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온 사람들한테 코끼리가
있다는데 여기 사람들은 아직
코끼리를 본 적이 없는지라
캄캄한 밤에 코끼리를 보러 갔겄다.
한 사람씩 어두운 코끼리 방에 들어갔다
나와서는 코끼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말을 하는데
코를 만져보고 나온 친구 하는 말,
"수도관처럼 생긴 짐승이더군."
귀를 만져본 친구, "쉬지 않고 앞뒤로
풀렁거리는 힘센 부채 같은 짐승이야."
다리를 만져본 친구,
"신전 기둥처럼 둥글고 든든하던데?"
굽은 등을 만져본 친구의 말,
"가죽 입힌 왕좌일세."
꽤 현명하다는 친구,
상아를 만져보고는
"크고 둥근 자기(磁器) 칼이라네."
제 설명에 스스로 우쭐했지.
우리는 겨우 한 부분을 만져보고
전체가 그런 줄 안다.
어둠 속에서 손가락과 손바닥의
느낌만으로 코끼리의 실체를
어찌 알 수 있겠는가?
우리가 만일 저마다 촛불을 들고
갔더라면 그리고 함께 갔더라면
볼 수 있었을 것을.
- 마올라나 젤랄렛딘 루미, '어둠 속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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