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일삼일기

물과 씨앗 이야기

madangsoi 2016. 2. 14. 21:28

 

 

 

 

 

 

 

 

 

 

 

 

허영만의 [식객]. 눌러붙어 닦이지 않는 그릇을 닦기 위해 수많은 방법을 시도한다. 철수세미부터 행주, 모래, 기와가루, 지푸라기, 세제 등이 동원되지만 잘 닦이지 않는다.

KBS 한국방송의 [한국인의 밥상]에서 수많은 식재료가 등장한다. 장, 묵은지, 장아찌, 버섯, 생선 등 넘쳐나는 철에 다양한 방법으로 보관하는 법은 정말 다채롭다. 채소가 사철 나는 지금도 사람들은 시래기나 건조의 방법으로 채소를 보관한다. 버섯이나 산채나물들이 그렇다. 삶아 말리기도 하고 잘라서 말리기도 한다. 겨울 시설에서 재배된 채소는 비싸기 일쑤이고, 말린 채소에는 비타민C외에도 비타민D와 섬유질, 무기질 등이 수 배 증가한다고 하니 신비하기까지 하다.

바닷가의 생선도 마찬가지 명태를 눈과 바람에 말린 황태, 청어와 꽁치를 건조한 과매기 등의 반건조 생선까지. 제철에 과하게 잡힌 값싼 생선을 자연바닷바람으로 건조가공하는 지혜는 우리가 알지 못했으나 우리에게 유익한 영양의 보고들을 만들어냈다. 싱싱한 생선의 장점 외에 건조와 염장한 생선의 유익은 또다른 인간의 유익을 불러왔으니 전화위복에 일석다조라고 할 만하다.

텔레비전은 쌀뜨물로 건조한 채소와 말리고 염장한 생선을 불려서 비린내를 제거하고 달아났던 수분을 보충해서 조직을 부드럽게 살려낸다. 예기치 못한 질병으로부터 식이요법으로 새삶을 찾은 1970년대 영화배우이자 음식전도사 문숙 씨의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는다. 모든 씨앗은 발아를 위한 조건이 되지 않으면 잔뜩 움크리고 있다가 발아조건이 되면 배젖을 나와 배아로 싹을 내민다. 하여 현미도 마찬가지예요. 7~8시간 정도 물에 불려서 밥을 해야 현미의 영양을 소화시킬 수 있어요. 아무리 현미가 배아를 가지고 있어도 물을 만나 발아되지 않으면 그냥 우리 몸에 들어왔다가 나가고 마는 겁니다.

다시 허영만의 [식객]으로 돌아가자. 밥그릇에 눌러붙어 닦이지 않는 밥풀은 무엇으로 닦아야하는가? 이제 눈치 챘으리라. 그렇다. 밥그릇에 물을 가득 담고 기다리는 것이다. 물이 밥풀을 만나면 힘들이지 않고 스르르 밥그릇에서 떨어져나가는 것이다.

새학기가 시작된다. 양파를 물컵에 키우는 세종특별자치시에 사시는 엄마를 벤치마킹한 아내가 양파를 수경재배하기 시작했다. 교실에 학생들에게 자기가 좋아하는 채소 하나씩 키워보라 권하고 싶다. 날마다 사랑과 관심을 주고 물을 주고 햇볕을 받게 하다가 어느날 생을 마감하기까지 신비한 생명을 통해 사랑사랑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하고 싶다. 자기 마음대로 자라지 않는 녀석도 있겠지. 그때의 반응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