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 선사유적지 바위 아랫부분을 볼 수 있는 방법은 시간과 절차가 필요했다. 그냥 단순히 흙을 긁어내면 될 일이라는 우리들의 생각은 중딩의 시각 자체였고, 서연이 자체였다. 생각이 짧았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요즈음 것들은 싹아지가 없다! 전세계 문명들의 공통된 벽화의 문구들을 강동구 암사동선사문화유적지에서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토요일 방과후학교 스토리텔링반 수업을 마칠 무렵 말 그대로 폭우가 쏟아졌다. 관악구에 사시는 선생님은 강동구만 오는 모양이라고 하셨다. 우산을 가져온 애들이 거의 없어서 선생님은 여학생들 중 학원시간이 바쁜 ㅇㅇ과 ㅁㅁ에게 우산을 빌려주셨다. 남자애들 몇은 빗속을 뚫고 집으로 갔다. 1시간 남짓 지나자 게릴라성 폭우는 거짓말처럼 그쳤다. 우리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선생님, 지금 댁이세요. 대박이에요. 선사유적지에 왔는데요, 보여요."
"뭐가 보여? 너 지금 혼자 거기에 간 거야. 미쳤구나!"
"헐. 샘, 저 아빠랑 함께 산책 나온 거거든요. 제가 정말로 미치지 않고서야 이 시간에 여길 혼자 왔겠어요."
"아무튼 어제 게릴라성폭우에 바위를 가렸던 지반의 흙이 많이도 깎였나보네."
"네, 세 줄은 더 보이는 것 같아요."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어 보내봐! 샘이 해석해 볼게!"
"샘,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대요. 임흥수 샘반 8개월이면 암각화 고문자를 해석한다."
"까분다. 좋아. 읽어봐!"
"허나, 이즈음 저믄 아해들은 사랑, 아마 생각이겠죠. 다시요. 허나, 이즈음 저믄 아해들은 생각이 참해서 옛것을 익혀서 지금 것으로 재생산해낸다. 하여 아리수를 끌어들여 농사를 배가하고, 물고기를 잡아 기르니 가람새가 즈믄지붕을 이루게 되었다!"
"와우, 대박! 그걸 네가 다 해석했다? 박사학위감이다. 사진 찍어서 샘이랑 내일신문 김기자에게도 보내봐. 아빠한테 감사하다고 인사드려!"
청출어람이청어람! 이렇게 기쁜 걸 보니 내가 선생될 팔자였나보다. 정말 무모한도전 마당극반 반장과 스토리텔링동아리답다.
'2016인문책쓰기(즈믄지붕의노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상헌, '가노라 삼각산아' (0) | 2016.09.26 |
---|---|
무모한 도전-스토리텔링동아리[즈믄지붕의 노래] 십자성마을과 현대사의 아픔 (0) | 2016.09.24 |
의문의 그림문자 (0) | 2016.09.13 |
내일신문-천호중학교 스토리텔링&마당극동아리 혁신교육지구&아동친화도시 강동구청 추진 무모한 도전기 (0) | 2016.09.11 |
강동 무모한 도전-천호중학교 스토리텔링동아리 [즈믄지붕의 노래]-이육사, '청포도'를 배우는 시간 (0) | 2016.0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