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관중학교임재혁일기

눈사람은 녹아서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그냥 보기만 하세요!

madangsoi 2021. 1. 13. 13:58








어제 폭설이 내렸다. 아니 다행히도 함박눈이 되었다. 오후 3시에 아내의 문자를 보고서야 지난 주의 폭설처럼 되지 않기를 바랐다. 오후 4시 50분, 아내와 함께 도림천 설경 산책을 했다. 나무는 설목이 되었고, 도림천은 설경이 신비롭게 빛났다.
아름다운 설경을 눈과 렌즈로 기록하는 잠깐 동안의 시간이 지나고, 산책길에 여중생으로 보이는 여학생 넷이 눈을, 눈덩이로 만들어 하나씩 가졌고, 한 아저씨가 돕겠다고 나섰다. 2단을 올리는데 다섯 명이 힘들어했다. 보고 있던 내게 도움을 청하는 눈빛, 도왔다. 2단이 간신히 올라갔다. 3단이 오르고 눈, 코, 잎, 팔이 을 만들어야할 시간에 잠시 머뭇거렸다. 두 개의 눈사람이 아니라 4단의 눈사람 하나를 구상했다는데 너무 크게 뭉쳤나 보다. 하여 타협을 하고 3단 눈사람을 만드는 것을 보고 도림천변 설경을 산책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아침, 뉴스에서는 순수한 어린이들의 동심을 파괴한 어른들을 비난하는 보도와 동영상이 비쳐졌다.
아침에 서울대학교 보라매병원에 갔다가 아들의 손에 롯데리아 치킨버거를 들려보내고 도림천, 어제 그 장소로 갔다. 어제 그 학생들이 만들어 놓은 3단 눈사람 왼쪽에 2단 눈사람이 서 있었다. 아마도 남은 한 덩이가 아까워 한 덩이 남은 게 아까워 한 덩이 더 만들어 2단 눈사람을 만들어 놓았다. 바로 3단 눈사람은 일단만 남아 있었다. 누가 일부러 파괴하지는 않았겠지.
주변을 정리하고 남은 1단 위에 옆의 2단 눈사람을 올려 다시 3단 눈사람을 만들었다. 그리고 팔을 보수하고 눈을 붙이고, 입을 크게 벌리고 우는, 아니 소리치는 듯한 3단 눈사람을 만들었다.
"눈사람은 녹아서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그냥 보기만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