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물의 날. 생명의 물을 아끼는 대한민국의 실천하는 환경보호. 손자를 아끼던 할아버지의 사철나무처럼 지구도 늘 푸르렀으면••••••
사철나무⑴
오늘도 꼬마는 학교가 피하자마자 할아버지가 계시는 사랑방을 향해 달린다. 할아버지 서랍 속에 잠자고 있는 사탕을 그리며••••••
‘할아버지 서랍 속에는 없는 게 없다.’
꼬마는 그런 생각을 언제부터인가 갖게 되었다. 그래서 꼬마는 늘 그렇게 사랑방을 향해 달려가곤 했다. 숨을 몰아쉬며 꼬마는 가방을 사랑마루에 내던지고는 할아버지를 부른다. 그러나 꼬마에겐 할 일이 있었다.
학교 선생님께서 내준 숙제를 해야 한다. 그것이 끝나야 사탕은 꼬마에게 한 발 다가서는 것이다. 숙제가 끝이 나면 할아버지는 꼬마를 부른다. 어릴 때 종기 같은 부스럼을 수술한 자리에서 아직도 하얀 액체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 자리를 할아버지 서랍에서 사탕이 나오고, 없는 것이라곤 없는 그 속을 바라볼 수 있는 꼬마의 꿈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도, 그제도 그 사탕을 먹고 나면 꼬마와 할아버지 사이에 일대 전쟁이 일어난다. 사탕 한 개에 대한 꼬마의 불만과 손자의 치아를 걱정하는 할아버지의 염려 때문이다. 오늘도 꼬마는 맛깔 나는 사탕을 천천히 녹이며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 천자문을 읽는다.
“하늘 천, 따 지, •••••• 찰 영, 기울 축••••••"
이제 꼬마도 웬만큼 한자에 눈이 뜬 듯 거침없이 천자문을 읽어간다. 할아버지 이마에 미소가 깃든다. 잘 외워 나가던 꼬마의 목소리가 멈추면 그때, 일대의 파랑은 태풍의 눈처럼 고요함 속에서 시작된다.
“사탕 주세요!”
“안돼!”
“할아버지, 사탕!”
“이 녀석이•••••• 오늘은 정말 안돼!”
“정말•••••• 안돼요?”
할아버지가 고개를 가로저의면 꼬마는 울음을 터뜨린다. 방금 전의 그 용기는 사탕 한 개와 함께 사라져버리고 사랑방 안에는 꼬마의 울음소리가 가득할 때 할아버진 우는 꼬마를 달래려 하는 수 없이 서랍을 열고 작은 제리 사탕을 꺼내 꼬마의 입에 넣어주신다. 눈물이 고인 꼬마의 눈에 미소가 깃들고, 할아버지는 수건을 꺼내 꼬마의 눈물을 훔쳐 주시고는 노을이 물든 저녁하늘을 바라보며 시조 한 수를 읊으신다. 할아버지의 무릎에 앉아 꼬마는 정원의 사철나무를 바라보며 저 나무는 왜 저리 푸른가를 생각했다.
그러던 꼬마는 이제 스물한 살이 되었건만, 엊그제 할아버지는 꼬마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저 세상으로 가셨다. 꼬마는 가슴이 북받쳐 오름을 억누르며 영전에 앉아 고개를 떨군다. 저 사랑방 앞에 사철나무는 오늘도 저리 푸르건만, 왜 할아버지는 이리도 빨리 저 세상으로 가셔야만 하는가? 언제부턴가 꼬마는 초췌한 할아버지가 냄새난다며 피하기 시작했다.
바보같은 녀석!
그런 자신을 미워하며 꼬마는 할아버지가 저 세상 가는 꽃가마가 대문을 나서던 날, 북받쳐 오르는 슬픔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장례가 끝나고 집에 돌아온 꼬마는 사랑마루에 앉아 사철나무를 바라보며 할아버지의 푸른 사랑에 목메어 울었다.
저 나무는 오늘도 저리 푸르건만••••••
(1991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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