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인문책쓰기(타임캡슐2044)

16. 독서, 스토리텔링, 그리고 졸업콘서트

madangsoi 2015. 4. 18. 23:00

타임캡슐(편집최종탈고)16.hwp

2015년 2월 5일 목요일

- 졸업식 과제 : 독서는 나의 힘! 읽고, 쓰고, 말하고, 들으면서 재구성하는 습관 기르기!

 

 

 

 

 

 

 

“두서없이 중얼거리는, 알아들을 수 없는 [좀머 씨 이야기]를 읽고!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았죠. 책의 향기, 독서감상문입니다. 10년 전에 당신정보산업고등학교 1학년에 따닐 때 썼던 독서감상문이라고 합니다.”

“네, 그럼 ‘좀머 씨 이야기’ 속으로 한 번 빠져 봅시다. 편파방송 레츠 고오!”

 

몇 년 전에 이 책을 구입해 놓고는, 부끄럽지만 끝까지 읽지 않은 채, 책을 책꽂이에 꽂아 두었었습니다. 그러다가 한 여름에 방학 과제라는 부담감을 안고서야 이 책을 읽어 낼 수 있었습니다.

잊고 지내왔던 어린 날의 단편적인 기억들……. 어린 소년의 성장 과정을 따라 내 어린 날의 추억들도 함께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구슬치기, 딱지치기 등을 하느라 하루해를 보내기도 했고, 담에 올라가서 발끝에 중심을 실어 걸어 다니기도 했었습니다. 기차가 다니던 길도 어린 날의 나에겐 즐거운 놀이터였습니다. 철로에 귀를 대고 있으면 기차가 어느 정도에서 오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기찻길 안쪽에 몇몇 친구들끼리 누워 있다가 기차가 오기 전에 잽싸게 빠져 나오는 것으로 무모한 용맹심을 테스트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주인공 소년의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을 읽으면서 나의 어린 시절 자전거 타는 과정이 떠올랐습니다.

어린이용 자전거가 있었지만 가정형편상 엄두도 나지 않았고, 아버지의 큰 자전거를 수없이 넘어뜨리고 상처가 나면서 조금씩 자전거에 익숙해지게 되었습니다. 자전거 타기는 책 속의 주인공이 그러했던 것처럼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전거를 배움으로써 먼 거리도 빠르게 다녀올 수 있어 당시로서는 대단한 교통수단이었습니다. 양 길가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코스모스 길을 달릴 때면 세상의 무엇도 부러운 게 없을 만큼 행복했습니다. 어린이용 자전거를 갖고 싶은 마음만 있었을 뿐, 가져보지도 못한 채 성장함에 따라 오토바이를 갖고 싶었고 성인이 되어서는 자가용을 갖고 싶었습니다.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갖고 싶은 것도 소박한 거와는 멀어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미스 풍켈 선생님의 발작적인 히스테리에 주인공 소년이 상처받고 자살을 생각했던 부분 또한 우리의 어린 시절을 고스란히 담아 놓은 듯합니다. 어린 시절에는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줄 알았습니다. 내가 주인공이고 주변의 사람은 조연이어서 주인공이 죽으면 드라마는 끝나는 것처럼, 내가 사라지면 세상도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모두가 나의 죽음을 아파하고, 괴로워하며 나의 존재를 두고두고 잊지 못하면서 살게 하고, 이런 상상을 하는 것은 황홀하고 행복하기까지 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보았고 가까운 친지들의 죽음도 있었습니다. 아무리 가까운 가족 관계라도 그들에 대한 그리움, 아픈 마음은 세월 속에 점차 묻혀 감을 알게 됩니다. 나 또한 이렇게 될 수 있을 존재라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산다고 죽은 사람만 불쌍하다는 말이 맞다고 생각되는 것은 그들이 잊혀져가기 때문입니다. 언제 내 가까이 이런 사람이 있었나, 싶을 만큼 그들은 불면 손끝에서 날아가 버리는 재만큼의 의미를 주지 못하게 되는 것이 슬펐습니다. 말이 삼천포로 빠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현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좀머 씨를 책 속에서 처음 보았을 때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좀머 씨에 대해 과거에 어떻게 살았는지 설명이 없었기에 그 사람에 대한 상상은 얼마든지 가능했습니다. 때가 2차 대전 직후였기 때문에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아 정신이 돈 것이 아닐까? 괴로움을 잠시라도 떨쳐버리기 위해 그렇게 쉼 없이, 목적 없이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닐까? 전쟁을 혹독하게 치른 피해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가만히 놔두시오!’ 고집스럽게, 분명하게 그가 말을 했을 때 그가 미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머 씨가 목적 없이 걷는 것도, 늘 똑같은 길을 쉬지 않고 걷는 것도, 이 사람의 삶의 방식일 수도 있을 거라는, 다만 우리와 같지 않게 살기에 우리에겐 미친 것처럼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년이 세상 속으로 들어가면서 좀머 씨가 사라져 버리는 것은 잃어버린 우리의 천진함을 말하는 것인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좀머 씨는 각박하게 사는 오늘날의 우리 현대인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목적도 없이 바쁘게만 어딘가를 가야만 한다는, 쉬려해도 쉴 수 없는 정신이 여유롭지 못한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요? 우리의 ‘빨리! 빨리!’ 근성을 얘기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에서 그의 말은 좀체 알아들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저 “빨리, 빨리!” 어디를 가야할 것도 같고 바빠서라고 두서없이 중얼거리는, 알아들을 수 없는 그의 말이 그의 행동 속에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요?

책 속의 어린 소년은 그를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좀머 씨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내가 어른이기 때문인 것도 같습니다. 어린 시절을 돌아보게 하고 추억할 수 있던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우리 국어선생님께서 알려주신, ‘임청수의 독서박사가 되기 위한 10계명!’을 소개 하겠습니다. 믿지 않으시겠지만 직접 경험해 보시면 임청수 선생님처럼, 아니 저처럼 일 년에 적어도 100권 이상의 책을 읽을 수 있을 겁니다. 믿든 그렇지 않든 선택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임청수의 독서박사가 되기 위한 10계명!

 

1. 무가지와 스마트 폰은 버려라!

2. 동화책을 읽어라!

3. 음식처럼 독서도 편식은 금물이다!

4. 베스트셀러는 독서를 망친다!

5. 쪽잠처럼 쪽독서가 정답이다.

6. 전반은 독후감으로, 후반은 명상으로 대신하라!

7. 콩나물시루에서 배워라!

8. 영화, 드라마와 접목하라!

9. 고전은 중학교 때 마스터하라.

10. 읽고 후회하라, 후회하면서 읽어라!

 

“네, [좀머 씨 이야기]를 통해 2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에서 많은 사람들이 실존(實存)의 문제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다고 하죠.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실존주의라고 합니다.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처럼 자신이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실존주의는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독서를 통해 자신이 살아 있음을 인식했으면 좋겠습니다.”

“임청수 선생님의 ‘독서박사가 되기 위한 10계명!’은 지금도 유효한가요?”

“네, ‘믿든 그렇지 않든 선택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속에 답이 있습니다. ‘독서박사가 되기 위한 10계명!’에 대해서 더 궁금하신 게 있으면 편파방송 홈페이지에 오시면 더욱 자세한 설명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임부장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이어서 임청수 선생님과 함께 하는 ‘책을 만나다!’ 시간입니다. 오늘은 [소설 속에서 국어 교과서 읽어내기] 라는 주제입니다. 임청수, ‘책을 만나다!’ 레츠 고.”

2002년 11월 30일 토요일. 중앙일보 문화면 ‘문학의 향기’에 실린 하나의 기사를 보는 순간, 나는 내 지적 갈증을 한 순간에 치유할 수 있는 문학의 오아시스를 발견한 듯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순간부터 나의 독서는 교과서와 참고서에 매몰되었고, 그나마 읽어 내려가게 되는 것들도 짧은 소설이나 수필의 수준을 넘지 못했다. 늘 지적 목마름에 읽을 만한 책이 없다는 푸념이 핑계의 전부였다. 가끔 들르는 서점의 코너들은 역겨운 돈 냄새로만 느껴졌다. 그것은 아마 내겐 자위였다. 그런 내게 핑계의 무덤을 파헤쳐 준 것은 김탁환의 소설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과의 만남 덕이었다. 하나의 계기가 사람들의 사고를 한층 키워주는 것이라는 확신은 대학 7년간의 경험에서 알게 되었던 나만의 노하우. 그래서 인지 이날 나는 두 마리의 월척을 잡는 수확한다. 낚시를 꺼리는 내게 그것은 행운이라기보다는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커다란 수확이었다.

황석영의 [손님]과의 만남. 천재 이야기꾼 황석영. 하지만 그는 미군 장갑차에 깔려 산화한 의정부 여중생들의 아픈 상처가 전국토에 메아리치던 어느 날, 이상 기류 속에서 만난 낯선, 아니 낯익은 모습이었다. 황해도 신천에서 벌어졌던 우리 민족 내부의 역사!(황석영은 신천을 직접 답사하였다. 이일로 인해 그는 귀국 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사회에서 격리되는 아픔을 겪기도 한다.) 샤머니즘으로 불리는 전통과 프로테스탄티즘으로 대변되는 기독교적 개혁사상 사이의 갈등이 빚어낸 한국판 ‘아우슈비츠’라고 역사적 평가를 내리는 황석영의 글쓰기를 멍하니 바라보는 나의 시각은 우리가 너무도 쉽게 ‘망각의 강’에, ‘레테’의 심연(深淵)에 빠져드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냄비 근성’이라는 소리가 과연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나를 슬프게 했다.

필요가 발명을 낳았듯이, 사회적 이슈와 독서가 아우러지는 순간에 지적 호기심은 배가된다는 사실을 과연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위편삼절(韋編三絶)을 몸소 실천하신 공자나 세종대왕과 비교할 수 없는 범인(凡人)인 내게 있어서도 필요는 분명한 지식의 각성제임에 분명하였다.

[사씨남정기(謝氏南征記)]라는 소설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필사본 시대의 지적(知的) 다툼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는 [서러워라……]는 소설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소설의 힘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배고픔을 이겨내며 절치부심(切齒腐心), 와신상담(臥薪嘗膽)을 하던 장옥정은 끼니를 아껴 소설을 읽을 정도로 이야기의 역할을 절대시하는 일련의 모습을 보여준다. 중전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옥정에게 소설(매설)은 정치적 거울로 인식되어진다. 옥정은 서인의 정신적 지주인 김만중을 제거하기 위해, 김만중의 소설 [구운몽(九雲夢)]을 모티브로 하여 새로운 소설의 가능성에 일종의 도박 아닌 도박을 감행한다.

남해의 노도(怒島)에 유배되어진 김만중의 소설을 강탈하기 위해 스파이를 파견하고자 하는 장옥정에게 그의 오빠 장희재는 모독(冒瀆)이라는 필명의 매설가를 추천한다. 모독이 누구인가? 남한산성의 비극으로 인해 간첩 혐의로 패가한 가문의 사람이 아니던가. 그래서 스스로 이름을 숨기고 당상관의 꿈을 꾸다가 연좌제에 의해 꿈이 깨어진 자가 아닌가? 또한 그는 필사본 시대의 최고의 매설가로서 옥정이 빈곤하던 시절 매설의 원본을 거저 주던 추억 속의 그대 아닌가?

모독은 [창선감의록(彰善感義錄)]의 작가 졸수제 조성기의 문하에서 이야기를 배운다. ‘백능파’라는 엽기적인 그녀와의 이루지 못할 사랑을 위해 모독은 김만중과의 신의마저도 버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던가. 모독은 현실의 원칙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쾌락원칙을 찾으려는 근대로의 이행기 속에 살았던 진보적인 사람으로 각인되어진다. 이인화의 [영원한 제국]에서 보여지던 이인몽의 모습처럼 김탁환의 ‘모독’은 진리의 모색이라는 측면에서 같은 줄기를 가지고 있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처럼 절대적인 지식을 지키기 위해 추리적 수법을 따라 가면서, 진리의 한 축을 찾아가는 그들의 모습.

이인화와 움베르토 에코의 냄새가 난다는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비록 옷은 그들의 옷을 입었지만 혈관을 흐르는 맥박과 맥박 사이의 간격은 그들과는 전혀 다른 박동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역시 추리 소설의 핵심은 반전의 반전이 아닐까? 서포 김만중의 [사씨남정기]와 모독의 [서러워라……]의 이분법적 저술. 그리고 [주자요어]에 교묘히 숨겨지는 심리적 압박감. 화재(火災) 속에서 자신의 작품을 가져갈 것을 요구하는 서포. 박운동(朴運動)의 심리적 작전의 성공. 하지만 박운동의 죽음으로 다시 사건은 미궁에 빠져 들고, 숙종의 압박이 다가올수록 일신의 불안을 소설 [사씨남정기]로 일순에 반전을 꾀하는 장옥정.

[구운몽]의 성진이 바랬던 세계가 8첩(팔선녀)을 거느리려는 김만중의 욕망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용(龍)으로 상징되는 왕권이야말로 8처뿐 아니라 18처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결국 [구운몽]이 혁명의 전주곡이라는 모함 아닌 모함! 장옥정은 좌포청의 황매우(黃梅雨)를 노도에 급파하여 사건을 마무리하려 하고, 그 순간 서인의 상징인 김만중은 ‘일생의 역작’, [사씨남정기]를 남기고 사라져 간다. 백능파의 명예욕을 감지한, 김만중과 모독의 절묘한 [사씨남정기] 바꿔치기. 그리고 황매우의 백능파에 대한 순수하고 황홀한 사랑. 박운동의 주검을 부른 흑암(黑巖)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안개처럼 앞뒤 분간이 어렵던 사건의 전말이 서서히 드러나게 된다. 결국 후일담의 옷을 입고 세상에 알려지게 되는 [사씨남정기]의 정체. 그리고 김춘택을 거쳐 이덕무에게 전해지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역사적 회오리.

장르상 로맨틱 역사 추리 소설 정도로 장황하게 불리어질 이 소설의 장점은 쉽게 읽힌다는 점이다. 그것은 낯익은 문체와 구성, 그리고 그 속에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과 상황 판단 능력. 소설의 시대를 읽어 가는 훈훈한 인간적 시각. 이 모든 것이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을 읽어 가는 내게 작지만 커다란 파장으로 다가왔다.

물수제비를 뜨는 가볍고 즐거운 생활 문학, 하지만 예리하게 물수제비의 자적을 면밀하게 파악하는 김탁환 교수의 다음 궤적(軌跡)이 궁금하기만 한 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문학에 대한 사랑과 학문에의 열정을 행동으로, 생활로 받아들이려는 그의 따뜻한 학자적 양심 때문이다. 오랜만에 소설 속에서 국어 교과서의 작품을 읽어내는 기회를 얻다니, 감사할 따름이다.

 

“네, 임청수 선생님의 ‘소설 속에서 국어 교과서 읽어내기’ 잘 들었습니다.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수시에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교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함께 듣겠습니다. 윤시내가 부릅니다. 공부합시다!”

- 임흥수 장편소설 [편파방송] 중 ‘독서는 나의 힘’ 전문.

자신의 생애, Story Telling으로 작문하기

 

 

 

 

 

 

 

스토리텔링을 위한 자료 수집은 정말 중요합니다!

여러분들이 걸어온 길, 걸어갈 길을 위한 이정표랍니다.

그들이 가진 재능, 탤런트를 의미 있게 재구성해서 스토리로 텔링하는 법을 배웁시다.

항상 시나리오를 작성하면서 자신이 걸어온 길을 멋지게 재구성합시다.

거짓말이 아니라 개연성 있게 우리들이 땀방울을 향기롭게 가꾸어 봅시다.

셀카를 찍듯이, 친구와 사진을 찍어 두듯이 자신의 학창시절을 글과 사진, 동영상 등으로!

외출을 하면서 새 옷을 사는 것이 아니라 세탁하고 다림질을 하는 마음으로 내실을 기하는 단단한 학생이 되어 봅시다.

1. 다양한 재료와 다양한 방법으로 맛있는 요리를 만들 듯이 자신만의 빛깔과 향기에 맞는 스토리텔링(Story Telling) 써보기!

 

2. 자신만의 빛깔과 향기에 맞는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을 작성하기 위한 다양한 재료와 다양한 방법 준비하기.

 

3.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실제로 계획하고 실천하는 스토리텔링(Story Telling) 기법 익히기.

-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찾아가면서 이를 생활기록부에 자국 남기기.

 

4. 과감하고 다양하게 써보고, 고쳐보고, 다시 써보기.

- 원고지 뒷면에 쓸 내용 처음, 중간, 끝으로 구성하기!

 

5.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듯이 정서하는 방법 익히기.

- 연필로 쓰고 검정색 볼펜으로 마무리 한 후 지우개로 지우기!

 

6. 쪽 독서를 통한 독서를 생활화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기면서 자신의 진로를 위한 로드 맵(Road Map) 만들어 가기.

 

7.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은 논술(論述)이 아니다. 하지만 스토리텔링은 논술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고 깊이 있고 다양한 독서를 통해 논리적인 사고 키우기.

 

8. 적절한 인용은 독자의 흥미를 유발함과 동시에 글의 신뢰성과 흥미성을 배가할 수 있다.

- 적절한 인용은 폭넓은 독서에 대한 증거이자 깊이 있는 사고력을 담보할 수 있다.

 

9.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진리를 습작(習作)과 패러디(Parody)를 통해 스스로 실천으로 느껴보기.

- 어린이가 부모님과 선생님을 따라하듯이 우리들의 창작은 모방에서 시작된다.

 

10. 한우불고기버거와 호주청정우불고기버거처럼 김치스파이시치킨버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열린 시각이 필요하다. 우리들의 꿈은 우리들의 꿈의 크기만큼 달라질 수 있다.

 

 

독서와 Schema, 그리고 습작과 작문능력

 

짜장 곱빼기 한 그릇

 

 

 

 

 

 

 

서울시 강동구 천호1동 24시 짬뽕, 짜장 3,000원 집에는 아침부터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테이블이라고는 겨우 열세 개밖에 안 되는 이곳 효장짬뽕은 부부가 함께 짬뽕과 짜장면을 만들어 파는 곳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2,000원이었지만 일하던 알바생들을 8시간 3교대에서 2교대로 하면서 한 명을 내보낸 것이 벌써 3년 전이다. 이어서 일 년에 한 명 꼴로 알바생들을 내 보냈고 20년 넘게 이어온 2,000원의 꼬리는 마지막 알바생을 보내고 난 후의 일이었다. 이제 회갑을 넘긴 부부는 2,000원에서 3,000원으로 가격을 올리면서도 김치와 깍두기, 단무지만은 항상 모자람 없이 준비하고 있었다. 게다가 짜장면과 찰떡궁합을 이루는 고춧가루도 직접 시골 동생 집에서 직접 가져다 쓰는 등 국산만을 고집하는 경영철학으로 원가절감뿐만 아니라 건강과 위생에 대해서도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올해도 막 장사를 마치고 동네 사람들과 간단한 음식들을 만들어서 효장짬뽕에서 송년 모임을 하려고 하는데 통유리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리고 부부보다 나이가 조금 어려보이는 오십대의 엄마가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두 아들을 데리고 효장짬뽕으로 들어섰다. 주인 부부는 금세 그들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30년 전, 그러니까 1994년 즈음이었다. 그때는 지금의 가게보다 두 배가 넘는 30개의 테이블이 자리 잡고 있었고 배달원도 4명이나 되는 잘 나가던 효장짬뽕이었다. 그때 부부는 막 서른이 좀 넘었으므로 활기 넘치게 장사를 하고 있었다.

배달원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홀에서 일하던 직원 넷도 보너스를 주어서 돌려보내고 한 해를 마무리하던 그날 10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다른 날보다 두 시간 일찍 문을 닫고 이웃과 함께 먹을 탕수육과 팔보채, 양장피를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이십대 후반이나 삼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엄마가 초등학교 저학년 쯤 되어 보이는 아들 둘을 데리고 효장짬뽕에 들어섰다. 겨울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가을 가디건을 겹쳐 입은 엄마와 유행이 지난 검은색 잠바와 회색 잠바를 입은 두 아들은 탕수육 소자를 주문했다. 보기에 배가 많이 고파보이는 아이들을 위해 주인아주머니가 주문을 도왔다.

“탕수육 소자를 드시는 것보다 세트를 주문하세요. 14,000원에 탕수육 소자와 짜장면 두 그릇이 나옵니다. 게다가 오늘은 특별히 10,000원에 추가 할인 되거든요. 많이 드릴게요.”

“네, 그럼 그렇게 해주세요. 그리고 앞 접시 하나 더 주시고요, 가위 좀 주세요.”

“여기 13번에 탕짜면 세트 하나요!”

“13번에 탕짜면 세트 하나!”

주인아저씨도 덩달아 기분 좋게 주인아줌마의 주문을 되풀이 했다. 주인아저씨는 탕수육은 중자로, 짜장면은 보통보다 조금 많이 담아내었다.

“13번에 탕짜면 세트 하나! 나갑니다.”

맛있게 요리된 탕수육 중자와 짜장면 곱빼기에 가까운 보통 두 그릇이 13번 테이블에 세팅되었다. 엄마는 아들 둘을 위해 짜장면을 십자로 잘라 주었다. 아들 둘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짜장면의 절반을 약속이라도 한 듯이 엄마의 옆 접시에 덜어내었다. 엄마의 옆 접시가 넘쳐나고 있었다. 엄마는 미안한 듯이 아까운 짜장면을 서둘러 입으로 가져갔다. 순간 세 사람은 웃었다. 그리고는 정말 천천히 짜장면과 탕수육을 엄마 먼저, 아들 먼저!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하면서 11시가 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섰다. 구석의 13번에서 이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효장짬뽕에 모인 천호1동의 상인들은 의식하지 않는 듯하면서도 그들 가족의 무사 안녕을 빌어주고 있었다. 13번 테이블이 비자 주인 부부는 서로에게 말을 걸었다.

“아니, 줄 거면 짜장면 곱빼기로 주지 그걸 그냥 보통으로 줍니까? 인색한 양반 같으니라고.”

“너무 많이 주면 다음에 또 오기가 거북할까봐 반 덩이를 절반으로 나누어 얹어 주었어. 그리고 당신도 봤겠지만 탕수육은 거의 중자 이상이었다고. 뭘 알고 따지셔.”

부부는 서로의 마음 씀씀이에 짓궂게 장난으로 손가락질을 하면서도 얼굴은 만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주인 부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신가네빈대떡집 사장도 웃고, 멸치국수집 부부도 웃었다. 다들 그렇게 웃으면서 마치 자기 일이라도 되는 듯이 부부의 선행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음 해에도 젊은 엄마는 두 아들을 데리고 효장짬뽕의 송년회 시간을 준비하는 열시가 넘어서야 문을 두드렸다.

“탕수육 세트를 주문할게요. 아직도 10,000원에 탕수육 소자와 짜장면 두 그릇이 나오나요?”

“네, 그럼요. 그리고 앞 접시 하나에 가위도 준비할 게요. 여기 13번에 탕짜면 세트 하나요!”

“13번에 탕짜면 세트 하나!”

주인아저씨도 덩달아 기분 좋게 주인아줌마의 주문을 되풀이 했다. 주인아저씨는 탕수육은 중자로, 짜장면은 보통보다 조금 많이 담아내었다.

“13번에 탕짜면 세트 하나! 나갑니다.”

맛있게 요리된 탕수육 중자와 짜장면 곱빼기에 가까운 보통 두 그릇이 13번 테이블에 세팅되었다. 엄마는 아들 둘을 위해 짜장면을 십자로 잘라 주었다. 아들 둘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짜장면의 절반을 약속이라도 한 듯이 엄마의 옆 접시에 덜어내었다. 엄마의 옆 접시가 넘쳐나고 있었다. 엄마는 미안한 듯이 아까운 짜장면을 서둘러 입으로 가져갔다. 순간 세 사람은 웃었다. 그리고는 정말 천천히 짜장면과 탕수육을 엄마 먼저, 아들 먼저!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하면서 밤 11시가 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섰다. 구석의 13번에서 이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효장짬뽕에 모인 이웃의 상인들은 의식하지 않는 듯하면서도 그들 가족의 무사 안녕을 빌어주고 있었다. 13번 테이블이 비자 주인 부부는 서로에게 말을 걸었다.

“잘 했어. 오늘은 눈치 채지 않게 한 덩이를 둘로 나누어서 내놨는데, 잘 했지?”

“잘 했어요. 엄마는 작년에 입었던 그 가을 가디건을 안과 밖을 바꾸어서 입었더라고요. 동생은 형이 입던 검은 점퍼를 입었고 형은 낡았지만 세련된 남색 점퍼를 입었더라고요. 가난해 보였지만 아이들이 참 엄마를 위하는 모습이 정말 눈물이 나서 감추느라 혼이 났어요.”

해마다 효장짬뽕은 영업이 잘 되어서 가게를 확장하고 인테리어도 바꾸게 되었지만 13번 테이블은 항상 12월 31일에는 예약석이 되었다. 그 테이블만은 바꾸고 싶지 않았지만 오히려 세 모자에게 부담이 될까봐 고민 끝에 바꾸기로 했지만 위치는 바꾸지 않았다. 형은 이제 교복을 입고 예의 남색 점퍼를 입고 왔고 동생은 형에게서 물려받은 검은색 점퍼를 입고 왔다. 예의 13번 테이블에 앉아서 주문을 한다.

“탕수육 세트를 주문할게요. 그런데 짜장면 곱빼기로 하면 얼마를 더 내야 하지요?”

“네, 천 원씩만 더 내시면 됩니다. 앞 접시 하나에 가위도 준비할 게요. 여기 13번에 탕짜면 세트 하나요! 짜장면은 곱빼기 둘!”

“13번에 탕짜면 세트 하나! 짜장면은 곱빼기 둘!”

주인아저씨도 덩달아 기분 좋게 주인아줌마의 주문을 되풀이 했다. 주인아저씨는 탕수육은 중자로, 짜장면은 곱빼기보다 조금 많이 담아내었다.

“13번에 탕짜면 곱빼기 세트 하나! 나갑니다.”

맛있게 요리된 탕수육 중자와 짜장면 곱빼기보다 눈에 띠게 많은 곱빼기 두 그릇이 13번 테이블에 세팅되었다. 엄마는 아들 둘을 위해 짜장면 곱빼기를 십자로 잘라 주었다. 아들 둘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짜장면의 절반을 약속이라도 한 듯이 엄마의 옆 접시에 덜어내었다. 하지만 엄마의 옆 접시가 넘쳐나지 않고 있었다. 주인아줌마가 옆 접시 대신 넓은 접시를 준비했기 때문이었다. 엄마는 미안한 듯, 감사한 듯 짜장면을 서둘러 입으로 가져갔다. 순간 세 사람은 웃었다. 그리고는 정말 천천히 짜장면 곱빼기와 탕수육 소자, 아니 중자를 엄마 먼저, 아들 먼저!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하면서 11시가 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섰다. 구석의 13번에서 이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효장짬뽕에 모인 이웃의 상인들은 더 이상 가슴 졸이지 않았다. 확장된 가게 덕에 마음껏 울고 마시고 먹을 수 있었다. 13번 테이블이 비었고 주인 부부는 그제야 가격표를 다시 원래대로 바꾸고 있었다. 탕짜면 세트는 벌써 가격이 18,000원에 책정되어 있었다.

2004년 세 모자가 효장짬뽕에 12월 31일마다 방문한 지 벌써 10년이 되었다. 하지만 웬일인지 그들은 효장짬뽕을 방문하지 않았다. 내리 삼 년째 일이었다. 올림픽의 뜨거운 열기가 채 가시지 않았지만 세 모자의 소식은 효장짬뽕에 모인 사람들은 후끈 달아오른 얼굴로 그들을 걱정하고 있었다.

10시가 넘고 11시가 이제 20분이 남은 시간, 갑자기 가게 문이 열렸다. 그리고 예의 가디건 대신 연두색 패딩 점퍼를 입은 엄마가 짧은 머리의 군인, 그리고 남색 패딩 점퍼를 입은 청년과 함께 효장짬뽕에 들어섰다. 순간 주인 부부와 상인들은 그들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13번 예약석에 앉은 그들에게 향하는 주인아줌마의 발걸음은 분명 긴장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짜장면 보통 하나에 곱빼기 둘, 탕수육 대자를 주문할게요.”

“아, 네. 세트로 하시면 더 나을 텐데요.”

“아닙니다. 오늘은 짜장면 보통 하나에 곱빼기 둘, 탕수육 대자 주세요. 아주 특별한 날이거든요.”

“여기 13번 테이블에 짜장면 보통 하나에 곱빼기 둘, 탕수육 대자, 하나요!”

“짜장면 보통 하나에 곱빼기 둘, 탕수육 대자, 하나!”

주인 부부의 목소리에 이웃 상인들의 마음도 환하게 울렸다. 이내 주인아저씨는 짜장면 보통 하나에 곱빼기 둘, 탕수육 대자를 양보다 조금 많게 준비했다. 양도 양이지만 삼선 짜장에나 들어가는 새우와 전복, 죽순, 석이버섯에 능이버섯까지 함께 넣어 준비하고 있었다. 짜장면 보통 하나에 곱빼기 둘, 탕수육 대자가 13번 테이블에 세팅되었다.

“너희 둘이 엄마를 도와준 덕에 산림감시원으로 일하던 아버지가 지었던 빚을 삼 개월 전에 다 갚을 수 있었다. 무고로 밝혀지기를 바라고 있고 그렇게 될 거라고 했다. 화병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너희 둘이 정말 엄마를 잘 도와주어서 정말 고맙다.”

“형이 저를 위해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단기하사로 입대한 덕에 올해 제가 서울대 의대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무슨 소리야. 가족이니까 함께 돕고 양보하고 살아야지. 형은 네가 직장 일을 하는 엄마 대신에 집안일을 잘 해주고 새벽마다 우유배달과 신문배달을 해준 덕에 서울대 사범대 국어교육과에 들어간 거야. 고맙다.”

형이 단기 하사로 입대하자 가족은 잠시 12월 31일의 행복한, 사소한 가족 회식을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형이 잠시 휴가를 나온 날, 가족은 사소한, 아니 아주 특별한 가족 회식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주인 부부는 주방에서 하염없이 울었다. 함께 이 이야기를 어렴풋하게 듣고 있던 이웃 상인들 역시 술기운을 빌어 마음껏 울고 있었다.

 

2014년 12월 31일. 효장짬뽕은 이제 회갑을 넘긴 부부가 자녀들을 결혼시키고, 이어진 국가 전체의 경기부진과 이로 인한 경영난으로 규모를 줄였다. 알바생들마저 모두 정리하고 부부가 일용할 양식을 위해 24시간 영업이라는 최후의 보루를 마련한 채 영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웃 상인들과 함께 하는 송년 회식만은 올해도 이어가고 있었다. 지금은 가게 문을 닫거나 업종을 바꾼 이웃들이었지만 효장짬뽕에서의 송년 모임만은 계속하고 싶어했다.

막 11시가 넘어서는 그 시간 효장짬뽕의 문이 열렸다. 세련된 양장을 입은 중년의 여인과 남색 정장을 한 두 청년이 들어섰다. 음식 준비에 바쁜 주인 부부대신에 이웃 상인들이 먼저 그들을 알아보았다. 탕짜면 세트의 그 세 모자였다. 이웃 상인 중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가 주인 부부를 불렀다. 주인 부부도 그들을 알아보았다.

“짜장면 보통 하나, 곱빼기 둘에 탕수육 대자 가능한가요?”

엄마를 대신해서 큰아들로 보이는 청년이 주문을 했다.

“아니, 지금은 짬뽕이랑 짜장밖에 안 하는데……”

신가네빈대떡 사장이 입을 열자 주인아저씨가 입을 막았다.

“네, 하지만 오늘은 특별한 손님, 13번 테이블의 예약 손님이 오셨으니 당연히 준비할게요. 마침 오늘 송년회 준비하느라 재료도 있으니까요.”

주인아저씨는 주방으로 들어갔고 주인아줌마는 예의 주문을 외쳤다.

“13번 테이블에 짜장면 보통 하나, 곱빼기 둘에 탕수육 대자요!”

주인아저씨가 즐거운 비명처럼 푸르게 화답했다.

“짜장면 보통 하나, 곱빼기 둘에 탕수육 대자!”

효장짬뽕은 음식 내음으로 진동하고 있었다. 이내 주인아저씨는 짜장면 보통 하나에 곱빼기 둘, 탕수육 대자를 양보다 조금 많게 준비했다. 양도 양이지만 삼선 짜장에나 들어가는 새우와 전복, 죽순, 석이버섯에 능이버섯까지 함께 넣어 준비하고 있었다. 짜장면 보통 하나에 곱빼기 둘, 탕수육 대자가 13번 테이블에 세팅되었다.

“잘 먹겠습니다. 사실 우리 애들이 짜장면 하면 사족을 못 썼거든요. 그것도 항상 곱빼기로 먹었답니다. 그러다가 농사를 지으면서 궁한 살림에 산불감시원을 겸했는데 어느 날 산불이 났어요. 잔불을 다 끄고 집에서 쉬고 있는데 다시 산불이 난 겁니다. 이웃이 밭두렁을 태우다가 불이 번졌는데 남편에게 뒤집어 씌웠죠. 화병이 난 남편은 날마다 술로 괴로워하다가 간경화로 저 세상으로 갔어요. 그리고 저는 방화범으로 몰린 남편의 벌금을 내기위해 농공단지에서 일하다가 서울로 올라와서 닥치는 대로 일을 했어요. 두 아이들이 신문배달과 우유배달을 하고, 주말에는 예식장에서 일하면서 자신의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해주었어요. 특히 작은 애는 항상 늦게 귀가하는 저를 위해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집안일을 도맡아 했어요. 큰애가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휴학을 하고 하사관으로 입대하면서 동생의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했죠. 동생은 형에게 부담이 되지 않으려고 열심히 공부해서 올해 인턴과 레지던트를 마치고 대학로 서울대학교병원에 외래교수 겸 외과의사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물론 큰애는 단기 하사를 마치고 대학으로 돌아가서 현재는 선사고등학교 국어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답니다.”

엄마는 말을 하다 말고 짜장면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탕수육에 과하게 첨가된 전복과 죽순도 맛있게 먹었다. 아들 둘도 식성이 참 좋았다. 짜장면 곱빼기를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이 다 먹고 탕수육을 게걸스럽게 먹고 있었다. 김치에 싸고 깍두기를 얹어서 먹는다. 주인 내외가 서비스로 준 군만두까지 짜장 소스에 묻혀서 잘도 먹었다.

“사실 19년 전에 효장짬뽕에 들어설 때 돈이 만 원밖에 없었어요. 좀 더 있었지만 그 이상 지출한다는 건 그때는 상상할 수 없었어요. 아들들은 정말 먹깨비처럼 식성이 대단한데 제게 양보했던 거죠. 그리고 감사하게도 주인부부께서 마음을 쓰셔서 거의 짜장면 곱빼기의 양을 먹었어요. 그것도 저희들이 부담을 가질까봐 해마다 조금씩 양을 늘려주시는 것을 보면서 미안한 줄 알면서도 이런 분들이라면 우리가 부담을 드려도 되겠다고 감히 생각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남편의 벌금도 다 갚고 남편의 억울한 사정도 무고한 분이 풀어주셨어요. 한 동안 제가 좀 몸이 아파서 효장짬뽕에 올 수가 없었어요. 이번에 작은아들이 대학로 서울대학교병원에 발령을 받으면서 꼭 효장짬뽕에 가서 효장짬뽕 주인어르신과 이웃 분들께 한 턱 쏘자! 하고 제가 오늘 아들 둘 데리고 왔습니다. 여러분, 오늘은 제가 쏠 테니 마음껏 주문해서 드세요.”

“어, 이런! 오늘은 우리가 다 음식 준비해서 가져왔는데, 어쩌나?”

신가네빈대떡 사장이 또 입을 열려다 주인에게 제지를 당했다. 이웃 상인들 모두가 신가네빈대떡 사장에게 약속이라도 한 듯이 검지를 자신들의 입에 가져갔다.

“우리 의사선생님 노래 한 번 들읍시다. 살림도 잘한다고 하니 노래도 잘 하겠네!”

“무슨 소리야. 형만한 아우 없다고 우리 선사고등학교 국어선생님 노래 한 번 들읍시다.”

“아, 그러지 말고 어머니 노래 한 번 들읍시다. 남편의 무고를 풀고 벌금까지 다 갚으시고 게다가 두 아들을 학교 선생님과 의사 선생님을 만든 위대한 신사임당의 노래!”

“네, 제가 먼저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보다 먼저 노래를 불러야할 분이 계십니다. 저희 두 사람에게 사람 사랑을 몸소 가르쳐 주신 주인아저씨의 사람 냄새나는 노래부터 듣겠습니다. 어떠세요?”

다들 좋다고 박수를 쳤다.

“참고로 이번에 교단문학상 공모에서 저희 형이 대상을 받았는데요 제목이 [짜장면 곱빼기 한 그릇]이랍니다. 주인아저씨, 아줌마와 여러분들이 주인공인 수기, 아니 소설을 저희 형이 써서 장원인 대상을 받았습니다. 그 상금은 오늘 우리 효장짬뽕 주인아저씨와 아주머니께 드리려고 이렇게 가져왔습니다.”

동생의 손에 하얀 봉투가 들려 있었다. 형을 대신해서 두 청년의 엄마가 주인 부부에게 봉투를 내밀었다. 주인 부부는 절대 받을 수 없다고 사양했지만 세 사람의 진심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주인 부부는 이제 맘 놓고 울었다. 이웃 상인들도 울었다. 모두가 울면서 미소 짓고 있었다. 엄마도 웃고 두 아들도 웃었다. 하지만 눈에서는 서설(瑞雪)이 내리고 있었다. 눈물이 아니라 웃음이 흐르고 있었다. 효장짬뽕에서 감동의 짜장면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이웃의 아픔과 기쁨을 내 일처럼 아파하고 기뻐하는 효장짬뽕의 진짜 사람 사랑의 파티가 강산에의 [라구요]와 함께 가는 해를 아쉬워하면서 깊어가고 있었다. 오는 해를 기대하면서 환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2015년 청양(靑羊)의 해가 그렇게 밝아오고 있었다.

 

“어때요, 선생님?”

7반 이혜윤이 물었다. 구리 료헤이의 [우동 한 그릇]을 패러디한 작품이었다. 선생님은 대답대신 웃었다.

“괜찮아요? 제대로 변형을 하려고 했는데 정말 어려워요.”

“좋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잖아. 처음 치고는 정말 좋은 습작이다. [우동 한 그릇]을 읽어보지 못한 사람은 패러디한 줄조차 모를 정도야.”

“선생님께서 용기를 주셔서 한 번 시작했는데 잘 되었나 물어보고 싶었어요.”

“물어보면 아픈데. 솔직하게 이야기할게. 전반적으로 기존의 [우동 한 그릇]을 뼈대로 같은 듯 다르게 살을 잘 붙였어. 물론 산림감시원인 아버지의 사망이 건조하게 처리된 게 아쉽고, 얼마의 벌금을 내야했는지가 불분명하네. 리얼리티가 담보되려면 이 부분을 좀 더 현실적으로 디테일하게 재구성할 필요가 있어. 교단문학상 상금을 효장짬뽕 주인부부에게 모두 주는 것은 현실성이 좀 부족해. 반 정도 주면 좋을 것 같아. 아니면 절반은 천호1동 주민센터를 통해 십자성 마을이나 복지 시설 등에 기부하는 건 어때? 아니면 구체성을 부여하기 위해 30%를 준비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상금의 전액을 효장짬뽕 주인부부에게 주는 것은 사회통념상 어울리지 않는다, 뭐 그 정도! 아무튼 좋은 글 때땡큐. 이렇게 계습작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문리(文理)가 트이는 거야. 기대된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다음에도 한 번 지도 부탁드릴 게요.”

“그럼, 감 사와. 아니면 감이랑 사과 같이 사오시던가!”

“감, 사! 네, 그럴 게요. 암튼 말장난의 대가답습니다.”

“샘 고향 동네는 원래가 경마장이야. 말장난을 생활화하고 살지. 언어유희 어렵지 않아. 개그콘서트의 ‘렛잇비’ 스타일이 우리 고향 스타일이거든.”

“네, 잘 배우겠습니다. 그리고 마당극 한 번 더 했으면 좋겠어요.”

“어렵지 않지만 문제는 시간이지. 다들 점점 바빠질 테니까. 졸업콘서트 마감이 얼마 안 남았지. 다시 뭉칠 수만 있다면 정말 좋은데 다시 뭉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엄서영, 권세아, 이윤선, 김주미랑 얘기해봐. 시도해 보고 안 되면 어쩔 수 없고. 샘은 그냥 우리들의 꿈같은 추억으로 남기고 싶기도 하네. 또 한 편으로는 졸업콘서트에서 마당극반과 이혜윤의 시나리오를 무대에 올리고 싶기도 한데, 다들 바쁘거나 여유가 없으니까, 그게 문제지. 아무튼 우리 효장짬뽕에 A세트나 먹으러 가자. 그때 김현태도 불러! 고마워, 이혜윤!”

그러면서 신관중학교 3학년인 선생님의 맏딸, 임도원이 초등학교 6학년 때 자기 반 학생들과 함께 조별 연극을 할 때 썼다는 대본을 출력해서 보여주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신데렐라’ 이야기를 그 당시 최신 유행 대중가요, 유행어와 시사 상식, 기지와 재치로 만들어냈는데 여전히 선생님의 냄새가 풍기는 시나리오였다. 어떻게 보면 장난 같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쉽게 문학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패러디(Parody)가 무엇인지 잘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때 왕과 왕비 나타난다.

허허허 좋은 며느리 감이 왔다니 우리 가문의 전통대로 세 가지 문제를 내도록 하시오, 왕비.

왕비그럼요. 원래 우리 도파랄랄랄 가문은 머리가 좋지 않으면 화장발, 조명발, 이런 것 다 소용 없는 거, 우리 도파랄랄랄 왕자도 알지? 첫 번째 문제. (난장이를 불러서 공을 던지게 한다.) 자, 이 상황을 세 글자로 뭐라고 할까요?

신데렐라 혹시, 그게 좀 썰렁한데…… 난, 쏘, 공! 아닌가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요.

왕비아니, 이럴 수가? 이렇게 쉽게 맞히다니 얼굴 예쁜 애들이 머리 나쁘다는 거 진정 거짓인가요?

다음 문제! 사람이 가만히 있으면 뭘로 보일까요?

신데렐라 혹시, 그게 좀 여전히 썰렁한데…… 제 전공이기는 한데요, 혹시 짚으로 짠 가마니 아닌가요?

오, 마이 갓. 이 아름다운 아가씨는 농부들의 마음도 잘 알겠구나. 허허허!

왕비하지만 마지막 문제는 쉽지 않을 걸요! 자, 요즘 각광받고 있는 K-POP 아이돌 그룹 샤이니,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여기에 고등어 두 손을 더한 합은 얼마일까요?

신데렐라 에, 그러니까…… 샤이니가 5명, 소녀시대가 9명, 슈퍼주니어가 13명이니까 27명에, 어! 고등어 두 손은 4마리이니까…… 합은 31이네! 베스킨 라빈스 써리 원! 왕비마마, 서른하나입니다.

왕비소사, 소사, 맙소사. 오, 모르는 게 없는 아가씨로다. 우리 왕자에게 현명하고 아름답고, 지적인 배필이 생겼음을 온 백성과 함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개그 콘서트 ‘감사합니다’ 버전.)

 

마당쇠 그리하여 왕자와 신데렐라는 결혼식을 올립니다. 시간이 흘러서 왕자가 왕위에 오르자 영리하고 지혜로운 왕비 신데렐라는 국가의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현명하게 남편에게 조언을 해서, 해결해 나갑니다. 마음씨가 고와 백성들을 따스하게 보살피니 온 백성들이 사랑하는 왕비가 되었습니다. 그러자 못된 새어머니와 새언니들은 지레 겁을 먹고 신데렐라에게 지난 일들을 모두 용서해 달라고 빕니다. 신데렐라는 쿨하게 용서합니다. 그리고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개그 콘서트 쌍칼 아저씨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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