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7일 목요일. 오랜만에 명퇴한 선배 선생님을 만났다. 그동안의 일들과 오늘의 일들과, 앞으로의 일들과, 가족과 사회의 일들과 함께 홍어삼합에 지평새막걸리가 돌았다. 지구도, 달도, 시간도, 우리도 도는 것처럼.
조만간을 기약하면서 헤어져 암사역에서 8호선 타고, 잠실역에서 2호선 갈아타고 신림역으로 가다가 스마트폰 에너지게이지 위험수위, 예비베터리 갈아끼우다가 아뿔사, 전동차 일곱 개의 좌석 맨끝에 경계에 틈으로 쏙 들어간다. 스테인레스 소재는 거울처럼 두 개의 배터리처럼 보이고 손가방에서 볼펜을 꺼내 빼내기 시도. 불가! 볼펜심으로 재시도 불가. 이어폰과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집게로 끼워서 빼내기 시도. 꽂히지 않는 집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똑같이 반복. 불가. 옆자리 사람이 바뀌고 내 자세에 불만 가득. 나는 내 일에 집중. 미안함 뒤로, 벌써 사당. 굴려떨어뜨리기 시도. 불가. 다시 원대복귀. 끈적한 마이쮸나 껌은 없고, 벌써 낙성대 지나 서울대입구역-관악구청. 두 정거장 남았다. 계속 가아하나, 포기하고 그냥 내릴까? 순간 이어폰을 틈새로 밀어넣는다. 볼펜심이 밀어넣는 도구가 된다. 이어서 이어폰줄을 살살 당긴다. 틈새에 여유가 없어서 아래가 걸렸다. 봉천역! 한 정거장 남았다. 온몸에 신경을 모으고 올라온 예비배터리를 허벅지로 다시 떨어지지 않게 고정하고 손가락으로 잡는데 성공!
다음역은 신림, 신림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예비베터리 잡은 반동으로 튀어오를 듯 일어나 내리는 순간, 나는호모파베르,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자부하는 오후 9시.
선배선생님 만나기 30분전. 암사역 가는 길. 노래방 다녀오던 제자 2명 발견. 마침 동네떡볶이집. 시간 있으면 떡볶이? 사제동행 수시집단상담. 떡볶이랑 순대 대신 팥빙수 세 그릇. 플라스틱 그릇과 플라스틱 스푼이 우리의 위생을 담보한다. 녀석들의 자전거도, 스마트폰도, 떡볶이집 테이블과 의자, 튀김용구들도 모두 도구다. 하여 우리는 호모파베르. 사는 게 편리한 시대를 위해 창의적이거나 이타적인 사람들의 땀과 시간의 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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