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학원에서 왼엄지손가락을 피아노 뚜껑에 찧인 아들은 아침 출근시간에 제 엄마 말에 토를 달다가 된통 욕을 먹었다. 하여 수학 단원평가를 풀고 도띠잠뜰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본다. 비 오던 아침, 눈으로 바뀌나 했더니 다시 비가 온다. 이슬비인듯 해서, 재혁이가 점퍼 모자를 빌려 준다기에 그럼 너는? 점퍼를 올려 입으면 돼지.
그렇게 연세정형외과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는다. 다행히 타박상이란다. 물리치료를 한다. 다시 비가 온다. 우산 없이 우린 아까 차림으로 리홍에 간다. 볶음짜장면과 탕수육 세트를 시킨다. 찍먹으로 시킨다. 남으면 탕수육을 테이크아웃해야징.
비가 더 쏟아진다. 맛있는 점심 만찬을 먹는다. 먹고 나면 비가 그치기를 소망한다. 볶음짜장면은 맛있게 다 비우고 현금으로 계산한 후 탕수육을 포장한다. 밖으로 나오니 비가 조금 누그러지기는 했으나 제법 굵다. 하여 다시 리홍으로 들어가 탕수육 포장한 비닐봉투를 더 달랜다. 용도를 묻기에 머리에 우산 대신 쓸 거라고 답한다. 했더니 계산대 옆에서 우산을 내어준다.
"가져가셨다가 다음에 오실 때 가져다 주세요."
고운 미소와 살가운 손길이 고맙다. 함박웃음으로 답례하고재혁이는 투명우산을 쓰고 즐겁게 횡단보도를 건넌다. 예명피아노 학원으로 가기 전 점퍼에 우산 대용이었던 모자를 지퍼로 다시 채워준다. 집에 들러 학원 책자와 준비물이 들어있는 가방에 접는 우산을 넣고 둘러맨다. 우산 하나를 들고 리홍표 우산을 챙긴다. 예명음악학원에 들러 가방을 주고 횡단보도를 건너 리홍에 도착, 정성 가득 투명 우산을 돌려주는 손길에 더 미안한 듯한 밝은 미소의 살가운 인사말이 울린다.
"아유, 다음에 오실 때 가져오시지. 일부러 오셨어요."
"아니에요. 올 일이 있었어요."
우산 하나가 천 냥 빚을 갚고도 남는 하루였다.
'신림초1~4학년-임재혁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혁이 친구, 두유한준이 제일 싫어하는 음식은? (0) | 2017.02.24 |
---|---|
몸에 좋은 음식이란? (0) | 2017.02.23 |
서울식 국밥, 육수당 (0) | 2017.02.20 |
갖고 싶었던 엄마아빠표 누나 도시락 (0) | 2017.02.20 |
KBS 2tv 수목드라마 '김과장' (0) | 2017.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