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인문책쓰기(타임캡슐2044)

생일상차리기!

madangsoi 2014. 8. 8. 10:49

 

 

 

 

 

 

 

 

 

   2014년 8월 8일 금요일.

   역사적인 베이징 올림픽이 열린 지 벌써 4년째 되는 날이다.

   6년 전 우리 가족은, 아니 재혁이는 어려서 함께 있지 못했다, 일본 후쿠오카에 있었다. 일본 시간 9시, 중국 시간 8시에 열린 개막식은 2008년 8월 8일 금요일 8시. 중국어의 팔과 복은 유사한 발음이 난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을 황금 금요일에 복을 부르는 팔을 4개나 활용한 당일로 정했다고 한다. 이런 상징은 정말 괜찮다.

   영화 [YMCA야구단]에서 과거제도가 폐지된 1905년을 살아가는 선비 송강호(이호창)은 4번 타자가 재수없다고 일갈한다. 김혜수(송정림)이 야구에서 4번은 가장 잘치는 선수라고 하자, 송강호는 긍정적인 생각의 전환을 하게 된다. 죽을 사가 아니라 '선비 사'라고 일갈하면서 예의 직구를 홈런으로 날려 버린다. 살면서 송강호의 학다리 타법처럼 한 호흡 쉬면서 홈런의 기회를 잡기 위한 준비를 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하지만 학생들은 그런 기회를 잡기 위한 노력은 피하면서, 인생에 돌아올 세 번이 기회가 언제 오느냐? 왜 안 오냐? 나에게만 비껴가느냐고 비관한다. 안창호 선생의 말씀처럼 준비하지 않은 자에게는 그 기회마저 비껴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기회를 잡기 위해 자신의 진로를 준비하는 수많은 학생들이 보고 싶다. 소수가 아닌 다수가 자신의 꿈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상을 위해 노력하는 아름다운 뒷모습, 당당한 앞모습을 보고 싶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아내의 생일상, 장모님의 출산기념일 잔치상을 마련하면서 특별한 재료없이, 계절에 넘치는 가지, 호박, 오이, 파프리카, 미니새송이버섯으로 얼마든지 괜찮은 만찬을 준비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소고기와 미역으로 투박하게 미역국을 끓이고, 채소를 카롤라유로 살짝 구워 흑임자드레싱을 얻어 오방색의 셀러드를 만드는 신비함. 눈과 입이 함께 맛보는 음식 궁합이라니. 케이크 대신 호두파이로 아내의 생일을 축하하는 아련함. 내 삶의 노스텔지어, 그녀의 아름다운 마음이 살갑게 아침을 여는 나는 행복하다. 아내를 출산하느라 힘겨웠을 장모님과 그 옆을 가슴 쓸며 지키셨을 장인어른에게 올리는 소박한 아침상, 문어숙회와 오이를 백청으로 배경을 삼고, 문어숙회전과 호박전으로 황청백의 색채를 외출복으로 삼아보는 아침은 살갑다. 참외를 디저트로 삼아 소박한 아침 생일잔치가 끝난다. 커다란 솥의 미역국을 중간 솥으로 옮겨 담는 여름나기의 미학. 작은 냄비는 냉장고로 들어가 2, 3일의 아침 국으로 생을 풍족하게 하겠다.

    스토리텔링반 학생들에게 문제를 낸다.

    사진 몇 장 올려서 카톡으로 장황하게, 아니 소박하게 묘사를 하고, 서사를 하고, 대화와 설명을 한다.

    오늘은 누구의 출산기념일일까?

    오늘은 누구의 생일이며 그의 나이는 몇 살일까?

    오늘은 음력 몇 월 며칠을까?

   스토리텔링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미약한 처음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작은 특강.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책을 쓰는 시간은 얼마나 소박하고 창대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