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스토리텔링동아리

정말 감사한, 감동적인 온누리 인쇄나라 사장님

madangsoi 2021. 4. 24. 07:37






정말 감사한, 감동적인 온누리 인쇄나라 사장님!

지난 주에야 시작한 기본학력향상반 수업. 1학년 학생 세 명이 너무 열심히 해서 수업시간마다 배부하는 낱장 자료와 학습지를 제본해볼까 말까 하다가 벌써 금요일이 되었다. 부랴부랴 컬러프린트를 부탁했는데 양면이 어려워 단면이 되었다. 24페이지 짜리가 48페이지가 되어 버렸다. 옳다구나 싶어 퇴근길 집근처 제본하는 곳을 알아보았다. 온누리인쇄나라. 제본비용이 저렴하고 다섯 부밖에 안돼 바로 가능하단다. 봉천역4번출구가 공사중이라 5번출구로 나오란다. 어? 길찾기를 하는데 도로를 건너 아파트 단지까지 가란다. 멀다고 생각하고 포기하려는데 157미터란다. 건너편에 상호들이 확인되면서 안도의 한숨. 신호등이 바뀌고 길 건너 우회전, 좌회전 생각보다 가깝다. 네 평 남짓, 정말 감사한, 감동적인 온누리 인쇄나라 사장님의 감동스토리 시작.

용수철 제본만 생각하고 표지는 생각도 안했는데 온누리 인쇄나라 사장님은 굵은 종이를 표지로 하잔다. 그냥 해도 됩니다, 말이 나오기 전에 온누리 인쇄나라 사장님은 플라스틱 겉표지가 휜다고 말을 덧붙인다. 괜찮은데, 말이 나오기도 전에 레이저빔 프린트 때문에 굽어있는 용지를 반대방향으로 일일이 펴면서 미소지으며 천공기로 구멍을 뚫으면서 뭔가 생각중이다. 옆에서 부인은 그냥 있는대로 해주라는 표정이다. 나도 그랬다.
"10분 정도 시간 있으세요?"
"네•••••• 시간은 많죠?"
"혹시 파일 가지고 계세요?"
"네••••••"
"그럼 파일 주세요. 제가 이거 갖다 주고 와서 바로 해결해 드릴게요."
"네, 여기."
"여보, 여기서 파일 좀 열어놔요."
"내가 파일 위치를 알려 드릴게요."
잠시 후 온누리 인쇄나라 사장님이 돌아와서 기본학력향상반, 국어사랑반으로 표기한 교재 파일을 pdf로 바꿔서 굵은 인화지에 인쇄를 하고는 이내, 내가 출력해온 칼라표지를 교체하고 빠른 손길로 플라스틱용수철을 돌려넣고 끝을 잘라내고 구부려 안전하게, 깔끔하게 마무리를 한다. 온누리 인쇄나라 사장님의 아내가 남편을 수동적으로 돕는다.
"학생들이 가방에 넣고 뺄때 쇠용수철은 가방을 찢기도 해요. 그래서 플라스틱용수철이 나아요."
"네, 감사합니다."
"이걸 가져온 봉투에 넣어드려야죠. 들어가려나. 두 개밖에 안 들어가네요."
"괜찮아요. 제 가방에 넣을게요. 이렇게 완벽하고, 실용적으로 마무리를 해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학생들이 좋아하겠네요."
"학생들이 쓰는 것 같아서. 허허허. 재미있게 수업하라고."
온누리 인쇄나라 사장님의 진심이 허허허에 여운처럼 남았다. 비가 오려던 하늘이 갑자가 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4평의 행복인가, 아니면 5권의 행복인가? 가격표대로 저렴하게 현금으로 계산을 하는데 거슴름돈을 받는 손길이 부끄러웠다. 다음에 또 오겠다는 입에 발린 소리를 하다가, 꼭 다시 와야겠다고 나 자신을 채근했다. 불편해도 오고 싶은 지하철2호선 봉천역4번출구 방향 길 건너 온누리 인쇄나라가 코로나19대유행의 불황 속에서도 굳건히 생존하기를 빌었다. 이런 진심이라면 내가 걱정하지
않야도 되겠지만 그래도 감동을 파는온누리 인쇄나라라면 발품은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제본된 국어사랑반의 교재를 가방에 넣으면서 감동이 다섯 마리의 용이 되어 풍경처럼 푸르게 날아올랐다.


학생들, 보건샘, 열정적인 샘들과 교감하는 교감샘. M중 강당에서 넛지효과를 공유하던 2019학년도 3학년 학생들과 봄샘의 모습이 오버랩되네요^^ 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 정말 효과적이겠죠^^ 특히 학생들에게는. 보니까 세상을 힘들게 사는 사람은 따로 마음의 유배보내시고요, 세상을 긍정적으로 사는 사람들과 행복해지시는 게 정신건강에 좋겠죠?^^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