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방송(임흥수, 장편소설)

8. 사실과 진실

madangsoi 2014. 2. 22. 21:29

“자, 보세요. 지금 환자분의 항문을 모니터링하고 초음파 검사를 한 결과를 말씀드릴 텐데요 썩 좋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아파서 올 정도면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검사를 했습니다.”

“네, 돈은 상관없고요. 오늘 치료나 수술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아, 또 돈 들어가겠구나! 아내한테는 말도 못하겠구나!)

“치질이란 항문 주변에 생기는 질환을 통칭하는 용어로서, 치질환자의 반수 이상이 치핵환자이기 때문에 편의상 치핵을 치질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항문 쿠션’이 붓고 늘어지고 커져 출혈이나 통증 등을 일으키는 것을 치핵이라고 합니다. 국어선생님이시니까 잘 아시겠네요. 광의의 의미로 치질이라고 하는 거겠죠!”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으니까 용건만 간단히 하면 좋겠는데 의사선생님은 자세하게 사실과 진실의 사이를 오가면서 내게 선택을 하라고 강요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 한 번 잡은 환자를 계속해서 단골로 만들려는 속내를 보이는 것만 같다고 내 스스로 의심한다. 모든 것은 돈 때문이다. 고통은 참을 수 있는데 돈이 문제인 것이다. 가능성 없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없는 가능성도 만들어 진급을 시키고 졸업을 시키기 위해 가정방문도 불사하고 립 서비스도 감내하는 내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동병상련이고 동류의 교감을 느낀다. 순간 오르가즘을 느낀다. 절정을 향하여 의사는 내게 항문의 칼라모형과 초음파 사진을 보이면서 내가 얼마나 문제가 많으며 자신이 얼마나 환자에 대해서, 항문 질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지 피력한다. 순간 짜증이 나려고 했지만 대장암이나 직장암이란 단어가 나오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의사에게 멘트를 날린다.

“문제가 심각한 건가요?”

의사는 기회를 잡은 듯 진지하게 말을 건넨다. 아주 쉬운 말로 이야기를 하겠다는 듯 예의 항문 칼라 모형과 흑백의 초음파 사진 두 장을 근거로 빠르고 간편하며 회복도 빠른 수술을 권한다. 검사 전에 물었던 내 직업을 내세워 2박 3일 간의 입원보다는 빠르게 수술하고 바로 퇴원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내 직장 분위기를 들킨 듯 나는 그의 권유를 따르기로 했다.

“항문관의 점막 바로 아래층에 배변을 부드럽게 하게 해주는 쿠션 조직이 있습니다. 이 쿠션 조직은 혈관이 풍부하게 있으며 이 혈관의 염증성 변화 및 피로 현상 등으로 부종이 생기거나 비정상적으로 커져 출혈이나 항문 밖으로 밀려나오는 경우를 치핵이라고 말합니다.…… 유전적 요인(가족력), 만성 변비 및 설사, 임신과 출산은 선생님과 상관이 없고요, 직업적 요소로 오랫동안 앉아서 일을 하거나 오래 서서 일하는 경우 항문주위 혈관의 혈액 순환 장애로 잘 발생합니다. 음식물, 술을 자주 마시거나 섬유질 섭취가 적은 경우, 자극성 음식을 자주 먹는 경우에도 흔히 발생합니다. 치핵이 생기게 되면 다양한 증상을 가지게 되는데 이것도 내치핵(암치질)과 외치핵(숫치질)에 따라 다릅니다.…… 내치핵의 가장 흔한 증상은 출혈입니다. 배변 시 항문으로 선홍색 출혈이 비치고 경우에 따라선 물총 쏘듯이 피가 뻗는 경우도 있습니다. …… 흔히 젊었을 적부터 치질로 인한 출혈이 있던 분들은 나이 들어서 생기는 출혈도 같은 것으로 생각하고 방치하다가 암을 악화시켜서 오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의사의 고객에 대한 예우는 대단했다. 초진 환자에게 보내는 그의 이 놀라운 고객 사랑, 이는 감동으로 이어졌다.

“외치핵의 경우는 내치핵과 달라 피곤하거나 찬데 오래 앉아있거나 또는 과음 후에 갑자기 발생한 항문 주위의 작고 단단한 덩어리와 통증이 주 증상이 됩니다. 외치핵은, 골프스윙 같은 스포츠, 찬 곳에 오래 앉아 있은 후, 배변을 참았다 보는 경우 등으로 항문피하의 정맥 울혈에 의해 혈전이나 혈종이 생기고, 그 위치가 항문의 치상선보다 아래 부분에 생기는 것 입니다. 치상선 아래 부분은 피부의 일부이므로 통증을 느낍니다. 초기에는 배변시의 출혈은 있어도 통증은 없지만, 병이 진행되면서 배변 시에 돌기가 항문 밖으로 나왔다가 들어가고 항상 나와 있기도 합니다.…… 탈출된 치핵이 전 항문을 걸쳐 있어서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혈액순환이 안 되어 심하게 부어있는 경우는 통증이 심하여 앉아 있거나 서있지도 못하는 경우는 응급수술이 ……”

그의 연설은 벌써 20분을 넘기고 있었다.

“경미한 치핵은 좌욕만으로도 치료될 수 있습니다. 모든 치질의 가장 중요한 예방법이며 치료법입니다. 치핵은 변비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변비가 있는 경우에는 변비를 없애는 것이 치료의 첫 단계입니다. 물을 하루에 8잔 이상 드시고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을 섭취하여 대변의 양을 늘려 변비를 없애야 하며 일정한 시간에 대변을 보고 짧은 시간 내에 배변을 마치도록 하며 배변 후 물로 씻는 것이 좋습니다. 심한 증상이 있을 때는 경구 약물요법 및 치질연고의 사용이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약물요법은 치핵을 완치한다기보다는 급성기 증상을 경감시키고 시간을 벌 뿐이지 결국에는 수술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핵을 근치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숙련된 외과의사가 눈으로 보면서 치핵 덩어리를 뿌리부터 절제하는 것입니다.”

의학이 발전함에 따라 치핵 근치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며, 수술 후 통증을 경감시키는 방법에도 많은 발전이 있어 현재는 과거와는 달리 오랜 기간 입원할 필요도 없으며, 극심한 고통으로 고생하는 일도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이번에는 치열에 대하여 말했다. 치열이란 항문 주위가 갈라지는 병으로 증상에 따라 종류가 다양한데, 단순히 찢어지기만 하는 열상을 급성 치열이라 하고 난치성 궤양을 만성치열이라고 한다고 했다.

“치열은 주로 다이어트를 하는 젊은 여성이나 운동이 부족한 비만형인 사람에게 많이 생기는데요……. 치열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변비가 가장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배변, 항문, 심한 통증, 피, 혹까지……. 급성치열, 국소 마취연고, 좌욕, 항문세척! 만성 치열의 치료는 수술적 치료, 수지 확장술, 내괄약근 절개술, 피판 이동술…… 의사는 정말 대단한 달변가다. 저걸 다 어떻게 외웠을까?

“치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규칙적인 식생활을 하고, 아침 식후 30분 이내에 변을 보는 습관을 가지며, 충분한 수분과 섬유질을 섭취하고, 운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 종종 치루가 피부와 연결되지 않고 직장관을 …… 초음파 검사를 통해 발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치루가 생기는 원인은 해부학적으로 항문소가 깊어 변이 이곳에 잘 끼어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치루는 절대로 약물이나 자연적으로 좋아지는 법은 없다. 치루는 발견되는 즉시 수술을 해야 한다며 말을 이었다. 결국 대장암이나 직장암 이야기에다가 이 치루 이야기까지…… 괄약근은 내괄약근과 외괄약근으로 나누게 되는데 외괄약근의 50%정도만 남아있게 되면 배변기능이 유지가 되므로 일반적인 치루인 경우는 우선적으로 치루절개수술을 고려한다. 그런데 문제는 괄약근을 많이 침습하는 고위치루인 경우는 치루절개수술을 할 수 없으며 항문피판 성형 수술이나 실로 묶는 등 괄약근을 보존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이용되고 있는데 어떤 방법도 재발률이나 괄약근 보존 정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의사의 말은 초음파 검사와 항문 내시경 촬영을 하고 가장 편하고 빠르며 바로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 새로운 수술 방법이 있는데 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고맙게도 눈물이 날 뻔했다. 그냥 수술하자, 그리고 비용이 많이 든다. 꼭 수술해야한다. 나도 돈 벌어야지. 그리고 수술 끝나고 괜찮아지면 꼭 대장 내시경 하자. 대장 내시경이 11만원인데 부종이 발견되면 개당 몇 만원씩 더 내면 된다. 뭐 이런 거다. 그래서 수술을 했다. 정말 아프지 않은 무통 링거를 맞아서인지 아프지가 않았다. 하지만 의사의 예상과 달리 항문 안쪽에 부종, 고름이 보여서 항문을 기계로 열고 째고 빨아서 레이저로 지지는 느낌은 정말 강제로 성적 수모를 겪는 것 같아 아프기보다 수치심에 이로 손등을 물어야 했다. 아, 정말 아팠다. 죽일 놈의 의사!

“자, 마취주사와 무통 수액을 함께 맞을 겁니다. 통증을 느끼지 못 하니까 걱정마시고요, 주먹에 힘주세요!”

“네, ……”

“조금 아파요. 마취주사 놓겠습니다. 밴드로 고정시킬게요.”

“네, 아아아……”

“잘 참으셨어요. 무통 수액이 계속 흘러들어갑니다. 아프지 않으실 겁니다.”

“……”(정말 아프다. 네 기준이 뭐냐?)

“배 위에 스텐판 올립니다. 차갑습니다.”

“……”(정말 차갑다. 참으란 소리냐?)

“손을 자유로이 움직이셔도 되고요. 오른쪽 다리 올릴게요. 힘 빼세요.”

“……네!”(너 같으면 힘 안 주겠냐? 까불고 있어?)

“자, 이제 왼쪽 다리 힘 빼고 올려 주세요. 네, 잘 하셨어요!”

“……”

“이제 엉덩이를 들어서 앞으로 쭉 빼주세요.”

“네, 이렇게요?”

‘와, 고문 받는 게 이런 기분이겠구나! 강제로 성적 수모 당하는 기분이 든다. 여자 간호사의 말 한 마디에 나는 포로가 되었다. 그녀가 시키는 일에 나는 따를 수밖에 없는 노예, 그게 바로 지금 이 순간의 나다!’

“이제 의사 선생님 오시면 수술 시작합니다. 금방 끝납니다. 길어도 10분이 넘지 않을 겁니다. 계획대로라면요!”

“네, ……”(계획대로 되는 게 세상에 얼마나 있겠냐? 차라리 오래 걸린다고 해라. 그러다가 빨리 끝나는 게 나으니까!)

“항문을 좀 열겠습니다. 네 좋아요. 그럼 밖으로 나온 부분만 제거할 게요. 아프지 않지요.”

“네!”(정말 안 아프네. 오늘 토요일에 오길 잘 했다.)

“자, 거의 다 했어요. 잘 하고 있어요. 가만 이거 뭐냐? 생각보다 부종이 많다.”

“왜요?”

“잠깐만요. 밖에 부분만 자르면 될 줄 알았는데 부종이 좀 더 안쪽에 있어서요. 금방이면 됩니다. 항문 좀 열게요.”

“네!”(항문은 안 열어도 된다면서? 이게 뭐야? 항문 내시경 할 때도 정말 아팠는데! 죽었다. 주먹이나 물고 참자!)

“죄송합니다. 안쪽을 조금 더 열게요. 하는 김에 하죠. 아프지 않나요?”

“아프면 얘기하세요. 의사선생님이 완전히 뿌리 뽑으시려고 그래요!”

“네에!”(정말 아프다. 우와 머리가 조인다. 왜 항문을 벌리는데 머리가 조이지?)

“자, 항문 안쪽의 부종이 하나하나 제거되고 있습니다. 아파도 참으세요.”

“아아아아아아아!”(아픈 게 아니라 강제로 당하는 이 느낌! 정말 고통이 아니라 졸도하겠다.)

“부분 마취라서 그래요. 조금만 더 참으세요.”

“읍읍읍!”(아, 죽을 뻔했다. 이제 다 했나 보다. 항문이 원위치로 돌아왔다.)

“다시 한 번 넣을 게요. 조금만 더하면…… 아예 부종의 뿌리를 뽑는 겁니다. 네, 다 됐어요.”

“읍읍읍!”(아, 정말 이상하다. 정말 아프다는 표현은 아닌데, 뭐라고 형용할 수 있을까? 아프긴 아픈데 표현할 방법이 없다. 정말 처음 경험하는 이 기분. 처음 항문 내시경 할 때 내 몸에서 강제로 빨려 나가던 대변 탈출의 느낌이 자꾸만 공포로 엄습한다. 부러진 화살의 김교수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다시 한 번 더 넣을 게요. 부종 제거 확인하고 지혈을 확실하게 할 겁니다. 깊은 곳이라 아프겠지만 참으세요. 레이저로 마무리!”

“읍읍읍!”(아, 죽고 싶다. 머리가 조인다. 아픈 게 아니다. 강제로 당하는 이 패배감! 양귀자의 소설 [잘가라 밤이여], 후에 [희망] 상, 하권으로 제목을 바꾸었던, 그 작품 속에서 고춧가루 탄 주전자 고문이 오버랩 된다. 그 느낌을 잘은 모르지만 살기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살고 싶기 때문에 고통도 참는 것이다. 죽는 게 오히려 쉬워 보인다.)

“한 번 더 할 게요.”

“압압압!”

“깊어서인지 지혈이 잘 안 돼서요. 조금만 참으세요. 거의 다 끝나가고 있습니다.”

“아아아아읍읍읍 압압압!”(나 이만 하면 많이 참은 거야. 예상을 못했다고?)

“한 번 더 갑니다. 참으세요. 거의 다 했어요.”

“아아아아읍읍읍 압압압!”(아, 이 열여덟 놈이! 아주 사람을 죽이는구나!)

“한 번 더 갑니다. 지혈이 잘 안 되네. 깊어서 지혈이 잘 안 됩니다. 하지만 수술은 잘 됐어요.”

“네!”(아, 살았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갈게요.”

“네? 아아아아읍읍읍 압압압!”(벌써 들어왔다. 죽일 놈의 항문 개봉 머신!)

“네, 레이저로 지집니다. 아, 지혈이, 지혈이…… 네, 됐습니다. 너무 아파하셔서 그만 할게요.”

“네, 아아아아읍읍읍 압압압!”(고통 줄 만큼 다 주고 이게 무슨 립서비스!)

“다 끝났습니다. 한 번 더 넣고 확인하느라 죄송합니다.”

“지혈 겸 해서 항문에 거즈를 두껍게 붙일 겁니다. 항문 안에 지혈을 위해 뭘 하나 넣을 겁니다. 배변 때 살덩이처럼 나오는데 놀라지 마세요. 그냥 물과 함께 배출하시면 됩니다. 집에 가셔서 좌욕 하시고 처방한 약 드시고, 혹시 아프실 수 있으니까 타이레놀 같은 거, 집에 있으면, 드시면 됩니다. 수고하셨어요.”

의사가 나가고 간호사가 무어라, 무어라 주저리주저리 이야기 한다.

“진통제 주사 엉덩이에 놓을 게요. 진통제라서 많이 아픕니다. 엉덩이 오랫동안 문지르세요.”

“……”

“이제 일어나세요. 아까 옷 갈아입었던 곳에 가서 무통 링거 맞고 집에 가셔서 할 일과 주의하실 점 알려드릴 게요.”

“……”

“자, 누우세요. 집에 가셔서 좌욕하셔야 하는데 이따가 알려드릴 게요.”

“네, 소망의원에 연락해서 의사선생님께 제가 먹고 있는 약 알아서 문자로 보낼게요!”

“네, 편히 누워 계세요.”

아내에게 전화해서 소망의원 전화번호를 문자로 보내달라고 한다. 수술 사실을 알린다. 숨기고 싶지만 숨길 일도 아니니까. 치질 수술! 아니, 전문용어로 치핵 수술이다. 그게 큰 흉은 아니지 않은가? 이내 아들에게서 전화가 온다.

“아빠, 왜 수술했어? 어디 아파?”

“아빠 괜찮아. 이따 봐.”

“아빠, 아빠!”

“집에 가서 얘기하자!”

“아빠! 아빠……”

수화기 너머로 아들이 엄마에게 칭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빠가 자기 얘기 안 듣고 전화 끊었다고 투덜거리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린다.

“수고 하셨어요. 어떻게 해드릴까요?”

“일시불로 해주세요!”

“말씀드린 대로 하시고 월요일 오전에 오세요.”

“네! 그런데 3시 이후에는 안 되나요?”

“네, 그럼 그 시간으로 할 게요!”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병원을 나선다. 46만원이 드는 2박 3일의 입원 대신 19만원이라는 상대적 저비용으로 하루 만에 수술하고 퇴원을 하는 나는 정말 아름다운 아버지다. 가난한 아버지다!

최신 다아오드레이저 수술 요법에다가 무통 수액 덕인지 고통이 없다. 대신 머리를 조이던 기억은 강제로 폭행당하는 필름이 수시로 오버랩 된다.

아, 정말 다시는 오지 말아야할 항외과! 하지만 의사는 내게 항문에서 직장까지를 제외한 대장 내시경을 4주 후 네 시경에 하자고 한다. 전날 위를 다 비우는 약, 일종의 설사약을 관장약으로 먹고 말이다. 이제 나는 이 항외과의 단골 고객이 되었다. 우리 학생들에게 나도 단골 고객을 만들기 위해 오늘 만난 의사처럼 기대와 우려를 적절히 만들어 단골 고객으로 만들어가야겠다는 깜찍한 생각이 들었다. 3월 24일의 하늘에 하이얀 봄눈이 내리고 있었다. 자꾸만 치핵이 핏빛 함박눈이 되어 내리는 악몽을 꾸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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