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투성이 제아', 황선미식 학교스토리 진로탐색&인성덕목 공감하기 프로젝트이면서 마을결합형 우리 동네 공동육아, 협력교육을 보여주었다. 2017년 7월 21일 금요일 여름방학 첫날, 독서활동을 위한 레이더에 포착된 '일투성이 제아(황선미, 이마주 출반사, 2017)'는 두 가지가 공존했다. 황선미 작가에 대한 무한의 기대감이 하나였고, 서울초등국어교과교육연구회 추천이 가져오는 공식같은 인성교육동화일 것이라는 선입견이었다. 주인공의 이름 윤제아(제아(齊我)), 자신을 스스로 제어하다, 나를 다스리다)는 이미 "좋은 시작은 좋은 끝을 불러오게 돼 있다."는 폐지 줍는 할머니의 주문에 걸려 있었다. 제아 아빠의 말처럼 "그 양반이 괜히 그런 소리를 했겄어? 싹이 보이니까 칭찬했을걸. 그런 사람이 우리 동네에 산다니까 내가 괜히 우쭐해지네. 참 대단한 어른이야. 그렇게 올거 뭘 후원하는 건 아무나 못하지. 암!" 가족이 없이도 가족이 될 수 있는 지역사회공동체, 마을학교의 싹을 키워내는 구상도 작위적이지 않아 신선하다.
2002년 출간된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이 보여주었던 우화 속 잎싹처럼 단순한 모성애의 숭고함을 넘은 자존감을 위해 안정 보다 모험을 찾았던 캐릭터에 2011년 애니메이션(감독 오성윤, 명필름, 오돌또기 기획)은 압권이었다. 연기파 배우 문소리, 유승호, 최민식, 박철민의 더빙으로 연기력을 더하고 영화 '올드 보이(감독 박찬욱)'의 이지수 감독의 ost가 어우러져 200만 돌파라는 보기 드문 애니메이션 흥행을 가져오기도 했다. 2017년 영문판 출간 한달만에 영국 대형 서점의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대한민국 동화의 황선미식 파워를 보여주었다.
"동생이란 건 꼭 무거운 신발 같다."는 제아, "그러게 넌 대단한 거 같아. 나도 쌍둥이 동생이 있으면 좋겠어."라는 그냥 아는 애였던 다영이의 말은 이중적이고 대비적이다. 12세 제아는 우등생이고 횡단보도를 숭상하는 착한 소녀다. 아빠는 보험회사 직원이고 엄마는 어려운 가정 경제를 위해 호두과자 판매점을 냈다. 리틀디자이너 옷공방에서 패션디자이너를 배우고 싶은, 패션디자이너를 꿈꾸는 제아는 집에서 가까운 미술학원을 다녀야 하고 방문과외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모범생답게 집안일에 쌍둥이 동생 치다꺼리까지 해야한다. 쌍둥이 보모에 신데렐라처럼 일투성이다.
'일투성이 제아'는 친구 시귀기와 진로문제로 힘들어하는 초등학교 5학년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4남매의 맏이인 주인공 제아의 시선에서 쿨하게 떠나는 친구 보내주기, 시한부 생의 연명 치료 거부하고 만학의 진로 꽃 피우기, 서로 잘 안다고 착각하는 부모와 자식 다시 바라보기, 하고 싶은 말 가족끼리 친구끼리 들어주기, 혼자 짐 지고 꿍하지 않기, 서로 다른 사람들 일부러 이해하는 척 않기 속에서 피어나는 왕따 같은 왕따 없는 이야기다.
"쟤는 이상하게 사람을 차별해.…… 저런 애 밥맛이야. 자기가 잘나 보이려고 친구나 고르고."를 위한 고가의 굴절망원경을 선물 받을 수 있는 지혜네 잠옷파티에 초대된 제아, 수연, 니콜. 하지만 갑작스러운 아빠의 약속 위반으로 삼총사에서 밀려난 제아에게 그냥 알았다고 생각했던 연주 대성, 은조, 다영이와의 만남은 폐지 줍는 할머니, 열린 책방의 대장과 맞물려 대학생 봉사활동 언니, 오빠들로부터 재투성이아가씨는 떠나가는 친구 수연이와의 계산적이고 일방적인 관계를 쿨하게 청산해 나간다. '슬프고 자존심 상하는 말이지만 일부러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왼쪽 가슴을 토닥거렸다. 만화 주인공처럼. 걔는 외로울 때마다 이렇게 자기 심장을 달래준다.'
은근히 좋은 친구 은조. "오늘은 혼자네. 혹시 왕따?" 열린 책방에서 친해지는 은조는 3반애였고, 우리가 알고 있던 아름답게 각색된 1. 페로 동화집, 2. 그림동화집, 3. 안데르센 동화집의 전부를 읽으면서 성장한다.
"결혼 같은 거 절대로 안 해. 아이를 힘들게 하는 엄마 따위는 되기 싫어. 언젠가는 떠나 버릴 거야. 뒤돌아보지 않을 거고,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우리 멋쟁이 대장이 가져온 오솔길 그림에 붙인 "거기로 가는 길."에 쓰여진 성공, 유럽, 엄마, 대학, ST, 내 친구…… 제아네 네 손주를 키우다가 암에 걸린 할머니는 요양원에서 치료를 거부하고 촌스럽게 문화센터에서 뽕짝에 맞추어 밸리댄스 발표회를 삶의 최종 목표로 삼는다. "아무렴. 선생님이 할미를 뽑았거든. 이달 말이니까 네가 와서 맨 앞에서 봐줘야 한다." 그리고 그냥 알던 친구들과 오랫동안 친했으나 이제 보내야 하는 수연이에게 할머니 밸리댄스 발표회에 '너를 초대해!'라고 말하는 용기를 보여준다. "나는 왜 수연이밖에 몰랐을까?…… 우정이 아니라 자존심 때문이라면 우리가 진짜 친구일까? 친구가 꼭 수연이라야 되는 건 아니라고. 다른 길로 가버린 친구는 그냥 보내는 거라고."
얼음성의 마녀와의 싸움을 하면서 춤꾼이 되겠다는,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가장 확실하게 알고 있는 애, 사촌언니 발레연습실에서 청소부를 자처하는 연주를 구하러 가면서 최초로 선의의 거짓말을 하게 되는 제아와 다영은 선택하는 법을 체험한다. 누나 윤제아를 문제아로 명명하는 제민이에게 "내가 집 나가면, 너 때문인줄 알아."는 장치는 황선미식 개그의 압권이었다. 부랴부랴 쌍둥이 제인과 제은을 캐어하지 못해 달려오는 제아에게 제민이가 한 말은 눈물 속에 웃음을 유발한다. 카타르시스다. "진짜로, 집 나갔던 거야? 나 땜에?"
"쌍둥이 덕분에 나는 꼬맹이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좀 안다.처음부터 만만하게 보이면 끝이다. 나는 꼬맹이 하나하나와꼭꼭 짚듯이 눈을 맞추고 딱 부러지게 말했다." 꼬마 요괴의 점심식사 이야기를 하는 장면은 교육철학의 시선이라서 살갑고 냉정하다. "목소리 색깔이 좋네. 그것도 재주야. 고마운 능력이지." 폐지나 줍는 사람이었던 멋진 대장 할머니의 이상한 화법은 눈이 점점 멀어지는 황반변성으로 한 쪽 눈을 실명하고 나머지 눈마저 실명해서 결국 장님이 되면서도 열린 책방과 고물상 주인이면서 마을의 소외된 이들에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하고 초, 중, 고, 대학생들의 순전히 봉사활동과 멘토링으로 마을이 함께 키우는 공동체를 제시한다. 그런데 그게 참 자연스럽다.
당나귀 숨이 훅 터져버린 것이다. 쌍둥이 동생이 내리막길에 떨어뜨린 농구공 때문에 은조가 다쳤다는 사실을 대성이를 통해 뒤늦게 알고 엄마에게 달려가는 쌍둥이 보모인 제아의 모습은 이 소설의 압권이다.
"걔 다쳤잖아. 쌍둥이가 공 놓쳐서 그랬다던데."(중략)
"우리 때문에 어떤 애가 다쳤어. 다리가 부러졌대. 어떡해, 엄마?"
"가서 동생들 챙겨. 엄마가 알아서 할 테니까."
"미안해, 엄마."
'아이들은 자기 엄마를 잘 안다고 생각하고, 엄마들은 자기 자식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천만의 말씀. 적어도 내 생각은 그랬다. 나만 해도 엄마에게 말하지 않는 게 많으니까. 야단맞을까봐 거짓말도 많이 했고. 하지만 엄마가 병원부터 찾아가는 걸 보고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엄마는 아이가 할 수 없는 걸 해낸다. 그래서 어른이다.'
"나, 선택이라는 걸 했어.…… 엄마, 나 책방에서 일하기로 했어. 책 읽어 주는 도우미. 수요일만. 하루니까 그날만 책방 앞에서 쌍둥이 내리게 해 줘요. 그럼 일도 하고 쌍둥이도 볼 수 있는데."(중략)
퇴원을 하고 학교에 등교하던 날 은조가 제아에게 내민 테이프로 입구가 딱 봉해진 두툼한 작은 봉투는 제아 엄마가 알아서한 합의금이었다고 추측했지만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순간 짜릿한 전기가 오른 듯 찌릿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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