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그들의 수다
오랜만에 4호선을 타고 서울역을 지난다. 회현역, 명동역을 지났다. 충무로역에서 내렸다. 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 8번 출구, 대한극장 맞은편에서 친구들을 만났다. 나는 오랜만에 그들과 술을 마시러 왔다. 하지만 그들 중 일부는 아마도 수다를 떨러 왔을 것이다. 술을 좋아하는 세 사람과 술을 싫어하는 세 사람이 만났다. 남자는 수다를 떨지 말아야 한다는 쪽과 술은 대화를 단절한다는 쪽이 함께 하는 평행선상에서 그들은 국어라는 교집합으로 만났다. 중고등학교 국어 교사가 그들의 직업이다. 학교 이야기는 하지 말자고 거듭 약속하지만 이야기의 끝에는 항상 학교 이야기가 나오고 교육이야기가 빠지지 않는 모임이다.
아무튼 우리들은 이제 국어를 사랑하는 모임이 되어가고 있다. 술을 지극히 사랑했던 임춘과 이규보가 서로 다른 길을 갔듯이, 술자리를 사랑하는 세 사람과 수다를 사랑하는 세 사람이 만나서 한 길을 가고 있으니까 말이다. 우리들의 수다는 계속 된다. 점점 제 정신을 잃어가는 세 사람과 제 정신을 찾아가는 세 사람의 대화는 끝이 없다. 나는 내 글이 서울시장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이야기 했다. 그랬더니 비음주파의 박승민이 말했다.
참, 우리가 한 다리 건너서 알게 된 친구라서, 아직은 속내를 이야기하기가 어려워,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그 작품이 ‘배수구 쓸던 노인’이었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그렇다고 했더니 서울시장상 받았는데 행정안전부에서는 입상조차 못한 경위를 자신이 알고 있다고 했다. 나는 궁금하기 보다는 언제나 있는 일이니까, 듣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미 꺼낸 이야기니까, 이야기 해보라고 선심 쓰듯이 했다. 박승민은 안주를 먹고 주스를 한 잔 마시고는 계속 말을 이었다.
“행정안전부 최종심에서 논란이 있었다는 거야. 사실 행정안전부에서 주관한 민방위 글짓기 부문은 수기였으니까, 씨의 그 글은 사실 소설에 가까웠다는 거였지. 소설이므로 수기가 아니다. 그러므로 입상작으로 할 수 없다고 했다는 거야. 물론 젊은 심사위원들이 이 작품이 왜 수기가 될 수 없느냐고 따졌더니 지나치게 화장을 한, 아니 분장을 한 것이 눈에 거슬린다고 하더래. 그래도 물러서지 않고 조목조목 따져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네. 심사위원장과 심사위원인 원로 작가들이 끝까지 고집을 부린 모양이야. 서울에게 특혜를 줄 수 없다며 지방의 작품에 손을 들어주었대. 결국 씨의 작품은 서울시에서 최우수상을 받고도 소설이라는, 작위적이라는 이유로 입상작으로도 선정되지 못했다는 거야. 심사위원이 결국 아마추어 작품에 프로의 잣대를 댄 거지!”
“그러면 씨의 작품이 결국은 그들로 인해 소설로 평가받은 거네. 축하해, 소설가 선상님.”
“그게 아니지, 소설로서 인정을 받은 게 아니라 작위적이기 때문에 낙선된 거라고 봐야해.”
“아무튼 제 고집을 안 꺾는 거야. 그렇다하더라도 쪽박을 깰 것까지야 없지 않나?”
“마, 그래도 서울시장상을 받은 게 어디야. 순수 아마추어를 부르짖는 내게 순수 프로의 길을 가라는 채찍질로 받아들이면 되지. 아무튼 감사할 뿐이다.”
이내 처음처럼 한 잔 들이키고 닭고기 한 점을 잘게 썰어 입에 넣는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배수구 쓸던 노인’이 내게 작가로서의 이미지를 재고하게 하고, 동기부여를 하게 하다니 고마울 뿐이다. 그게 고맙다. 박승민의 친구라는 그 사람이 그저 감사할 뿐이다. 언제 한 번 그를 만나 술 한 잔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쓴 소주를 입에 들이 부었다.
비음주파 수다쟁이들도 이제 수다에 지쳤는지 하우스 맥주를 한 잔 시키고 말을 이어갔다. 이 친구들, 아예 술을 못하지는 않는다. 맥주 두 잔에서 세 잔이 치사량이다. 한두 잔은 음료수라고 생각하고 마신다. 그것도 거의 두세 시간에 걸쳐서 마신다. 우리 셋과는 차원이 다르다. 아무튼 이제부터 주당파 3인방과 비음주파 3인방의 수다는 무르익어 갈 것이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비음주파 윤시언이었다.
“타이거 우즈 건도 있지만 남자들의 성욕은 어디까지 일까? 가끔씩 들리는 학내 스캔들과 관련한 영화들은 몇 퍼센트나 신빙성이 있는 걸까? 사실 우리 학교는 그런 이야기가 거의 전설처럼 아주 오래 전에 있었던 과거 이야기이거든?”
“마, 영화 ‘두사부일체’가 그렇잖아. 하지만 좀 더 구체적인 작품은 유승호가 주연한 [4교시 추리 영역]이 좀 더 현실적일거야. 미남 총각선생님과 미녀 유부녀 선생님의 밀월을 담은 동영상을 찍은 학생이 4교시 체육 시간에 살해된 채 교실에서 발견된 거지. 그리고 범인으로 몰린 전교 1등 유승호가 여자 친구와 사건을 해결하고 사랑을 쟁취한다는 얘기. 유승호야 멋진 학생이 되었지만 두 선생님이나, 학생주임은 사이코 패스로 낙인찍히는 거지.”
“교사가 어떻게 저럴 수 있나? 하는 눈총이 한동안 우리들에게 엉겨 붙는 거지, 뭐”
“마,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달라.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의 일탈은 어디까지나 허구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물론 개연성 있는 허구라고 봐야겠지. 예를 들어 ‘부부교환 섹스’ 같은 ‘스와핑’이라는 것도 서양의 것이거나, 그들을 모방하고 싶은 문화사대주의자들 소수의 일탈을 언론이 가십 수준으로 각색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그러면 교사 간의 스캔들은 가십 정도 수준이라고 봐야 하나?”
“전적으로 그렇다고는 볼 수 없지만 아니라고 할 수도 없을 거야.”
“그런 스캔들이 처녀총각의 경우라면 가십 거리도 못 되겠지만 그것이 기혼과 미혼이라면 이야기는 180도 달라지겠지.”
“마, 그보다 더한 것은 기혼과 기혼이라면 더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어.”
“교사에게 지워진 멍에라고 할 수도 있지만, 교사에 대한 세인들의 멘토로서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야말로 폭발적인 센세이션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거겠지.”
“마, 교사는 이래야 한다, 사회적 잣대가 거기에 개입하게 되면 이야기는 그걸로 파멸로 가는 거지. 나락, 낙인, 낙오! 3락(落)에 떨어지는 건, 시간문제인 거지.”
“학생과의 스캔들보다 더한 파문이 일어나는 거지. 그렇다고 학생과의 스캔들이 낫다는 건 아냐.”
“학생과의 스캔들 속에서도 미혼 선생님과 학생과의 관계는 좀 나은 편이라는 거지.”
“하지만 기혼은 또한 3락(落)에 떨어지기는 마찬가지인 건 말할 것도 없지.”
“마, 아무튼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고 하지만 교사와 교사, 학생과 교사 사이에는 사랑이 싹트지 않는 게 가장 현명한,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나는 봐.”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하지만 누구도 악의는 없어 보였다. 걱정의 눈빛이 오갔다. 누군가의 목숨을 끊게 할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은 폭발력을 지닌 도덕성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진지한 분위기, 다른 집단에게 이야기 하고 싶지 않은 학교 내부의 문제를 벗어나고 싶었는지 주당파 선귀한이 나섰다. 술이 얼큰하게 올라온 선귀한은 처음처럼 한 잔을 입에 털어 넣고 안주는 오뎅 국물로 대신하고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하잖아? 내가 요즘 고민에 빠졌는데 표절과 패러디의 차이가 있기는 한 건가? 그리고 교정과 대필은 어떤 기준을 두고 있는 걸까? 인용도 마찬가지야. 무단 전제 및 복제를 금한다고 하는데, 평론가들은 작품 구석구석을 인용하면서 이야기 구조를 완성해 가는데 이건 문제가 안 되나?”
“마, 얼마 전에 장정일 씨의 장편소설 [구월의 이틀]을 읽었는데 류시화 시인의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에 있는 동명의 시를 모티브로 진정한 보수주의자인 주인공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대. 그러면서 우연히 장정일 씨가 류시화 시인을 만나서 물었대. 제목으로 써도 되겠냐구? 그랬더니, 그게 내 건가? 반문하더래. 이해의 문제같아!”
“하지만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가 공전의 히트를 쳤을 때 기억 나? 연극 [이(爾)]의 원작자가 자기 작품을 허락 없이 인용했다고 상영 정지 가처분 소송 냈던 거?”
“그래, 그랬지. 나도 교지 만들다가 박광수 씨의 [광수 생각]을 인용하려고 출판사에 전화했더니, 박광수 사무실에 연락하라는 거야. 그래서 사무실에 전화했더니 원래는 편당 500만원인데 비영리이고 학교인 걸 감안해서 200만원만 내라는 거야. 그때 교지 이천 권 내는데 예산이 삼백만원이야. 배보다 배꼽이 더 커서 포기했어.”
“마, 아마 박광수 씨가 알았더라면 허락했을 거야. 그래서 저작권이 무서운 거야. 누군가의 소중한 밥벌이가 되는 거니까?”
“그러니까 히트를 치지만 않는다면 크게 문제 될 건 없다는 건가? 하지만 사람 사는 일이란 게 아무도 모른다는 게 문제인 거야. 소설에서만 잃어버린 동생이 갑자기 나타나는 게 아냐. 사람들 사이에 여섯 명 정도만 거치면 모두가 다 아는 사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어서 모두들 놀랬던 게 언제야? 정보화시대의 장점이자 단점이야. 익명성(匿名性)이 발을 디딜 곳이 없다고.”
“익명서의 부재? 정보로부터 자유로운 듯하지만 정보에게 항상 구속될 수 있다는 거 아닐까?”
“사이월드의 일촌이라는 게 그런 익명성의 구속을 의미하잖아? 비공개, 일촌 공개, 전체 공개! 몇 사람만 거치면 모두가 공유되는 공개의 장. 도토리만 주고받는 게 아니라 밝히고 싶지 않은 정보까지 공유해야하는 탈자유, 구속의 정보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거지.”
역시 술이 얼큰해진 좌요섭이 한 마디 거들면서 끼어들었다. 이제 서서히 주당파들이 술기운을 빌어 이야기를 좀 더 구체적이고도, 날선 칼날을 달고 달리게 하고 있었다. 주당파 좌요섭이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한 마디로 무서운 세상이구나.”
“마, 무서운 세상이지. 그런 면에서는 학생들은 아직은 순수한 것같아.”
“어째서?”
“마, 씨들도 많이 겪었겠지만 백일장이라는 거 사실 주제는 뻔 하잖아? 학교와 5월하면 생각나는 거 거의 매번 같은 주제라서 미리 준비할 수 있다는 거 말이야. 미리 준비하는 건 좋은데 아예 거의 베끼기도 하잖아. 유명한 작품이야 지식 검색 몇 번이면 확인되지만 그렇지 않은 작품은,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다는 거, 속상하지? 문제는 대필한 경우인데, 대필한 녀석은 입상을 못하거나 하위권에 입상을 해요, 꼭. 그런데 대필을 받은 녀석이 대상이나 금상을 받는다는 거야. 가만히 있으면 되는데, 꼭 아이들 보는데서 자신 있게 물어봐요, 나름대로 익명성을 들이 대면서! 선생님, 대상 받은 애 작품이 누가 써 준 거면 어떻게 해요? 대답 대신, 영원히 침묵하라고 하지. 만약에 사실이 밝혀지면 입상이 박탈될 뿐만 아니라 교칙에 의거해 둘 다 중벌을 면치 못할 거라고 하지.”
“그러면 그걸로 끝이 나는 거야? 여론 몰이라고 할 텐데?”
“마! 가만히 있지 못하게 조용히 특별실로 불러, 그 학생을. 그리고는 다 안다는 듯이 이야기 하지. 네가 대필해준 학생이 누군지도 안다. 왜냐하면 대상이라고 이야기 했으니까? 참 단순한 학생에 단순한 국어선생이지. 그리고는 이야기한다. 어떻게 할까? 조용히 동상 받고 넘어갈까, 아니면 대상과 동상을 교칙에 의거해서 처벌하고 새로 심사할까?”
“그러면 학생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조용히 교실로 돌아가겠네.”
“마, 조용히 웃으면서 한 번 비수를 꽂는 일, 확실한 매조지를 잊어서는 안 되겠지? 무덤까지 가져가는 게 좋을 거야. 이 이야기는 우리 세 사람밖에 모르는 일이니까? 입단속 잘하셔! 하고 말이야.”
“무섭다. 하지만 그런 일은 사실 수행평가 때 더 많이 발생하지 않나? 아무리 검색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교묘하게 빠져 나가는 머리 좋은 녀석들은 정말 얄밉지.”
“마, 그래서 최근에는 아예 수행 평가를 예고하지 않고 수업 시간에 실시하잖아. 시간 차이가 발생하지만 미리 준비한 원고를 꺼내는 것은 철저히 통제하잖아.”
“그래도 학급 수가 많으니까 철저히 준비하는 녀석은 어떻게 해 볼 수가 없어. 그건 그들의 노작(勞作)으로 인정하는 수밖에.”
“맞아, 인터넷 혁명 덕에 정말 웃지 못 할 일도 많이 일어난다고. 표절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아니라고 봐!”
“그래, 얼마 전에 선배 교사에게 들은 이야긴데 어떤 학생이 대통령상을 받았대. 당연히 학교에서는 경사가 났다며 현수막 걸고 과하게 홍보까지 했는데, 문제가 생긴 거야. 교장선생님이 교지에, 지역신문에, 여기저기에 홍보차원 차 싣자고 하더래. 그래서 그 선배가 주최 측에 연락을 해서 원고를 받아보고 싶다고 했대. 팩스로 받은 원고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대. 인터넷에 올라온 중2학생 글을 80%이상 퍼서 개작한 거야. 문맥이나 구성은 거의 90%이상 같아서 표절로 밖에 볼 수 없었다는 거야. 그래서 주최 측에 책자로 발간하느냐고 의뢰했더니 발간할 계획이 없다고 해서 그 선배가 하루 밤 새워서 완전히 다른 글로 다듬었다는 거야.”
“마, 어떤 내용인데? 그걸 그대로 퍼다 썼을까? 국가보훈처나 독립기념관, 아니면 전쟁기념관 주최라면 주제가 거의 비슷하잖아. 국립서울현충원도 마찬가지이겠고, 그랬으면 다분히 획일적인 글이 인터넷에 돌아다녔을 테고.”
“귀신이네. 맞아, 그 중 한 곳에서 주관한 행사였대. 그러니 미리 준비해서 가져갔겠지. 아무튼 그 노력에 박수를 치면서, 획일적인 잣대로 대회를 몰아갈 수 있는 분들에게는 경종을 울릴 수 있는 기회였는데 안타까울 뿐이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한 마디로 창조성이 배제된 획일적인 글쓰기, 이제는 좀 멈췄으면 좋겠다.”
“밤 새웠다는 그 선배, 대단하다. 씨의 ‘배수구 쓸던 노인’도 그렇게 행정자치부로부터 배척당했으니 동병상련(同病相憐)이네.”
“백일장이야 즉석에서 글을 써야 하니까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지만 공모는 대필의 유혹을 물리칠 수 없잖아. 내 자식 내가 챙긴다는 선의의 의도로 글을 거의 대필에 가깝게 고쳐주는 것도 죄 아닐까? 사실 나는 작문은 못 해서 그럴 수도 없지만 아까 언급했던 선배는 거의 프로 수준의 작문 실력이라 능력 있는 제자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고 소문이 자자해. 그래서 인지 그 선배가 담당하는 문예반 학생들 대부분이 전국 규모 글짓기 대회에서 여러 차례 입상하고는 해. 그래서 문예반은 항상 만원이야. 아마도 작문 평가까지 해서 받을 정도래. 한 학년에 12명씩이 정원이라니까, 경쟁률은 최소 10대 1 이상이래. 개중에는 작문보다 수시를 겨냥한 꾼들도 있다고 하니까, 부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
“마, 내가 생각하기에는 꾼들의 유혹도 많을 거야. 아니면 전문적인 글쟁이 학생이 입상을 하고 어떤 대가를 받고 입상자를 바꾸는 경우도 있대. 학생 때부터 인세(印稅)를 받는 거지. 문예 교사가 개입하기 보다는 행정실 쪽에서 학부모와 학부모 사이를 연결한다고 하지, 아마. 학교에서 전화 한 통화 하면 주최 측에서는 아, 그러세요? 하면서 이름을 바꾸어 준대. 여기서도 대가가 오갈 수도 있지. 아무튼 이런 얘길 하면 머리만 아파. 이렇게까지 해서 제자를 구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영혼을 파는 것같아 씁쓸해.”
“그래서 학교 얘기는 하지 말자고 했잖아.”
“매번 결심하면 뭐해. 영화, 소설, 시, 뮤지컬에 연극까지, 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이야기로 주제를 몰아가도 결국 교육 문제로 귀결 되는 걸. 아마도 직업병이라고 봐.”
마지막까지 열심히 들어주는데 열중하던 비음주파 추재혁이 맥주잔을 들고 일어섰다.
“자, 술이나 마시고 그만 일어나자. 벌써 자정이 넘었어. 하루가 지나고 또 다른 하루가 왔다고.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어제였다잖아. 자, 우리의 죽어간 어제를 위해 진달래!”
“진달래!”
“진달래!”
“진달래!”
“진달래!”
“진달래!”
진실하고 달콤한 내일을 위하여! 우리들의 수다는 그렇게 새로운 오늘을 맞이하고 있었다. 오늘 그들은 무거운 걸음을 뒤로 하고 가벼운 걸음으로 다음 번 모임을 기대하면서 헤어질 것이다. 대나무 숲으로서의 그들의 수다를 기다리면서 오늘은 푸른 웃음으로 아이들을 만나러 학교로 푸른 걸음을 옮길 것이다. 그들의 수다는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