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일사일기(우리반愛반하는학교)

손원평 장편소설 '아몬드', 알렉시티미아(감정 표현 불능증)에 대한 보고서

madangsoi 2018. 7. 16. 14:41

 

 

 

 

 

손원평 장편소설 '아몬드', 알렉시티미아(감정 표현 불능증)에 대한 보고서

 

 

2018년 7월 3일 화요일. 오후 3시교원학습공동체 시와 인성 7월 동아리활동. 교보문고 잠실점&전통과 맛이 살아있는 55번지 라면&55번지 덮밥집에서, 국물 뽀얀 떡만두라면과 스팸마요 주먹밥을 맛있게 점심식사로 대신하연서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를 현장 구입해서 읽는다. 인증샷은 점점 밝아지고, 1학기 기말고사를 서울형자유학기제 덕에 처음 보는 서툰 제자들과의 사투는 뽀얀 떡만두라면 국물처럼 녹아내린다.

횡성에 임원학생수련회 사전 답사 간 창의인성부 팀, 1학기 기말고사 업무로 학교 지키는 교무기획부…… 국어, 음악, 미술과가 함께하는 수시문예체&협력종합예술활동의 꽃이 시와 KPOP 속에서 인성교육의 열매를 키운다.

 

삶이란, 나 아닌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 안도현, '연탄 한 장' 중에서

 

아오야마 고쇼가 『소년 선데이』에서 1994년부터 지금까지 장기 연재하고 있는 탐정 추리만화. 고등학생 쿠도 신이치가 검은 조직의 약물에 당해 초등학생의 몸이 되어버린 후 ‘에도가와 코난’으로서 각종 사건을 추리해 해결하며 검은 조직의 정체를 파헤쳐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2013년 누계 판매부수 1억 4천만 부를 돌파하는 등 일본 추리 만화의 간판. 1996년 요미우리TV에서 방영을 시작한 이후 19년간 애니메이션 부문 시청률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매년 일본 골든위크 시즌에 개봉하는 극장판 애니메이션도 어느덧 20여 편에 이른다.- 다음 백과사전

 

대한민국에서도 텔레비전 애니메이션과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잘 알려진 '명탐정 코난'은 늘 살인사건으로 시작한다. 갑자기 범죄조직의 범죄현장을 목격했고 뒤에서 머리를 가격당하고 의문의 약을 먹게 되어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코난이 여자 친구 미란의 아빠 유명한 탐정에게 살인사건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탐정&모험물이다.

시와 인성 사제동행 교원학습공동체 동아리활동으로 잠실 교보문고에서 만난 손원평 작가의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아몬드'는 집에서는 구입한 책을, 학교에서는 지식누리(도서실)에서 대여한 책을 읽고 고민했다. 아내와 딸의 평가는 대단했지만 나는 2018러시아 FIFA월드컵 본방 사수 여파인지 재미보다 잠이 쏟아졌다. 여름방학 방과후학교 스토리텔링반 수업을 위해 다시 읽기 시작했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다운 상상력의 프레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에 다양한 영화와 소설이 오버램되었다.

 

감정표현 불능증을 영어로는 Alexithymia라고 합니다. 흔히 사용되는 단어가 아니다 보니 원어민도 낯설어하는 경우가 많단다. 이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단어로, ‘lexi’는 영어의 ‘word’ 즉 단어라는 뜻을, ‘thym’은 ‘soul’ 즉 영혼이란 의미란다. 영어에서 앞에 ‘a’가 붙으면 부정을 나타내기 때문에 결국 ‘영혼을 표현하는 단어가 없음’이라는 의미다. 이 호칭은 정신분석가인 피터 시프너스(Peter Sifneos)가 1970년대에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신체화 장애의 기전을 연구하던 중에 도입된 개념이라고 한다.

감정표현 불능증을 앓고 있는 선윤재는 할멈과 엄마와 산다. 크리스마스이브에 한 명이 다치고 여섯 명이 죽음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거기에 선윤재의 엄마와 할멈이 있었다. 피의 크리스마스이브였다.

 

다섯 살때 길에 쓰러진 아이를 살리기 위해 작은 구멍가게로 달려갔다. 아저씨의 가족오락관 시청의 여유로움, 감정 표현이 안 되는 선윤재의 무표정. 우연 지고는 비극적인 그 아이는 작은 구멍가게 아들이었고 출혈이 심해 죽음을 맞이했다. 가슴아픈 구멍가게 아저씨표 여운은 누구를 탓해야했을까?

'네가 조금만 진지하게 말했더라면 늦지 않았을 거다.'

'또래에 비해 겁이 없고 침착한 아이.'

엄마의 일기장 속 선윤재는 이렇게 묘사되어 있었다.

 

- 굳이 이런 의식을 치르는 이유는 내가 아몬드를 좋아해서가 아니다. 식탁 위에 삼시 세끼 아몬드가 올랐다. 피할 길은 없었다. 그러므로 먹는 방법을 찾는 것뿐이다. 엄마는 아몬드를 많이 먹으면 내 머릿속의 아몬드도 커질 거라 생각했다. 그게 엄마가 기댈 수 있는 몇 안 되는 희망 중 하나이다.

 

- 편도체(누구나 머릿속에 아몬드를 2개 가지고 있다.)가 작으면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가 공포심을 잘 모르는 거다.용감해서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모르는 소리다. 두려움이란 생명 유지의 본능적인 방어기제다. 두려움을 모른다는 건 용감한 게 아니라 차가 돌진해도 그대로 서 있는 멍청이라는 뜻이다. 나는 운이 나빴다. 공포심 둔화 외에 나처럼 전반적인 감정 불능까지 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불행 중 다행은 이 정도로 작은 편도체를 가지고도 딱히 지능 저하의 소견이 없다는 것 정도였다.(30쪽)

 

평범하게 자라라고 엄마는 희로애락애오욕 게임까지 만들었다. 감정 표현을 배울 수 있다고 엄마는 믿었다.

 

인간은 교육의 산물이야. 넌 할 수 있어.(40쪽)-사랑이라고 엄마는 불렀다.

 

할멈.(떡볶이 장사, 딸 헌책 장사.)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괴물. 그게 너로구나.(46쪽)

 

'글자깨나 읽는 가방끈 긴 여자', 평생 결혼하지 않고 고독하되 멋있게 늙을 '여류' 작가가 되기를 바라서 지은 이름, 지은이.(47쪽)

 

책은 달랐다. 책에는 빈 공간이 많기 때문이다. 단어 사이도 비어 있고 줄과 줄 사이도 비어 있다. 나는 그 안에 들어가 앉거나

걷거나 내 생각을 적을 수도 있다. 의미를 몰라도 상관없다. 아무 페이지나 펼치면 일단 성공이다.(50쪽)

 

예수나 부처가 진짜 성인인 건 분명하다. 겹치지도 않게 계절을 골라 태어났으니 말이다. 하지만 굳이 하나를 고르라면, 뭐니 뭐니 해도 크리스마스이브지.(56쪽)

 

크리스마스이브가 선윤재의 생일.

그날 냉면 먹고 나와서 살해당함.

 

오늘 누구든지 웃고있는 사람은 나와 함께 갈 것입니다.(63쪽)

 

남자의 일기장에는 그가 세상을 증오한 흔적이 남아있었다.

 

장례식장의 표정 기사화.

 

엄마의 책, '데미안' 100만원. 윤권호- 윤이수(곤이) 아빠의 방문.

기자였던 이수 엄마의 암사망, 교양있는 말투.

 

영화 변산의 주인공 모자 눌러 쓰면 다 똑같네.

 

81쪽 생각해보면 할멈이 엄마에게 바란 것도 평범함이었을지 모르겠다. 엄마도 그러지 못했으니까. 박사의 말대로 평범하다는 건 까다로운 단어다. 모두들 '평범'이라는 말을 하찮게 여기고 쉽게 입에 올리지만 거기에 담긴 평범함을 충족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소각장 결투. 115쪽. 숨어서 소리치는 아이들. 당당한 윤재. 감정 표현 불능증. 미안해.

 

피자가게 말 따라하기.

 

132쪽 할멈의 표현대로라면, 책방은 수천수만 명의 작가가 산 사람, 죽은 사람 구분없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인구 밀도 높은 곳이다. 그러나 책들은 조용하다. 펼치기 전까진 죽어 있다가 펼치는 순간부터 이야기를 쏟아낸다. 조곤조곤, 딱 내가 원하는 만큼만.

 

171쪽 사람들은 곤이가 대체 어떤 앤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단지 아무도 곤이를 들여다 보려고 하지 않았을 뿐이다.

 

179쪽 사랑. 그게 뭘까? 엄마가 짓궂게 물었다.

예쁨의 발견.

 

187쪽 몰라. 전엔 그렇게 운동이 하고 싶으면 그나마 돈이 되는 골프를 하래. 그러더니 이젠 그런 것도 없어. 그냥 어디 가서 부끄러운 자식만 되지 말래. 자기네들 맘대로 낳아 놓고 왜 자기들이 정한 미션을 내가 수행해야 되는데? 후회할 거라고 자꾸 협박하는데 후회를 해도 내가 하는 거잖아. 이름대로 가는 수밖에. 이름을 이도라라고 지어놨으니까 또라이 돼야지, 뭐.

 

243쪽

나비의 날개를 찢던 날, 곤이가 내게 무언가를 가르치려다가 실패한 그날, 어스름이 내리던 무렵. 버려진 나비의 잔해를 닦아 내며 곤이는 몹시 울었다. 철사를 철사로 찌른 건 곤이였다.

 

고통을 내지르는 숨소리가 모두 허연 입김으로 나오는 지금과는 달리 한여름이었다, 그때는. 그때 우리는 여름의 정점에 있었다. 여름. 과연 그런 때가 있기나 했던 걸까. 모든 게 푸르고 무성하고 절정이었던 때가. 우리가 함께 경험한 게 정말로, 진짜였을까.

 

에필로그

 

스무 번째 봄이 왔다.

 

그 꽃들을 지나쳐 나는 곤이를 보러 간다. 목적이나 할 말은 없다. 그냥, 만나러 간다. 모두가 괴물이라고 말하던 내 착한 친구를.

 

나는 부딪혀 보기로 했다. 언제나 그랬듯 삶이 내게 오는 만큼. 그리고 내가 느낄 수 있는 딱 그만큼을.

 

윤재(輪栽) 돌려짓기

윤재(允裁) 윤허하다

이수(履修) 과정을 마치다

이수(二竪) 병마(病魔), 질병을 악마에 비유한 말.

이수(利藪) 이익이 많은 곳.

곤(골다의 활용형, 야위다, 무디어진 칼이나 농기구를 잘 들게 하다.) 곤(困, 곤하다, 졸리다, 지치다)

인상주의적 명명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