년의 약속을 지켰습니다. 대통령은 대한민국이라는 세계최강의 문화대국을 만드는 콘텐츠개발자가 되었습니다. 오늘 여기 모인 우리 천호중학교 친구들, 그 가족들, 그리고 천호중학교와 함께 살았던 모든 분들! 우리들에게 꿈을 꾸게 하셨던 여러 선생님들과의 약속, 아니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얼마나 실천하고 자신의 진로(進路)를 위해 땀 흘리셨나요? 꿈을 이루었든, 중간에 바꾸어 다른 꿈을 향해 노력하든 우리는 통일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국민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대한민국만의 발전과 안녕을 위해 보력하기보다는 세계인 모두가 문화를 통해 상생하고 화합하고 우주개발을 통한 이익을 서로 나누는 지구촌의 가족이 되기를 바랍니다. 전세계는 한 가족이고 우리가 세계인의 통합에 문화대국의 힘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흐흠! 제가 갑자기 정치가로서의 모습을 보였네요. 죄송합니다. 모쪼록 오늘 청와대 영빈관의 만찬이 여러 천호가족과 우리 친구들에게 소통과 화합의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대통령은 결국 영빈관에 들러서 인사를 하지 않았다. 2044년 12월 21일 수요일에 제26대 대통령 선거에 중간평가의 의미로 4년 중임제의 책임 대통령으로서의 평가를 받기 위해서였다. 대통령이 마련한 만찬은 사전선거운동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2045년 2월 24일 금요일 대한민국 제26대 대통령 취임식이 광화문 광장 특별식장에서 벌어졌다. 역대 대통령들이 식장에 차례로 앉았다. 그들은 행복해 보였다. 기대수명 110세 시대의 47세 4년 중임제 대통령은 앞으로 4년 더 대한민국의 콘테츠개발자로서 문화대국 대한민국을 세계인의 조력자이자 조정자로서의 콘텐츠 개발에 매진할 것이었다.
2049년 2월 25일 퇴임한 김서진 대통령은 제27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였다. 김서진 대통령은 비서실장이자 남편인 정연재 국회의원과 함께 자리하였다. 한때 MBC 평일 8시 뉴스 메인 앵커였던 정연재 비서실장은 넓은 발을 이용하여 많은 인맥을 가지고 있었다. 편이 2라면 적이 1이었다. 김서진 대통령의 대쪽 이미지의 한계를 극복하게 한 사람이 바로 정연재 비서실장, 아니 현 강동구을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차차기 대통령에 대한 포부를 밝히고 있으며 엔터테인먼트 아나운서의 꿈은 대통령 퇴임 후의 꿈으로 간직하고 있겠다고 했다.
농담처럼!
2049년 3월 26일 MBC 시사매거진 2580이 김서진 대통령과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사실 선생님께서 제가 천호중학교 3학년 당시, 선도부였던 정비서실장과 총학생회장 정정혁, 2학기 학급회장 이강희 씨에게 통일캠프 때 해주셨던 스토리텔링을 들을 때만 해도 농담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2014년 대통령께서 러시아와의 독도, 알마타 공화국에너지개발프로젝트 발표를 계기로 북한은 2,000만 인민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하는 일이 어렵지 않게 되었잖아요.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이후의 화성(火星, Mars)우주도시개발사업과 달(Moon)우주도시개발사업 과정에서 대한민국이 미중일러, 영불독과 함께 G8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면서 독일식 통일이 아닌 대한민국식 통일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여기서 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씀, 이탈리아의 바티칸처럼 대한민국의 ‘바티칸’을 생각하고 하셨던 그 농담을 생각해냈어요. 비서실장의 농담같은 제안을 제가 비서진들과 함께 이야기했죠. 그리고 우리가 보았던 당시 흥행에 실패한 영화 [나의 독재자]를 생각했죠. 당당하게 자신의 배역에 몰입하여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모습은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존감마저 버리고 ‘사표’를 ‘샘표 간장’으로 만들면서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아버지의 모습을 그려내는 설경구(김성근 역)씨의 연기력! 가끔은 배역이 연기자를 잡아먹는 경우가 있는데 설경구(김성근 역)씨가 그랬죠. 역할의 빙의,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스파링 파트너로서의 모습은 무척 낯설지만 눈에 익은 장면이라면 현실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으나 인식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국민배우 최민식 씨가 만들어냈던, 이순신 장군 빙의가 만들어낸 당시 영화 [명량]의 1,800만 신화까지 고전(古典)은 현실의 좋은 모티브가 되었어요. 선생님의 농담처럼 민족적 의사의 통합은 대한민국을 경제력과 국방력에서 더 이상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가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안정되고 평화로운 나라, 복지와 소통의 자유민주주의의 모범이 되게 했죠. 선생님께서 말하셨잖아요. 이야기꾼의 상상력은 연금술사들을 자극하고 연금술사들의 도전정신은 과학자들의 소중한 자산이 되고, 과학자들의 융합력은 결국 인간의 이야기를 현실로 만든다고요. 결국 선생님의 농담은 약소국 대한민국을 세계 속의 문화대국 대한민국으로 현실화하는데 작지만 소중한 제재가 되었어요. 정말 우습죠!”
Timecapsule Project 2044. 04. 04. Mon 04:44:44!
그날 선생님은 오지 않았다. 아마도 우리들끼리 이야기하길 원하는 듯했다. SK Tellecom이 약속했던, ‘100년의 편지’ 동영상이 선생님의 말씀을 대신했다. 우리들은 선생님의 편지 동영상을 보면서 ‘Timecapsule Project 2044. 04. 04. Mon 04:44:44’의 의미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현실!
하지만 긍정의 힘은 기대수명 110세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보험이라는 생각을 했다. 인생이모작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솔개처럼 40~50년 된 발톱을 뽑는 아픔을 견디고 새 다시 시작하기 위해 발톱이 날 때가지 자숙하고 인내하면서 부리를 간다고 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절반의 인생, 40~50년을 준비하라고 하신 듯하다.
자녀 교육을 위해, 이제는 손자와 손녀 교육을 위한 다양한 자료가 ‘Timecapsule Project 2044. 04. 04. Mon 04:44:44’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세대 간의 소통은 어른, 노장(老壯)의 실천에서 비롯된다고 하고 있었다. 부모가, 어른이 실천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이 본받기를 바라는 것은 죄악(罪惡)이라고 말씀하시고 있었다.
선생님은 부러 오늘을 택해서 시베리아 여행을 가신 듯 했다. 알마타공화국에서 메머드를 바라보고 계실 것이다. 황○○ 박사의 복제 메머드 ‘아사달’을. 대한민국(大韓民國)의 위대한 생명공학의 꽃이 우리 민족의 1,000년 영달을 기대하게 하였고, 그것이 이제 현실이 되고 있었기 때문이므로.
'2014인문책쓰기(타임캡슐2044)'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타임캡슐2044]관련사진1 (0) | 2015.04.18 |
---|---|
Epilogue 2 : 천호예술제 2044 (0) | 2015.04.18 |
16. 독서, 스토리텔링, 그리고 졸업콘서트 (0) | 2015.04.18 |
15. 대한민국 초등학교 1학년 사람 만들기 (0) | 2015.04.18 |
14. 나라사랑캠프 2014 (0) | 2015.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