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
여러분들은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있는가? ‘행복했던 순간’, ‘죽을 뻔 했던 순간’ 아니면 ‘새로운 걸 경험한 순간’ 등 다양한 기억들이 있을 것 이다. 나는 이 모든 기억들을 ‘터닝 포인트’ 즉, ‘전환점’이라 생각한다.
아마 본인들은 느낄 수도 혹은 못 느낄 수도 있으나 이러한 작고, 큰 사건들은 우리들의 삶에 있어 영향을 주었다. 나는 이제부터 내 인생에 있던 ‘세 가지’의 터닝포인트를 들려줄 것 이다.
[첫 번째 터닝포인트]
Chapter 1. 단순한 취미생활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주말에 컴퓨터를 하고 있던 나는 문득 새로운 취미생활이 가지고 싶었다. 예전부터 쳐왔던 피아노는 2년전 관두었고, 별다른 취미 생활이 없었다. 비보이나 비트박스 같은 다른 취미를 가져보았지만 채 한 달도 가지 못하는 나였다. 그리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초록색 검색창에 ‘마술’을 검색했고, 이것은 운명적 만남이었다.
Chapter 2. 마술시연
마술과의 만남이 있던 뒤로 나는 매일매일 설레면서 살았다. 하루하루 새로운 마술을 접하고 연습하는 그 기분은 여태까지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설렘이었다. 오후 10시 아빠가 일을 끝마치고 돌아오셨다. 나는 재빨리 방에서 뛰쳐나와 아빠를 붙잡고 마술을 보여드렸다.
“아빠가 고른 카드는...8◆! 맞지? 맞지!”
“오, 어떻게 맞췄어?!”
아빠가 감탄했다. 마술을 배운 뒤로 계속 친구들과 가족한테 매일같이 마술을 보여줬던 것 같다.
Chapter 3. 중학교
초등학교 친구들과 헤어지고 새 학기를 맞았다. 손에 카드를 든 내 모습이 아이들에게는 익숙한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와!”, “대박!”, “겁나 신기하다!!”
내 마술을 본 친구들의 반응이다. 소문은 생각보다 빨랐다. 마술을 한다는 애가 있다는 걸 어디서 듣고 왔는지, 반에 아이들이 몰렸다. 나를 둘러싸고 20명이상의 아이들이 모두 나와 내 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 카드 한 장을 골라봐!”
내가 한 친구한테 말했다.
“안보이게 조심해!”
“쟤, 본다!”
“잘 외워, 잘!”
아이들이 웅성댔다.
“자 이제 카드를 뒤죽박죽 펼쳐놓고 너가 막 나눠?”
“진짜? 내가 나눠도 되지?”
카드를 고른 친구는 신중하게 카드를 나누었다.
“자, 너가 나누고 나눠서 남은 카드 한 장이야, 그치? 그리고 이 카드는……”
아이들이 숨을 죽이고 바라봤고 곧이어 탄성이 나왔다.
“와 대박! 내가 고른 카드야!”
아이들은 놀랐고 마술은 성공이었다. 이날은 내가 처음으로 가장 많은 사람한테 마술을 보여준 첫 날이었고 친구들한테 확실한 기억을 남겨준 날이었다.
Chapter 4. 도원결의(?)
중학교 첫 날의 그 사건이후 나는 아이들에게 꽤나 알려진 애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마술을 배우고 싶다는 친구들이 생겼다. 나는 배우고 싶다는 친구들에게 마술의 비밀을 말하지 않겠다는 등의 여러 다짐을 받았고, 철저한 검증 후 두 명의 친구, 문혁이와 희광이랑 사제지간(?)을 맺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누구를 가르칠 입장이 되지 않았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당시 우리들의 열정은 그 누구보다 뜨거웠다고 자부 할 수 있다. 이렇게 두 친구와 인연이 생기고 두 번째 인연을 만났다. 문혁이를 연결고리로 삼아 ‘건아’를 만나게 되었다.
건아를 만난 나는, 내가 ‘우물 안 개구리’ 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건아는 여태까지 내가 마술을 보여준 애들과는 달리 나의 마술을 간단히, 전부 간파해 내었고 나는 내 실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만약 내가 건아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저 다 보이는 마술인지 모른 채 쭈욱 마술을 보여주었을 것이다. 이건 아마 매우 끔찍한 일 일 것이다. 건아를 만난 이후 피드백을 많이 받았고 나의 마술실력 역시 향상되었다. 이렇게 문혁, 희광, 건아, 그리고 나 4명으로 이루어진 우리중학교 마술 팀이 생겼다.
Chapter 5. 첫 무대
중학교 2학년 우리는 첫 수련회를 가게 되었다. 그런데 반마다 가는 곳이 달라서 문혁, 희광 그리고 나, 건아가 같이 가게 되었다. 우리들은 수련회 때 마술을 하기 위해 우리 나름대로 연출을 짜서 연습을 했다.
“이 마술을 넣는 건 어떨까?”
“복장은 이렇게 하자!”
“무대에 서는 포지션은 어떻게 하지?”
생각 외로 별 무리 없이 아이디어는 나왔으나 문제는 우리들의 실력이었다. 사실 무대에 서려면 몇 년은 꾸준히 연습하고 노력하는 것이 마술이다. 물론 다른 공연역시 마찬가지겠지만 마술은 특히나 해법에 민감한 장르이기 때문에 더 민감했다. 하지만 그 당시 우리들은 약간의 연습이면 된다고 생각했고 각자 나름대로 만족을 한 상태였다. 이렇게 패기와 열정으로 연습을 하고 각자 수련회 무대에 섰다. 나와 건아는 카드와 CD를 이용한 마술을 선보였는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첫 무대에선 그 희열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무대에 웅장한 노래가 울려 퍼지고 우리들의 마술에 환호성이 나왔다. 아마 무대에 한 번이라도 서본 사람들은 이 감정을 공감할 수 있을 것 이다. 지금 보면 그 당시 공연이 너무나도 후회된다. 사실 박수를 쳐줄 실력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이 공연을 계기로 무대에 서는 맛을 한번 보았고 그 맛을 계속 맛보고 싶었다.
Chapter 6. 마술부
우리학교에 마술부가 생겼다. 우리 마술 팀의 영향인지 아니면 그냥 생성된 것 인지는 모르겠으나 마술부가 생겼다는 사실이 정말로 좋았다. 이렇게 마술부 선생님과 우리 네 명은 특별한 사이가 되었고 이렇게 2학년 축제를 준비하게 되었다.
Chapter 7. 임기응변
드디어 축제날이 되었다. 우리들은 떨림 반 희열 반으로 대기실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첫 번째 순서인 건아의 마술시작은 ‘신문지에 물 붓기’ 마술이었다. 신문지를 벌려 물을 따르지만 신문지는 젖지 않고 신문지를 돌려도 물이 새지 않다가 신호를 주면 물이 다시 나오는 효과의 신기한 마술이다. 그런데 위기는 생각보다 우리를 빠르게 덮쳤다. 우리의 마술도구들은 테이블위에 정리되어 있었고 당연히 신문지와 물도 위에 있었다. 마술시작 5분전 희광이가 실수로 그만 물 컵을 엎었다. 하필 그 물이 흐른 곳은 신문지 위였고 우리들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누구를 뭐라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최대한 빨리 이 상황을 대처해야했다.
우리들은 처음 접하는 일이라 어떡하지만 반복했고, 건아는 젖은 신문지로 연기라도 해보겠다며 무대에 올랐다. 그러나 관객들은 당연히 무슨 마술인지 이해를 못했다. 1부 공연이 끝나고 나는 선생님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선생님은 화내고 당황하기는커녕 침착하게 받아들이셨고 “이런 일도 있는 거야, 항상 조심하고 긴장해야해!, 빨리 다른 마술을 찾아보자!” 라고 우리들을 격려하고 대처방법을 빠르게 찾으셨다. 그렇게 2부가 시작되었고 건아는 다른 마술을 했다. 그리고 반응은 최고였다. 아이들의 환호성이 우리의 가슴을 적셨고 수련회에서의 공연과는 또 다른 느낌을 받았다. 복장까지 갖춰 입은 채 체계적으로 준비한 무대라 더욱 자부심도 느끼고 희열도 더 컸던 공연이었다.
Chapter 8. 선생님 없이?
작년 축제공연 이후 1년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음악에 소질이 있는 문혁이는 이제는 춤까지 추겠다며 마술대신 밴드와 댄스에 전념했고, 희광이는 마술에 흥미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방과후학교 마술부가 사라졌고, 그렇게 선생님도 사라졌다. 나는 건아와 함께 3학년 무대를 장식하기위해 연습에 매진했다. 이제 우리를 도와줄 선생님도, 든든한 동료 두 명도 없다. 하지만 우리에겐 사라진 만큼의 늘어난 패기가 있었다. 솔직히 작년무대에는 선생님의 관여로 인해 제약도 컸고 4명이서 하다 보니 각자 분량도 많지 않았다. 우리 둘은 이번 무대야말로 진정한 우리를 위한 무대라고 생각했다.
Chapter9. 불행의 연속
작년 이맘때 우리는 2학년 때 학교 축제에 나갔고 그 당시 물을 엎지르는 실수를 했다. 이후 두 번의 공연이 더 있었고. 그때에도 준비물을 가져오지 않은 실수를 범한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번 무대에 꼼꼼히 신경 썼다. 하지만 나의 작은 무시하나가 공연당일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나는 상상하지 못했다. 공연 전날 최종 리허설!
“자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리허설이 오후 7시에 종료되었다.
“흠, 뭐 빠진 거 없겠지? 자, 가자 얘들아.”
이렇게 나는 리허설연습을 하고 집으로 왔다. 그런데 약간 꺼림칙한 기분을 떨쳐낼 수 없었다. 하지만 학원시간이 가까이 온지라 할 수 없이 학원에 갔고 10시에 집에 오게 되었다.
10:10 PM
“자 이제 내일 공연을 장식할 준비를 해볼까!”
나는 도구를 챙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지막 합동공연을 할 마술도구가 보이지 않는다. 아까 리허설이 끝난 후 친구 집에 들려서 간식을 먹고 장난치려고 이 마술도구를 찾았지만 그때도 가방 속에서 보이지 않았다. 아까 느낀 꺼림칙한 기분이 이것이었다.
“내가 왜 그때 제대로 확인해 보지 않았을까?”
“왜 깊숙이 있다 생각하고 보지 않았던 걸까?”
의미 없는 자책 속에 나는 2시간동안 방을 뒤졌고 결국 찾을 수 없었다. 이렇게 리허설의 밤이 가고 공연 날이 되었다.
Chapter 10. 임기응변2
어쩔 수 없었다, 학교에 일찍 가서 리허설장과 교실에서 찾아보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아침 일찍 학교에 가서 아이들과 함께 찾으러 다녔으나 달라진 건 없었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나는 건아를 마주했다. 건아도 난감한 표정이었다. 이때 내 머릿속을 스쳐가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마술에 넣지 않은 건아의 마술도구가 있었다.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고 신기하도록 건아의 마술도구를 우리 공연 동작에 집어넣었고 놀랍게도 시간도 딱 맞아 떨어졌다. 우리가 이렇게 새로운 공연을 만들자마자 대기실로 오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이렇게 3학년 무대도 시작된 것이다.
Chapter 11. 3학년을 위한 예술제 2부
차례차례 참가팀들이 무대로 들어갔다. 나는 지난번과는 무언가 다른 감정을 가슴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 지난 감정은 ‘실수하지 말고 떨지 말자!’였다면, 지금은 ‘놀랄 준비해라!’였다. 그만큼 새로운 공연연출에도 자신이 있었고 마술사와 관객들 모두 기대하고 있는 무대였다. 비록 우리 앞, 뒤에 하이라이트인 여자댄스와 남자댄스가 껴있었지만 우리한테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그만큼 자신이 있었으니까! 군대에 걸그룹이 온 듯한 반응을 받은 여자댄스부가 내려왔다. 이제 곧 우리차례다. 즐긴다고는 했지만 떨린 가슴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렇게 노래가 시작되고 건아가 시작했다.
Chapter 12. 화려한 귀환
건아의 이번 마술은 ‘부채 마술’이었다. 작은 몸에서 어디선가 부채를 계속 뽑아내는 화려하고도 환상적인 마술이다. 대기실 안에서도 친구들의 “와!” 소리가 선명히 들렸다. 이제 곧 내 차례가 온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고 내 노래가 시작되었다! 웅장한 첫 음과 함께 내가 대기실에서 출발했다. “와아아아아아아, 선후다!!” 우레와 같은 탄성과 동시에 내 표정도 바뀌었다. 나는 자신감 있게 마술을 선보였고 큰 실수 없이 무대를 마무리 지었다. 건아와 내 순서가 끝나면 건아가 다시 나와 같이 마술을 하는 합동무대였고 우리는 바뀐 마술을 해야만 했다. 예상외로 그 마술을 대 성공이었고 우리의 무대는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오늘이야 말로 전교생들에게 내 존재감을 부여한 날이다.
Chapter13. 축제 그리고 그 후……
축제가 끝나고 나와 건아는 자신감에 차있었다. “이 마술 다른데서 공연해도 되겠는데?”, “좋지~" 이렇게 웃고 떠드는 사이 3학년도 지나가고 있었다. 우리는 기말고사를 보았고 이는 3학년 마지막 시험을 의미했으며 앞으로 논다는 기쁨과 동시에 곧 헤어져야 한다는 슬픔도 주었다. 만약…… 내가 [마술]을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마술과 나의 만남은 운명적 이였다고 생각하고 마술이 없는 중3의 나는 내 친구들에게는 없었다. 학교에서 마술=안선후였고, 안 선후=마술이었다. 분명 마술을 시작하지 않았더라고 나는 다른 취미를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취미는 [마술]같은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마술]특유의 독특함, 신비주의, 그리고 무언가가 나를 이끌었고, 마술을 시작한 뒤 나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친구들과의 사교성 또한 높아졌고, 전교에서 나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만큼 마술은 내 인생에 있어 1/5를 차지했고 마술에게 나는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두 번째 터닝 포인트]
Chapter 1. 그와의 만남
중학교 2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었고, 국어시간이었다. “드르륵” 문이 열리고 범상치 않은 덩치와 외모의 한 남자선생님이 들어오셨다. 그 분의 성함은 임, 흥, 수! 이렇게 나와 ‘임흥수’ 선생님과의 만남은 내 인생을 두 번째로 들었다 놓았다 했다.
Chatper 2. 임자 이리 오시오~
첫 인상부터 그는 강렬했다.
칠판에 그가 이름을 쓰기 시작한다.
임
흥
수
아니, 뒤에 뭐가 더 적혀있었다.
임자 이리 오시오.
흥분 되어요.
수수밭으로 갑시다, 휘닥닥~
다름 아닌 삼행시였고, 반 아이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처음부터 이 분의 인상에 반해버렸고 내 롤 모델과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Chapter 3. 다중인격
보통 학교수업을 하면 학생들은 선생님들의 특성, 가르치는 스타일등을 파악한다.
“흐음…… 이 선생님 시간에는 조용히 해야겠는 걸.”
“얘들아, 놀자!”
“에이, 지루한데 잠이나 자자!”
그러나 항상 예외는 있는 법!!
“야! 뒤로 나가!! 이게 수업시간에 뭐하는 짓이야!!”
이런 날도 있는 반면……
“자, 퀴즈 맞추면 선물이다!”
“이제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온다. 가을아, 꺼져! ㅋㅋㅋㅋ”
이런 유쾌한 날도 있고...
“왜, 앞문으로 들어와? 뒤로 들어와!”
(뒷문으로 들어오는 친구1)
“아니, 뒤로 들어오라고 뒤로!!! 그냥 뒤로 걸어오면 될 걸. 얘는 빙 돌아서 오네, 문워크 몰라? 마이클 잭슨의 춤사위!”
국어선생님답게 말장난도 많이 치신다. 이런 독특하신 성격덕분에 이분의 국어수업 또한 예사롭지 않다.
Chapter4. 적응할 수 없는 마성
내가 봤을 때 이분은 국어선생님을 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인재인 것 같다. 마치 초등학교 선생님의 지능과 고등학교 선생님의 분위기를 합쳤다고 해야 할 까. 책을 많이 읽으신 덕분인지 역사, 과학 등 다방면의 지식이 풍부하시다. 그래서 그런지 국어시간에 국어는 안 가르치시고 맨 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는 것이 일쑤다. 내가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자 국어선생님은 정말 말 그대로 똑 부러지는, 꼼꼼하게 챙기시고 알차시고 그냥 전형적인 우수한 교사상이셨다. 그래서 그런지 국어시간에 프린트, 필기 모든 것이 완벽해야 했고, 수업내용 또한 완벽했다. 그런 수업을 받고 이분의 수업을 받으려니 감회가 새로웠다. 마치 신세계가 열린 기분이랄까? 하지만 나는 생각을 바꿨다.
진정한 참교육은 바로 이것이다. 내가 흥수선생님의 팬이 된 것일까? 아니면 이 남자가 나를 홀린 것 일까! 나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저 이분이 하는 교육은 진정한 인생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빠짐없이 필기하고 경청하며 국어시간을 보냈다.
Bonus Episode
뭐, 사실 2학년 국어시간의 반은 저렇게 보냈고 남은 절반은 사물함과 함께 보낸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흥수 샘이 나를 좋아해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2학년 절반 내내 내가 무슨 말만하면 뒤로 내보냈거든!!! 근데 3학년 때 도 그런 상황을 기대했지만 이제는 앉아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뭔가 어색해진 기분이랄까??
Chapter 5. 롤 모델이 되었다
흔히 사람들이 ‘롤 모델’을 물어보면 대부분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유명 위인들을 대곤 한다. 솔직히 식상하지 않은가? 물론 교사 또한 특별한 건 아니지만 나는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어느 샌가 나는 흥수 샘의 수업방식에 적응되어있었고, 흥수 샘의 스타일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수업시간에 반 아이들이 별로 자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특이한 것은 자더라도 선생님은 뭐라 하지 않으신다.
나는 이분께 특별한 점 두 가지를 배웠다.
1. 재밌고 활기차게 수업을 진행하면 아이들이 자지 않는다.
2. 자는 애들 안 깨워도 상관없다.
아무리 이상하고 그래도 수업이 재밌으면 아이들은 자지 않았다. 이것은 내 미래 목표이기도 했다. 나는 수학선생님이 꿈이었고 아이들이 모두 수학에 흥미를 가지고 수업에 임하기를 바랐다. 지금의 흥수 샘이 그런 스타일과 매우 흡사한 모습이다. 그렇게 나는 흥수 샘을 롤 모델로 삼고 그 마음은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Bonus Episode
진로탐색의 날이었다. 점심시간, 학교에서는 행사를 했고 미션을 통과하면 먹을 것을 주는 그런 행사였다. 학생들은 작은 사탕 하나라도 일단 먹을 것이면 환장하기 때문에 대부분이 이 행사에 참여했다. 그중 맨 마지막 임무는 포스트잇에 자신의 바람을 쓰는 것이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임, 흥, 수’ 선생님처럼 되고 싶습니다, 라고 적었고 ‘축구 OO팀 우승하게 해주세요!’, ‘복권당첨!’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가장 빛이 났다. 그렇게 맨 꼭대기에 내 바람을 적고 나가려는데 선생님 한분이 나를 붙잡았다.
“어머, 얘 좀 봐, 흥수 샘처럼 되고 싶데~!”
“네, 제 롤 모델이거든요.”
“응, 롤 모델? 너 꿈이 뭔데?”
나는 당당하게 “수학교사인데요?” 라고 대답했다.
“엥? 흥수 샘은 국어교사시잖니?”
“그래서요? 저는 흥수 샘이 롤 모델이에요~!”
하고 나는 당당하게 밖으로 나왔다. 이후 흥수 샘이 다음국어시간에 우리 반에 들어오셨다.
“아, 제가 말이죠! 상담복지부 선생님께 들었는데 어떤 학생이 오늘 행사에서 바람을 적는 란에 저처럼 되고 싶다고 적었다네요, 이거 보세요!”
흥수 샘은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애들한테 보여주었다. 그새를 못 참고 내 입이 움직였다.
“그거 제가 쓴 건데요?”
애들이 모두 웃었고 흥수쌤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나도 알어, 이 자식아! 모르는 척 좀 해라!”
라고 부러 화를 내셨다. 나는 그저 이 상황이 웃겼고 흥수 샘이 롤 모델이라는 거에 자부심을 가졌다. 솔직히 자기 직업과 관련해서 롤 모델을 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아무리 정 반대의 성향이더라도 그 사람한테 배울게 정말 많고, 닮고 싶으면 누가 뭐라고 해도 ‘롤 모델’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다!!
Chpater 6. 넘치는 에너지
특히 그분의 열정은 응원에서 가장 돋보였다.
“으와아아아아아아아!!!!! 파도타기!!!!!!”
지치시지도 않으시는지! 파도타기 스케일도 마치 선생님의 몸처럼 매우 컸다. 무려 운동장 ‘두 바퀴’를 쉬지 않고 달린 후에야 선생님은 멈추셨다. 그러나 쉬는 시간도 잠시 다시 일어나서 응원을 시작하셨다. 아마 다른 선생님이 하셨다면 우리는 반응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흥수” 샘이기 때문에! 우리는 생각보다 몸이 먼저 그분의 넘치는 에너지에 반응했고 막을 수 없었다. 이름 한가운데 ‘흥’이 들어가서인지 무슨 행사만 열리면 선생님은 ‘흥’이 넘치신다. 항상 열정적인 모습으로 솔선수범하시며 매일같이 수업시간에 들어가 모든 기운을 쏟아 붓고, 행사 때마다 항상 무대를 오르락내리락 하시는 매우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그런 분이시다.
Chapter 7. 스토리텔링반
이전같이 나는 쭈욱 ‘이태영’ 선생님의 지도하에 ‘신문사설반’을 수강했다. 나는 그곳에서 내 멘탈을 종종 힐링하곤 했는데, 맨날 국어시간에 까이다가(?) 이 시간에는 맨날 칭찬만 받아서 그런 걸 지도 모른다. 국어시간에는 항상 이랬다.
“야, 이 놈아! 너는 정리가 안 돼, 정리가!!!!!”
“제 나름대로 정리한 건데요?”
“에? 참나, 이게 정리한 거라고? 다른 애들은 독후감을 10에서 15줄 써오는데 왜 너만 앞뒤 꽉꽉 채우고 있어! 이 앞뒤 꽉꽉 막힌 놈아!!!”
흥수 샘은 항상 내가 정리가 안 된다고 하신다. 그렇다 나도 정리를 하고 싶다. 그런데 안 되는걸 어쩌란 말인가!! 나의 글 늘리기능력은 매우 환상적이었다. 남들은 쓸게 없어서 고민인데 나만 쓸게 넘쳐서 고민이다.
자기소개서 1,200자? 그건 일도 아니다. 1,500자는 기본이고, 남의 자기소개서 800자도 1,200자로 늘려내는 이 몸이시다. 10분 만에 20,00자를 꽉 채우는 나고, 독후감 쓰랬더니 두 장을 써내는 나다.
“네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만 요약해서 가지고 와봐!”
나름 줄여서 가지고 나갔다.
“너…… 지금 이게 줄인 거냐?”
“아니…… 다 중요해 보이는 걸 어떡해요, 그럼……”
“거기서 더 중요한 것만 남겨!!!!!!”
왜 나는 줄이는 데에 소질이 없는 것일까, 하고 5일을 버티고 토요일이 왔다.
“음…… 너는 손댈 게 없다. 이거 뭐 요약도 완벽하고 제목 짓는 것도 완벽해!!”
이태영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나한테 용기를 주기위함인지 진짜인지 모르겠으나 기분은 좋았다. 나는 항상 이시간만 되면 자신감이 넘쳐흘렀고 요약도 잘되는 것만 같았다. 이렇게 힐링하는 토요일을 보내고 다시 월요일이 왔다.
“이태영 선생님은 저보고 요약 잘한다는 데요?”
“네 생각에는 이태영 선생님이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냐?”
“그럼 뭐라고 생각해요?”
“이태영 선생님은 너한테 당근을 주시는 거고, 나는 너한테 채찍을 가장한 당근을 주는 거야, 이 녀석아!!”
“당근이 더 맛있어요!”
내가 헛소리를 했다.
“아니 중학교 2학년 때까지는 그게 도움이 되었지. 너같은 최상위급 수준에서 이젠 당근 못지않게 채찍이 필요해. 당근만 가지고서는 한두 단계 도약하는데 도움이 안 된다고! 내가 너한테 진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니까!”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나는 그날도 흥수 샘의 화술에 놀아난 것이다. 뭐 사실 놀아난 걸 수도 있고, 내 귀가 얇은 걸 수도 있지만…… 이런 날은 계속 반복되었고, 나에게 유혹이 되는 사건 하나가 들어왔다.
“뭐? 스토리텔링반에서는 책을 만든다고?”
내 책이 나온다니 이 얼마나 환상적인 일인가! 나는 내가 쓴 글이 책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몹시 멋있어 보였다. 하지만 이것은 ‘스토리텔링반’이 하는 것이지 ‘신문사설반’은 신문사설을 가지고 요약하고 생각을 확장하였지만 활자화하지는 않았다. 요새 지루함도 느끼던 찰나, 방과후학교 가정통신문이 배부되었고 나는 결심했다. 그 동안 정들었던 ‘신문사설반’을 포기하고 ‘스토리텔링’으로 가기를!!!!
Behind Story 1
이렇게 스토리텔링반으로 가기를 결심하고 나는 국어시간에 흥수 샘께 말씀드렸다. 이후 하교시간에 집으로 가던 중 흥수 샘과 이태영 선생님을 만났고 인사를 드렸다. 그런데 흥수 샘이 이태영 선생님께 하는 말이 정말 기억에 생생하다.
“형님, 얘 형님 버리고 저한테로 왔는데, 어쩌죠? 하하하하!!”
그래도 이태영 선생님은 차분하게 예의 허스키 보이스로 허허실실, 태연자약하게 말씀하셨다.
“뭐, 이제 하산해도 되지!”
라고 하셨고 나는 괜히 죄송스러워졌다.]
Behind Story 2
사실 스텔(스토리텔링)반으로 가기에는 많은 고민이 있었다. 그동안 정들었던 신문사설반을 떠나기도 좀 그랬고, 수업적응문제도 있었다. 일단 가장 먼저 제의를 한 거는 흥수 샘이었다. 그리고 나는 책을 쓴다는 말에 혹해서 고민을 하게 되었다.(이런 팔랑귀……;;)
‘동전’에 내 운명을 맡기기로 했다. 국어시간이 되었고 흥수 샘은 동전을 던졌다! 그리고 동전은 앞면이 나왔고! 이것은 나를 스텔반으로 가게 만들었다. 뭐, 사실 나도 가고 싶은 마음은 있었고 결정을 내리기 힘들었었는데 동전에게 고맙다고 하고 싶다.
Chapter 8. 스토리 텔링 첫수업
스토리 텔링반의 첫 수업은 말 그대로 ‘환상적’이었다. 일단 간식이 있었고, 자유로운 분위기였다.(뭐, 수업보다는 간식이 마음에 들었다.) 나의 스텔 첫 수업은 선생님의 아들이 체험하고 온 일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새롭게 꾸며 쓰는 여러 글짓기 활동을 했다. 스토리텔링인데 ‘텔링’은 없었달까.(정식적인 텔링은 없어도 친구들끼리 수업시간 내내 떠들었으니 그게 진정 텔링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무사히 첫 수업을 마치고 나서 나는 기분 좋게 집으로 향했다.(배가 불렀거든! 일단 우리 나이 때는 간식이 짱이다. 간식만세!)
Chatper 9. 흥수 샘은 재력가?!
스텔반의 또 다른 장점이 있다. 바로 ‘점심’을 보장해 준다는 것! 영화도 보여주고 간식도 사주고 별에 별 문화생활을 즐기고 있는데도 점심을 사주는 여건이 되는가 나는 궁금해졌다. 물론 스텔반의 지원받는 예산도 있는데 거기에 +a로 흥수 샘의 재산도 들어가 있었다. 나는 자꾸 뭘 사주시는 선생님이 신기해서 “선생님 부자에요?”라고 물었고, 흥수 쌤은 이렇게 대답하셨다.
“응!”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다. 평소 이미지와 안 맞기도 했고(보통은 여기서 다 아닌데? 라고 하지 않나??) 어쨌든 그저 놀라웠다. 얼마나 부잔데요?
“집도 있고, 땅도 있고……. 아들도 있으니 부자, 아닌가?”
나는 신나서 더 물어보았다.
“차는요??”
“없는데?ㅋㅋㅋㅋ”
스텔반 모두가 웃었다. 하지만 나는 차가 없다고 무시하지 않았다.
“이 바보들아! 운전기사를 고용하면 되잖아!!”
내가 말했다. 반 친구들이 또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흥수 샘이 말씀하셨다.
“이놈들아, 부자는 오히려 더 안 써! 근데 나는 너네한테 다 해주잖아! 얼마나 착해!”
우리 모두 동의하였고 그렇게 오늘도 점심을 먹으러 학교 앞 효장짬뽕으로 갔다.
Chapter 10. 책 쓰기는 현재 진행형
3학년도 마무리 되어가는 무렵 책 쓰기는 계속 진행 중이다. 현재 지금 이 글을 당신이 읽고 있다면, 스텔반의 책 쓰기가 성공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매일 매일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게임을 하는 친구도 있고, 책을 쓰는 친구도 있고, 학원숙제를 하는 친구도 있고, 그저 멍 때리는 친구도 많다.
맨 처음 나는 이 프로젝트가 진행이 될까? 생각을 하였는데, 점점 마감날짜가 가까워질수록 이 프로젝트도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작가들의 고충을 이제야 알 것 같다. 지금 이 글을 나는 2014년 11월 19일 수요일 오전 12시 51분에 쓰고 있다.(참고로 오전 12시 51분이면 점심 먹는 시간이 아닌 어두컴컴한 시간이다.) 다른 애들은 다 썼을지 모르겠네!!
Bonus Episode
흥수쌤이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자, 모두 20페이지씩 써와라!”
시간이 흘렀다. 우리는 진전이 없었고 흥수 샘은 그림이나 만화로 채워도 되니까 다 못 써도 쓸 수 있는 데까지는 써오라고 하셨다. 이때 내가 말했다.
“선생님 20페이지랑 다르면 어떡해요??”
“아니, 다 안 채워도 된다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이여, 내가 안 채울 놈으로 보이는가? 아직도 그런 놈으로 보인다면 처음부터 읽기를 바란다. 내가 말했다!
“아, 아니 20페이지 넘기면 어떡하냐고요? ㅋㅋ”
흥수 샘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씀하셨다.
“하아, 너는 넘기면 요덕수용소행이다. 20페이지 이내로 써와!” “네에!”
나는 활기차게 대답했다.]
Chapter 11. 두 번째 에피소드를 마치며
나의 첫 번째 터닝포인트는 바로 ‘마술’이었다. 마술은 마무리를 할 수 있겠는데 흥수 샘 에피소드는 마무리가 힘들어서 그냥 이렇게 대놓고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사실 흥수 샘에 관련된 에피소드인데 이야기가 점점 스토리텔링반으로 흐른 것 같다. 사실 뭐 흥수 샘과 관련된 내용이 많아서, 하하! 내 전환점이 왜 흥수 샘을 만난 것인지 묻는다면 간단하다. 나에게 처음으로 롤 모델다운 롤 모델이 생겼고, 이분의 교육 스타일은 매우 자유분방했으며, 이 스타일은 내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이다. 바로 내 미래에 대한 ‘비전’을 직접적으로 제시해 줬다고 할 수도 있고, 가장 큰 영향을 가까이에서 받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아무튼 나는 흥수 샘으로 인해서 내 인생이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간에 바뀌었다는 것만은 확신한다.
[마지막, 터닝포인트]
Chapte r1. 두려움
사실 미국에 가기 전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우선 낯선 땅에 나 ‘혼자’ 간다는 것이 두려웠다. 미국에 고모랑 고모부가 살고 계셔서 별 상관이 없는데, 나는 고모가 좀 무서웠다. 미국에 가는 것은 거의 2, 3년 전부터 아빠가 계속 물어보셨는데 주로 거절했던 것 같다. 아빠는 다른 사람들은 가고 싶어서 안달인데 너는 왜 보내준다고 해도 안가냐며 의아해 하셨다. 점점 커갈수록 두려운 게 없어지고 마음도 갈까, 말까? 하면서 오락가락했는데도 결국 안 간다고 했던 나다. 그런데 내가 결심하게 해준 영향이 있었다. 바로 사촌형이 혼자 미국으로 배낭여행을 갔다가 돌아온 것이다. 나는 이걸 보고 ‘그래, 고등학교 들어가면 기회도 없고, 이참에 한 번 도전해 보는 거야!!’ 라는 마음으로 결심하게 되었고 짐을 싸게 되었다.
Chapter 2. 이륙합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짐을 챙기고 비몽사몽한 채로 공항에 도착했다. 나는 곧 다가올 가족들과의 헤어짐에 한편으론 슬프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탑승수속절차가 끝나고 짐을 부친 뒤 나는 공항 게이트로 향했고, 게이트를 통과하자 이내 마지막으로 본 가족들의 얼굴이 생각나 눈시울이 뜨거워 졌다. 하지만 힘차게 손을 흔들어 준 뒤 비행기로 향했고, 비행기에 타자마자 그리움 따위는 사라져버렸다. 그저 두 번째로 타보는 비행기(한 번은 제주도 여행 때 탔었다.)가 신기했고, 서비스가 정말 좋아 일본까지 편하게 갈 수 있었다. 한국에서 일본을 경유한 뒤 미국으로 가는 코스였다.
Chapter 3. 미국으로!
일본에 도착한 뒤 나는 안내 데스크로 가서 비행기 출발 시각과 게이트 입구 등, 내가 필요한 것들을 물어보았다. 나를 반기는 것은 일본인 남자 직원이었는데 매우 어리바리했다. 이 사람은 내가 하는 말을 못 알아들었고(내 영어발음이 그렇게 별로인가 생각했으나, 이 분이 더 심했기에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바디랭귀지와 아는 단어를 막 조합한 뒤에야 대화가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나는 미국행 비행기입구에 도착했고, 안으로 들어서자 ‘이제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비행기 안의 시간을 즐겼다.
Chapter 4. 도착
비행기의 서비스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지난번 제주도 여행 때는 짧은 거리를 비행해서 인지, 종이컵에 주스 한 잔만 받았는데 장거리 비행이라 밥, 간식 등등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었다.(당연한 얘기라서 촌놈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 당시 나는 매우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하루를 꼬박 새운 후 창 밖으로 미국의 땅이 보였다. 광활한 대지와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산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건물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있었다. 공원도 넓고, 골프장도 있고, 도로도 넓었다. 모든 풍경이 나한테는 새롭게 다가왔고 설레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다.
드디어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하고 나는 승무원의 안내를 받으며 밖으로 나갔다. 입국심사도 통과하고(사진도 찍고 영어로 질문에 대답하고 긴장되었다.) 짐도 찾아 고모한테로 향했다. 멀리서 나는 고모 얼굴을 한눈에 알아보았고 ‘고모!’ 하면서 고모한테로 달려갔다.
Chapter 5. 첫 끼니는 햄버거
미국에 도착한 뒤 나는 모든 것이 신기했다. 무엇보다 탁 트인 하늘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한국 같은 경우 바쁜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조차 없었다.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아도 대부분 고층빌딩에 가로막혀 제대로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나가자마자 보이는 탁 트인 하늘과 도로 옆에서 쭉쭉 뻗어있는 나무들이 나를 반겼다. 나는 고모의 BMW를 타고 햄버거 가게로 향했다.
항상 아빠의 승합차만 타다가 외제 승용차를 타니 승차감이 매우 좋았다, 그리고 나는 미국의 햄버거 가게 문을 열었다.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햄버거를 먹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미국에 있는 이 가게조차도 나한테는 신기했다. 고모와 나는 새로 나온 치킨버거를 시켰는데 세상에 이럴 수가…… 크기가 내 얼굴보다 훨씬 컸다. 나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고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 먹는 것은 무리였고 결국 남기고 말았다. 첫날부터 미국의 스케일에 나는 압도당했고 앞으로 남은 나날들이 기대되었다.
Chatper 6. 강아지와의 조우
사실 고모는 강아지를 한 마리 키우시는데, 이는 내가 미국으로 가는 것을 고민하게 만든 이유 중에 하나였다. 나는 강아지를 무서워한다. 보는 건 좋은데 가까이 가지를 못한다. 항상 강아지를 키우는 친구 집에 놀러 가면, 냅다 친구방으로 뛰어가 방문을 잠그고 있었다. 그런데 앞으로 3주 동안 있어야 할 집에 강아지가 존재했다. 나는 고모가 강아지를 줄로 묶어놓기를 기다린 뒤 최대한 빨리 달려가 2층 침대 윗층에 자리 잡았다. 아마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Chapter 7. 본격 미국 여행 - 샌프란시스코
아침부터 스테이크를 먹고 나는 고모, 고모부와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주변의 경치는 매우 아름다웠다. 미국은 아무데나 봐도 아름다웠고, 사진도 아무데나 막 찍어도 멋지게 나왔다. 장장 4시간을 넘게 달린 끝에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먼저 ‘차이나타운’에 가서 점심식사를 한 뒤 본격적인 구경에 나섰다. 건물들도 위에가 뾰족뾰족한 게 멋있었다. 해안가 근처로 가봤는데 옛날에 마피아 두목을 가둬놨던 수용소가 떡하니 홀로 바다위에 있는 게 멋있었다. 이후 나는 혼자 떨어져 ‘군함 박물관’을 둘러보기로 하고 고모와 고모부는 다른 곳으로 가셨다. 하지만 길치인 나는 ‘군함 박물관’이 어디 있는지 잘 찾지 못했고, 커다란 배 모양으로 되어있는 어느 곳에 들어가게 되었다. 간판도 읽어보니 맞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들어가 보니 배 안에 게임방을 차린 것이었다. 게임방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이게 맞는 줄 알고 여기저기 구경을 시작했다. 일단, 지폐변환기가 눈에 띄었고 나는 20달러를 집어넣고 바꾸는 버튼을 눌렀다. 나는 5달러정도만 동전으로 바뀌어져서 나오고 나머지 돈은 지폐로 다시 나올 줄 알았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25센트짜리 동전이 무려 80개나 밖으로 쏟아져 나와 버렸다. 나는 기계에서 새어나오는 동전을 필사적으로 막았고 그 모습이 꽤나 웃겼을 것이다. 이렇게 바지 양쪽 주머니 가득 쩔렁거리는 동전을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알고 보니 간판을 내가 잘못 이해한 것이었다. 실제 박물관은 게임방 뒤에 있었다.
박물관은 실로 놀라웠다. 세계 2차 대전 당시의 군함에 직접 들어가서 내부를 구경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는 미사일도 볼 수 있었고, 화장실, 식당, 취침실, 조종실 등등 모든 것이 멋있었다. 특히 함대 위에 설치되어있는 기관총 같은 무기(?)들은 환상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어느새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다시 만난 고모부의 차에 탔고 ‘금문교’를 향해 갔다. 금문교는 햇빛을 받아 마치 진짜 황금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고, 다리 위를 지날 때에는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
장장 13시간의 샌프란시스코 투어가 끝나고 집으로 들어온 우리들은 모두 녹초가 되어있었다. 내일은 고모가 듣는 영어 회화수업에 가는 날인데 일찍 일어날 수 있을지 살짝 걱정이 되었다.
Chapter 8. 영어수업, 그리고 마술!
계획대로 아침부터 차를 타고 교회로 향했다. 그곳에서 고모는 외국인들과 영어 회화 수업을 하고 계셨었고, 이번기회에 나도 회화실력을 올리기로 했다. 10명가량이 빙 둘러앉아 서로 이번 주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그런 수업이었다. 나는 처음이라 자기소개부터 시작하였고, 나의 취미는 ‘마술’이라고 말했더니, 모두가 호기심을 보였다. 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마술을 보여드렸고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사실 한국과 미국의 문화는 달라서 마술을 보는 자세도 미국이 좀 더 즐기는 타입이다. 한국에도 마술을 진정 즐길 줄 아시는 분들이 꽤 계시지만 “이 마술을 파헤쳐야지!” 라는 인식이 좀 더 강한 듯했다. 그래서인지 미국인들의 반응은 매우 흥미로웠다. 제스처나 표현하는 방식이 좀 더 컸기에 나 또한 즐길 수 있었다. 이렇게 마술을 보여주고, 우리들의 회화는 계속 이어져 갔다. 외국인들과 함께 1시간가량 자유롭게 대화를 하다 보니 점점 들리는 감도 생기는 것 같고 재미있는 경험을 한 것 같았다.
Chatper 9. 본격 미국 여행 - 유니버셜 스튜디오
미국에 머문 지도 벌써 절반이 좀 더 흘렀다. 오늘 나는 꿈에 그리던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간다. 일단 입장료부터가 만만치 않았다. 무려 100달러!! 10만원이 넘는 돈이다. 이런 돈을 내고 입장할 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그냥 우리나라 놀이공원보다 조금 큰 거는 아닐까 생각도 해봤는데, 입장을 하고 나니 그런 생각은 온 데 간 데 없어졌다.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말 그대로 그냥 환상적이었다. 나는 200달러를 내놓으라고 해도 들어갔을 것 같다.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였고, 스케일이 매우 컸다. 내가 가장 먼저 간 곳은 [Water World]였다.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이름답게 ‘영화’를 가지고 이 곳을 장식했다. 쥬라기 공원, 심슨, 죠스, 슈렉, 그리고 트랜스 포머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준비되어있었다.
[Water World]는 영화 ‘Water World’를 재구성한 프로그램으로 해적과 대결하는 공연이었다. 일단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그런 뮤지컬(?) 같은 걸로 생각했으나 그것은 나의 실수였다. 불기둥이 용솟음치고 비행기가 추락해서 폭발하는 등 상상이상의 무대를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와 소품들이 정말 진짜 같았고, 마치 영화를 눈앞에서 보는 듯했다.
이렇게 처음부터 강력한 무대를 보고 나는 이곳은 천국이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빨리 돌아다녔다. 두 번째로 나는 영화 ‘미이라’를 모티브로 한 놀이기구를 타기로 했다. 마치 진짜 고대 이집트의 건축물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고 내부구조가 자세하게 정말 잘되어 있었다. 암흑 속에서 앞뒤로 마구 움직이는 놀이기구는 무척 재미있었다.
세 번째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인 ‘심슨’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입구부터 심슨에 나오는 광대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심상치 않았고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다. 점점 내 앞의 사람이 줄어들고 나는 들어가기 전 ‘크러스티(심슨에 나오는 광대의 이름)랜드’의 지도를 보았다. 그 중에서도 ‘Death Drop’이라는 놀이기구가 눈에 띄었는데 사진상으로 봤을 때 놀이기구의 높이가 구름을 뚫고 나와 있었다. 나는 설마 이곳이 크러스티랜드인가? 이 문을 통과하면 저 놀이기구가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곧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래도 여기서 돌아가는 것은 후회 될 것 같아서 들어가 보기로 했다. 다행이 이런 놀이기구 따위는 없었고 나는 어느 방에 외국인 관광객들 5명과 함께 갇히게 되었다. 이내 방문이 열리고 우리들 앞에는 한 의자가 나타났는데 이것 또한 광대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롤러코스터에서 앞부분의 가장 큰 의자만 떼 온 듯한 이 놀이기구에 3D영화를 볼 때 쓰는 안경을 쓰고 탑승했다. 그리고 앞에 스크린에는 심슨마을이 나타났다. 아까 보았던 ‘크러스티 랜드’지도는 이 가상세계의 놀이동산이었고 나는 이곳에서 ‘Death Drop’을 체험했다. 진짜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생생한 체험이었고 잊혀지지 않는 경험이었다.
심슨을 보고 나자 이제 ‘슈렉 4D’를 보러 갔다. 4D라는 말이 내 눈길을 끌었던 것 같다. 이것은 심슨의 뒷이야기를 재구성해 만든 10분가량의 애니메이션이었다. 생동감 있는 영상이 끝날 무렵 나는 그 결말에 감탄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아이디어에 그저 감탄 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영화 ‘안’에 있던 요정이 ‘밖’으로 나오는 듯한 연출이었는데 그 방법이 정말 기발했다! 스크린 안의 요정이 사라지고 우리가 영화를 보고 있던 공간의 스피커가 갑자기 스파크를 일으키며 터졌다. 마치 안에 있던 요정이 스크린을 뚫고 나오다가 스피커와 충돌한 느낌? 이게 정말 참신해서 나는 그저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계속해서 감탄하던 나는 ‘트랜스포머 3D’를 체험하러 갔다. 들어가기 전 입구에서는 실제크기의 트랜스포머 주인공 자동차들이 로봇으로 변신해서 움직이고 있었고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정말 멋있었고 3D체험을 마치고 꼭 사진을 찍으리라 다짐했다. 드디어 트랜스포머 체험이 시작되었다. 실제 트랜스포머가 싸우는 도시에 들어가서 적들의 공격을 피하고 도망 다니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나는 다시 한 번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기술력에 감탄했다. 3D 영상의 효과가 너무너무 현실적이었다. 차원이 다른 영상을 보고 나는 주인공 ‘범블비’와 같이 사진을 찍었다.
트랜스포머를 체험하고 난 뒤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영화 제작 현장이 그대로 녹아있는 전시장 이였다. 그 곳에서 나는 몇 십 년 전의 영화와 그 영화에 사용했던 자동차, 대본 등을 볼 수 있었고, 심지어 ‘죠스’에 사용했던 상어의 이빨과 구상했던 그림들도 볼 수 있었다.
이후 밖으로 나와 영화 ‘쥬라기 공원’을 바탕으로 한 놀이기구로 향했다. 처음에는 강물을 따라 이동하면서 공룡모형들을 구경했다. 보면 볼수록 정말 잘 만드는 것 같았다. 그러나 평화로움도 잠시, 내가 탄 놀이기구는 점점 올라가더니 약 25M에 다다랐고 이곳에서 공룡들의 위협을 피해 수직강하 폭포와 함께 낙하했다. 정말 스릴 만점인 놀이기구였다. 단점이 있다면 샤워한 것처럼 온 몸이 전부 다 젖고 말았다.
이제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이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영화 ‘특수효과’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고 이런 영화의 비밀을 다루는 ‘Special Effect Stage’로 들어갔다.
이곳에서는 바람이 부는 고층빌딩의 꼭대기에서 서있는 연출의 비밀, 칼로 팔을 자르는 연출의 비밀 등 평소 궁금했던 연출에 대해 알려주었다. 더불어 열대우림에서 뗏목을 타고 이동하는 연출에 흑백 영화 같은 효과를 집어넣으니 사실감은 배로 다가왔다. 우리가 보는 영화에 이런 단순하고도 신기한 기법이 담겨져 있다니 매우 놀라웠고, 나오고 나니 밖은 벌써 어두컴컴해 졌다. 이제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 나는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전부다 보고 싶은 마음에 투어버스를 타기로 했다. 투어버스를 타고 주변을 감상하는데 매우 놀라웠다. 무려 13개의 도시가 이 공간에 표현되어있었다. 뉴욕, 워싱턴 등등 정말 사실처럼 보이는 세트장이었다. 인상 깊었던 건 중간에 차를 세우더니 어떤 세트장이 나왔다. 이 세트장은 홍수가 컨셉이었는데 나는 이게 CG가 아닐 줄은 몰랐다.
“콰아아아!”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렸다. 저 멀리서 물이 엄청난 속력으로 우리 버스한테 다가왔고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물은 온 데 간 데 사라지고 말았다. 바로 버스 앞에서 작은 물줄기가 되어 졸졸졸 배수구로 흘러내려갔다. CG가 아니었고 기술력은 실로 놀라웠다.
이렇게 버스는 계속 이동했고 정차하는 듯 했다. 어떤 지하철 역(?) 같은 공간에 들어왔는데, 나는 이곳이 맨 처음에 이 버스를 탄 곳인 줄 알고 착각해서 내리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천창이 ‘콰앙!!!’하는 굉음과 함께 무너지더니 지상에 있던 소방차도 함께 바닥을 뚫고 우리 버스 바로 옆으로 떨어졌다. 그렇다. 아직 우리는 투어중이였다. 나는 매우 당황하여 정신이 혼미했다. 지하철 역 천장이 무너져서 위에 있던 소방차가 떨어지고 실제로 우리 옆에는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이런 엄청난 현실을 겪고 난 뒤에야 나는 버스에서 내릴 수 있었다.
아직 안 해본 게 정말 많았다. 차례대로 가봤지만 이미 공연을 다 종료한 상태였다. 할 수 없이 마지막 남은 체험인 ‘미니언 되어보기!’ 체험을 하기로 했다. ‘미니언’이란 영화 ‘슈퍼배드’에 나오는 노란색 캐릭터로 매우 귀엽게 생겼다. 이곳은 어딜 가도 감탄하는 게 세트장을 정말 잘 만든다. 지금 들어간 곳 역시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되어있었다. 여기도 3D 기술을 바탕으로 우리의 모습이 미니언으로 바뀌었고 되게 아슬아슬한 장면이 계속 연출되어 내 심장도 작아졌다 커졌다를 반복했다. 이 체험이 끝나고 나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나왔다.
이곳은 정말 다시 가고 싶은 곳 중 하나이며, 그냥 “놀랍다!”로 표현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영화기술자들의 능력을 보게 된 순간이었고, 이 날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Chapter10. 본격 미국 여행 - 그랜드 캐니언&라스베가스
이제 미국서부여행의 꽃! ‘그랜드 캐니언’ 과 ‘라스베가스’ 여행을 떠난다! 이전까지의 여행은 항상 고모 혹은 고모부와 함께 했었는데 이 곳은 특별한 관계로 한국 관광가이드를 통해 가게 되었다. 버스는 총 세대였고, 우리 투어만 두 개의 관광회사가 합쳐진 버스였다. 우리는 아침 일찍 모여 그랜드 캐니언으로 향했다. 그런데 휴게소에서 정차한 사이 갑자기 안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두 대의 버스가 사고가 났다는 소식이었다. 한 대는 엔진에 이상이 생기고, 다른 한 대는 타이어가 펑크가 나버렸다. 하지만!! 유일하게 우리들의 버스만 정상이었고 우리들은 기분 좋게 계속 그랜드 캐니언으로 향했다.
Chapter 11. 그랜드 캐니언
그랜드 캐니언에 가기 전 먼저 “바스토우”라는 서부도시를 들렸다. 옛날에 사용했던 광산이 있었고, 서부시대의 모습을 간직한 도시였다. 이곳에서는 이를 관광산업으로 발전시키고자 하였고, 다양한 공연도 볼 수 있었다. 특히 카우보이 세명이 대결하는 연극은 인상 깊었다. 서부도시를 지난 뒤 우리버스는 그랜드 캐니언으로 달렸다. 그런데 가는 도중 강풍에 휩싸여 앞에 있던 컨테이너 차량의 컨테이너가 무려 3개나 넘어가는 바람에 두 시간이 지체되었다. 우리는 이 역경을 딛고 드디어 그랜드 캐니언에 도착했다. 나는 그랜드 캐니언을 비행기로 탐험하는 옵션을 선택했다. 협곡사이로 들어가는 것이라 ‘안전’이 최우선이었다. 나는 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미국까지 왔는데 못할게 뭐 있냐는 마인드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각자 경비행기 좌석표를 받고 탑승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오늘 안개가 꽤 껴있어서 비행여부는 확실하지 않았다. 다행이도 탑승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이렇게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비행기에 탑승하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내가 첫 번째였다. 좌석표를 들고 조종사와 함께 사진을 찍은 뒤 비행기 안으로 들어갔다. 경비행기라 그런지 비행기 내부가 꽤 좁았다. 그래도 기대되는 마음으로 착석하자마자 다시 나오라는 신호를 받았다. 이제 엉덩이를 의자에 붙였는데 다시 일어나라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생각했다. 아쉽게도 날씨가 좋아지지 않아 비행을 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나는 한편으로는 “살았다”라고 생각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했다. 그래도 엉덩이라도 붙여본 게 어디냐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하는 수 없이 우리는 비행기를 포기하고 그냥 구경하러 그랜드 캐니언으로 향했다.
그랜드 캐니언을 보자마자 나는 쫘-악 소름이 돋았다.
장관(壯觀)…… 그 자체였다! 자연이 만들어낸 인류 최대의 자연유산!! 그랜드 캐니언이 내 앞에 펼쳐져 있었다. 나는 그저 “와!”하고 바라보았고, 진짜 그랜드 캐니언에 걸맞는 ‘감탄사’가 없어서 이걸 어떻게 표현할까 생각했다. 진짜 넋을 놓고 바라보았고 “와!”와 “웅장하다!”라는 말 밖에는 할 수 없었다. “웅장하다!”라는 말은 진짜 이 장소 하나를 위해 존재하는 단어인 것 같았다. 그만큼 경치는 놀라웠고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이 생생한 감동을 글로 표현하는 데는 분명이 한계가 있고, 사진과 동영상 또한 이를 대신 할 수 없었다. 그랜드 캐니언은 자신의 ‘눈’으로 보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Chapter 12. 라스베가스
그랜드 캐니언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채 호텔에서 자고 나온 우리들은 아침 일찍 라스베가스로 진입했다. 라스베가스의 ‘지구에서 가장 큰 관람차’가 우리들을 반겨주었다.(곧 두바이에서 이것보다 큰 관람차를 만든다고 한다.) 우리는 제일 먼저 ‘벨라지오 호텔’의 환상적인 ‘분수쇼’를 감상했다. 아름다운 노래의 선율에 맞춰서 물줄기가 춤을 추었다. 가이드 아저씨는 이 기술이 우리나라가 최강이라고 하셨고, 이 쇼 또한 한국인 장인이 만든 것이라고 하셨다. 분수쇼를 본 뒤 세계 최고의 호텔인 ‘윈’을 거쳐 우리는 LG전자의 전구쇼를 보러갔다. 이 쇼는 1230만개의 전구를 이용한 것으로, 천장에 붙어있는 이 전구가 각기 다른 색을 내며 하나의 영상을 만드는 쇼였다. 이런 기술이 가능하다니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이 멋진 공연을 본 뒤 이제 본격적인 자유시간이 되었다. 나의 숙소는 ‘LUXOR’호텔이었는데, 피라미드같이 생긴 것이 특징이며 꼭대기에서는 강력한 빛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우리 호텔과 연결되어 있는 호텔이 또 있는데 바로 ‘엑스칼리버’호텔이다. 이 호텔의 외관은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왕자가 사는 ‘성’모양을 하고 있어 매우 화려했다. 라스베가스에 있는 다양한 종류의 호텔들은 각자 자기만의 특징이 하나씩은 있었다. 공작새가 있다든지, 화산쇼를 한다든지 등등 개성 넘치는 호텔들이 우리들을 반겨주었다. 하지만 불행은 시작되었다.
‘라스베가스’는 지리적으로 ‘사막’이다. 사막에는 비가 잘 오지 않는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 내가! 처음으로! 여행한 이 날에 왜! 비가 오는 것인가! 하지만 나는 관광을 포기할 수 없었고, 고모와 함께 4시간가량 비를 맞으며 바깥을 돌아다녔다. 정말 비만 빼면 금상첨화인데…… 이번 여행에서는 날씨가 안 도와주는 듯 했다.
짙은 안개 때문에 그랜드 캐니언 경비행기 탑승을 포기하고, 비 때문에 라스베가스 관광을 제대로 못하고, 바람 때문에 두 시간이나 지체가 되었다. 다음날 아침, 관광가이드는 사막에서 비를 맞았으니 ‘행운’이 아니냐며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하셨다. 이런 마음가짐 또한 본받을 점 중에 하나였다. 이번 2박3일 그랜드 캐니언, 라스베가스 여행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관광가이드 아저씨들이였다. 친절함과 박식한 지식으로 가는 내내 지루하지 않게 도와주셨다. 이렇게 아쉽기도 했고, 재밌기도 했던 여행이 끝이 났다.
Chapter 13. 마무리
이 글에서 표현하지 못 한 것이 정말 많았다. 고모가 운영하는 일식 레스토랑집도 환상적이었고, 미국의 다양한 가게들, 그리고 서점! 서점도 멋있었다. 2층으로 구성되어있는데 에스컬레이터도 있고 규모가 굉장했다. 또…… 고모네 집 앞에는 수영장과 온천이 배치되어있어서 맨날 수영하고 놀기도 했다. 이야기 안한 것 중 ‘게티 센터’라는 엄청난 크기의 박물관도 갔었고, 한인타운도 갔었다. 무엇보다 멋있었던 것은 ‘쉘 비치’의 야경이었다. 노을이 지는 짙은 햇빛과 바닷물, 그리고 그림자 셋이 조화를 이루는 멋진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헤어질 무렵이 되자 강아지랑도 많이 친해져 있었다. 이제 내가 걔 똥도 치울 줄 안다. 미국에 있는 동안 나는 많은 것이 실제로 바뀌어져 있었다, 가장 큰 변화 두 가지는 1. 강아지가 덜 무서워 진 것, 2. 초밥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모두 일식레스토랑을 운영하며 강아지를 키우는 고모와 고모부 덕분이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사이지만 헤어질 때가 되니 아쉽기만 했다. “내가 왜 옛날에 이 좋은 곳을 안 간다고 했을까?”하고 후회도 해 보았다. 이제 진짜 미국에서의 생활도 끝이 다가왔고 나는 공항으로 향했다.
일본행 비행기가 미국에서 나를 반겼고, 일본에 도착하니 가족한테 보내주는 비행기가 나를 반겼다. 어느 샌가 나는 가족들 앞에 와있었고, 3주간의 공백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편하게 마주했다. 정말 내 인생중 가장 값진 경험을 한 곳은 미국이었던 것 같고. ‘우물 안 개구리’에서 나온 느낌이랄까? 진짜 세상은 넓다, 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곳이었다.
미국에 갔다 온 뒤로 나는 ‘배경지식’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가이드분께 들은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라는 시가 국어책에 나왔고, 게임을 하다 보니 [후버 댐]이 나왔는데, 이 곳 역시 라스베가스 여행을 하면서 본 곳이었다. 해외여행은 삶을 살아가는 시각을 넓혀주는 행위이자 배경지식을 키워주는 직접경험의 산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항상 여유롭고 배려가 넘치는 미국에서의 삶이 탐나기도 했지만,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한국에서의 삶도 나쁘지는 않았다. 미국에서 갔다 온 뒤로부터 나는 ‘도전’정신이 확실히 강해졌고 뭐든지 다 해보려고 한다. 왜냐하면 지금 아니면 기회는 더 이상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비행기를 타고 ‘밥주는 지하철!’이라고 표현했다. 마치 화장실도 있고, 밥, 간식 다주는 비행기가 딱 밥이 나오는 지하철 같았다. 지하철보다 훨씬 타기도 간편했고, 솔직히 더 편했다. 이번에 비행기의 맛을 본 뒤로 나는 계속 비행기가 타고 싶어졌다.
[마치며……]
내 인생의 세 가지 전환점은 바로 ‘마술’, ‘선생님을 만난 일’, 그리고 ‘미국여행’이다. 전부 다 중학교 1, 2, 3학년 때 일어난 일이니, 내 인생의 전환기는 ‘중학교 때’ 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나는 ‘마술’로써 사교성과 대중성을 얻었고, ‘흥수 쌤’으로부터 나의 목표를 얻었고, ‘미국여행’을 통해 도전정신과 새로운 세계에 대한 시각을 얻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터닝포인트]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걸 인지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인 것이다. 뭐, 인지 못하는 사람도 상관없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더 발전하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언젠가 그런 사람들도 느끼는 날이 올 것이다! 자기의 [터닝 포인트]는 언제였는지를 말이다.
여러분들의 ‘터닝 포인트’는 언제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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