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나라 십자성은 어머님 얼굴
눈에 익은 너의 모습 꿈속에 보면
꽃이 피고 새가 우는 바닷가 저편에
고향산천 가는 길이 고향산천 가는 길이
절로 보이네
보르네오 깊은 밤에 우는 저 새는
이역 땅에 홀로 남은 외로운 몸이
알아주어 우는 거냐 몰라서 우느냐
기다리는 가슴 속엔 기다리는 가슴 속엔
고동이 운다
이 노래의 제목은 '고향 만 리(유호 작사, 박시춘 작곡, 현인 노래, 1949)'이다. 징용으로 인도차이나반도와 남양군도로 끌려간 이들의 고향에 대한 간절함이 배어난다. '광야'와 '청포도'의 시인 이육사는 북쪽과 북서쪽을 지향점으로 삼고 동쪽은 성찰하고 극복해야할 대상으로 본다. 사대주의의 시발점이 된 김부식의 역사적 승리와 신라 중심의 '삼국사기'로부터 시작한 역사의 모순이 낳은 국권상실과 식민통치에 대한 자성이 압도적인, 이육사의 시집은 일본에 대한 저항 못지않게 왜곡된 역사의 바로잡기였음에 틀림이 없겠다. 육사뿐만 아니라 영화 '밀정'의 정채산, 영화 '암살'의 김구와 김원봉 등의 모습처럼 북서쪽은 무척 고달팠으나 국권회복이란 희망은 있었다. 또한 대륙을 통해 어디든 숨을 수 있는 열린 공간이었다.
하지만 남쪽나라 십자성은 아무런 연고도 없는 땅이었다. 일본의 제국주의 전쟁에 포로보다도 못한 강제노역을 하면서 열대우림의 풍토병에 쓰러져가는 동포들을 보면서 참고 이겨서 만 리 고향으로 돌아가는 희망을 남쪽나라 십자성을 보면서 죽지못해 살아야했다. 보르네오 밀림은 온대의 기후에 익숙했던 징용 민간인에게 말라리아 등의 풍토병보다 무서운 일본군의 감시의 칼날이 이중삼중으로 철의 장막을 치고 있었다. 만주대륙처럼 탈출해서 숨을 곳이 없었다.
남태평양의 에메랄드빛 바다는 건널 수조차 없는 죽음의 공포가 너울거리는 공간이었다. 그들이 돌아오지 못한 공간에 영화 '국제시장'의 덕수가 간다. 대한민국의 근대화, 산업화, 도시화를 위해, 우방 미국을 위해 대한민국 젊은 군인들이 파병된다. 그 선봉에 섰던 수많은 부대들 중에 해병대가 있었다. 그들은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승리했다. 남십자성을 보면서 고향 만 리를 불렀고 전우의 시체를 가슴에 묻고, 온몸에 상처를 당하면서 월급은 고스란히 대한민국의 근대화를 위한 종잣돈이 되었다. 대한민국국군과 해병대는 승리하고 돌아왔고 대한민국 수도 서울특별시의 동쪽끝 천호동에 십자성마을을 만들고 부상당한 몸이었으나 당당히 국가의 부름에 묵묵히 따랐다. 새마을운동의 선봉이 되었고, 에너지자립마을이 되었다. 혼자서는 외롭고 힘들었겠으나 함께였기에 극복할 수 있었던, 부상과 가난의 고통이었다.
구걸 대신 선택한 의료소모품과 기자재 생산과 판매는 십자성마을공동체의 근간이 되었고 자립과 갱생의 상징이 되었다. 101가구 중 절반 이상은 자립하여 이주했고, 그 나머지도 자립하여 십자성에너지자립마을 구성원으로 정착했다. 혼란의 시대 에너지 재생과 태양광발전으로 친환경녹색성장의 동력으로서 시대에 맞는 옷을 입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과 봉사의 상징으로 아름답게 피어선, 튼튼한 열매를 담보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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