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새벽에 낯익은, 하지만 예기치 않은 음악이 스마트폰을 타고 달팽이관을 흔들었다. 사물과 함께 불협화음이 절묘한 화음을 이루는 가운데 피아노의 선율이 조화를 이루고 국악과 서양음악이 7대 3을 이루고 2박자와 3박자의 엇박자가 우리 한국인의 정서를 서양음악의 깊이가 잘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는 차치하더라도 이 신새벽에, 아니 시간을 확인하지 않았으니 신새벽인지 한밤중인지 분명하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어둠이 깊은 것을 보면 아침은 아니었다. 이제는 고전이 되었지만 양방언의 뉴에이지 음악은 국악과 양악 모두의 인정을 받았던 유일한 음악이기도 했다. 중학교 3학년 때 2학기말 음악 듣기평가 8번에서 10번까지의 문제로 좀더 깊이 있게 들어 알게 되었지만 음악과 황정은 선생님께서 아무 설명 없이 ‘Frontier’를 들었을 때 나뿐만 아니라 많은 아이들이 정말 감동을 받았던 기억은 남았다. 1960년 출생의 재일교포 음악가, 대한민국 제주도 출신의 아버지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신의주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교포로, 그는 프론티어의 여러 가지 의미 중에 경계, 주변이란 의미에 더 가까운 사람이었다. 일본에서 한국인과 조선인으로 살아야하는 것, 아니 살아남아야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웠다고 한다. 거기에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첨예하게, 민단과 조총련으로 대립하던 시절 성장한 그에게, 아니 그의 부모에게 귀화는 선택이 아닐 생존의 문제였다. 그에게 고난은 그를 더욱 성숙하게 했으며 굳게 단련시켰다. 의대를 나오고, 1년간의 의사생활을 하다가 그는 인생의 대전환의 길, 음악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사람을 고치는 의사와,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음악은 상당 부분 닮았다고 말했다. 한때는 ROCK음악에 빠지기도 했고 서양음악은 물론 국악에 심취했다. 남북과 일본이 어우러지고,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접경지대. 주변인이고 경계인이었던 그의 고난은 그를 개척자(Frontier)의 길로 들어서게 한 것이다. 아버지의 고향 제주에서 시작한 그의 음악과 대한민국과의 늦은 인연은 부산아시안게임으로 꽃을 피웠다. ‘프론티어’는 2002부산아시안게임 공식음악으로 선정되어 우리들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 곧이어 2013년 2월 25일 거행된 박근혜 18대 대통령 취임식 음악, 2014년 2월 24일에 거행된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식 음악 감독 등을 역임하면서 그의 음악은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세계인의 뉴에이지 음악가로 알려졌다. 그의 음악은 대한민국의 문화의 전령으로 거대한 스마트 한류의 뇌관이 되었다. KBS 특별기획 ‘차마고도(茶馬高度)’의 메인 테마곡(Main Theme)의 잔잔한 선율 속에서 음악을 찾아 무작정 가출을 했던 양방언의 진로 모색의 과정이 한 편의 성장소설처럼 느껴졌던 건 아마도 국어시간의 생생한 동영상 시청과 선생님의 설명 덕이었다. 아름다운 영상기법과 대한민국 아버지의 대명사였던 국민배우 최불암 씨의 내레이션도 ‘차마고도’에 빠질 수 없는 부분이었다. ‘Frontier’의 신비한 선율에 빠져서 알람을 끄려고도 하지 않았다. 사물과 태평소,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선율이 끝나고 나서야 제타(Zetta, 2의 70제곱)스마트폰의 알람을 확인했다. 2044. 04. 04. Mon. 04:44:44! 설마 했는데 30년이란 세월을 두고 선생님은 예정대로 우리들이 타임캡슐을 열어보도록 시간 설정을 해두셨던 것인가? 농담은 진담이 되었고, 설마는 현실이 되었다. 모교 천호중학교에서 오늘 오후 4시 44분 44초에 모이기로 했던 약속이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매섭게 기억을 반추하고 있었다. 2014년 우리들의 스토리텔링 [타임캡슐]을 식당 옆 화단에 묻으면서 걱정을 참 많이 했었다. 혹시 30년이란 시간 동안 화단을 크게 파헤치거나 또는 온난화로 인한 대한민국의 아열대화로 인한 아열대성 스콜 등의 집중 강우로 인해 우리들의 [타임캡슐]이 유실되는 문제에 대한 걱정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보험을 들어놓았다. [타임캡슐]을 하나 더 만들어 두는 것이었다. 2학년 때 천호예술제 개그콘서트 [황해] 패러디의 ‘김먹는 애2’, 3학년 때 천호예술제 마당극 [드림하이]의 학생1 겸 토끼 역의 지성현에게 맡겨두었다. 지성현은 스토리텔링반은 아니었지만 선생님과 각별했고 달팽이와 사슴벌레 등의 양식 및 분양사업에 일찍이 눈을 뜨고 아버지 고향 마을, 할아버지가 사시는 충청북도 증평에 주말마다 내려가 애완용뿐만 아니라 식용 달팽이와 사슴벌레 사육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 그와 동시에 선생님의 블로그에 비공개로 우리들의 온라인 [타임캡슐]방도 마련해 두었다. 모두가 만약에를 대비한 포석이었다. 하지만 오늘 2044년 4월 4일 월요일 오후 4시 44분에서 45분 사이, 정확히 말하자면 오후 4시 44분 44초에 화단은 그 자리에 붉은 벽돌을 몇 번 개비한 듯 적갈색 반듯한 모서리를 뽐내며 우리들, 나와 유리를 맞아주고 있었다. 그런데 먼저 와 있는 친구가 있었다. 신종민과 정의상이었다. 최현휘와 안선후도 바로 온다고 했다. 김선우, 이희석, 허은영, 김지선은 제타스마트폰으로 6시 좀 넘어온다고 연락이 왔다. 정정혁과 김승수는 일 때문에 3시간 정도 늦을 수밖에 없으니 천호동에 도착하면 이동한 약속 장소를 제타스마트폰으로 알아보고 찾아온다고 했다. 뉴질랜드 북섬으로 이민 간 권세아는 못 오리라고 유리가 말했다. 남극의 세종기지에 연구원으로 파견된 종환이도 거의 못 올 거라고 추측들을 했다. 남극은 한 번 가면 최소 6개월을 근무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미국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으며 활동 중인 재미화가 박진관은 꼭 오겠다고 내게 연락이 왔기에 좀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아마 날짜를 잘못 계산해서 내일 올 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어제 혼자 와서 ‘타임캡슐’을 열어보고 갔을 지도 모른다.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일이었다. 날마다 물을 주는지 누가 화단을 파보고 다시 묻었더라도 눈치 채기 어려울 만큼 흠뻑 젖은 화단은 돋아난 새싹들의 위용으로 푸르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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