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스토리텔링동아리

'한산, 용의 출현'-명량 리턴즈

madangsoi 2022. 7. 27. 13:15

'한산, 용의 출현'-명량 리턴즈



김한민 감독의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을 2022년 7월 27일 수요일에 조조 2회차로 숨죽이게 보았다. 학생들과 보고 싶었으나 여름방학 중에 가족여행 스케줄 때문에 가족과 보려고 계획을 변경했다. 하지만 개봉 이틀 전 중3 아들이 코로나에 확진되었다. 아내와 보려했으나 코드가 달라서 혼자 보았다. 8년 전, 2014년 여름방학에 중3 제자들과 방과후학교 수업과 연계해 보았을 때와 느낌이 달랐다. 기대와 실망의 비례가 다가왔다.
'한산, 용의 출현'-명량 리턴즈라고 명명해 보았다. 웅치에서 전주성과 전라좌수영을 지켜낸 항왜 준사의 물음에 이순신 장군은 답한다.
"의와 불의의 싸움이다."
악역이자 해학의 인물 원균은 애처롭다.
"바다 위에 성이라니! 가당치도 않네!!"
오키쟈카, 변요한은 그동안 이순신 장군 상대 배역 중 가장 사무라이답다. 하여 국뽕을 즐기는 나는 명량의 류승룡이 그리웠다.
"학이 날개도 못 펴고, 결국엔 잡아먹히는구나."
이억기 역의 공명은 원균의 정반대편에서 이순신을 지원한다.
"지금 우리에겐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하다."

결말을 알고 있는 역사명화는 국뽕이 최고다. 허나 김한민 감독은 '한산, 용의 출현'-명량 리턴즈를 마다하지 않았다. 1부 이순신, 최민식이 보고 싶지만 2부 이순신, 박해일에게도 기회를 주고 싶다. 한 번, 아니 5~6번을 시간 내서 볼 작정이다.

오늘은 코로나에 걸린 중3 아들 때문일까? 내 몸이 평소같지 않다. 허여 감정의 기복이 심했을터 정상적일 때 다시 보기로 했다.

https://mds9233.tistory.com/m/79



토요방과후학교 스토리텔링반으로 자기소개서 좀 잘 써보자고 만났던 우리는 어느 날 책을 쓰는 동아리가 되었다. 교육부가 주관하고 서울특별시 교육청을 포함한 각 시도 교육청이 함께 한 ‘2014 학생 인문 책쓰기 동아리’ 공모에 우리 동아리가 선정되었다. 200만원의 지원을 받았고 선생님은 7월 23일 대전광역시에 있는 KT연수원에 출장 겸 연수를 떠나셨다. 그날은 여름방학이 시작된 날이었고 우리들은 3기 방과후학교 첫 수업을 들었다. 16장을 모아찍기로 인쇄한 프인트물이 나누어졌고 우리들은 부담 백배의 ‘2014 학생 인문 책쓰기 동아리’가 되었다. 선생님은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책을 만드는 것이라서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스토리텔링반에 모인 17명의 우리들은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미 시작한 일이라 일단 선생님의 지시대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요리 만들어 주기 위한 레시피를 작문해야 했다. 쉽다고 했다. 그런데 쉽지 않은 일이었다. 2학년 겨울방학부터 빙하기에 살아남는 방법, 자기 소개하는 일기, 한우불고기버거와 호주청정우불고기버거처럼 김치스파이시치킨버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열린 시각 가지기, 자신이 부모가 되었을 때 아이의 재롱잔치에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아이를 설득할 수 있는 편지 쓰기 등의 글짓기로 어느 정도 수준에 올랐다고 생각을 했지만 우리들의 글이 활자화되어 장편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된다고 생각하니 정말 글이 변비에 걸린 거미처럼 집짓기를 위한 거미줄을 재생해내지 못하게 되는 신비로운 경험이 시작되었다.

대전광역시에서 선생님은 대구광역시 교육청의 ‘인문 책쓰기 프로젝트’에 대한 강의를 듣고는 우리의 계획대로 하면 된다고 하시면서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면서 2014년 7월 30일 1,800만 관객을 모아 공전의 히트를 친 최민식, 류승룡 주연의 영화 [명량(鳴梁)] 관람을 추진하였다.
영화 [명량]을 보면서 우리들은 2014년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경제적 어려움이란 국난(國難)을 이겨낼 수 있는 시대적 리더십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선생님은 영화 [명량]을 다섯 번이나 보셨다고 한다. 우리랑 한 번, 사모님과 한 번, 딸아들과 한 번, 장인장모님과 한 번, 그리고 혼자서 한 번. 볼 때마다 각각의 인물의 입장에서 감상했다고 했다. 이순신 장군 역의 최민식, 왜장(倭將) 쿠루시마 역의 류승룡, 권율 장군 역의 이회, 조선 제일의 탐망꾼 임준영 역의 진구, 거제 현령 안위 역의 이승준의 눈으로 바라보는 영화는 볼 때마다 다른 느낌, 다른 감동이었다고 했다. 결국 우리 17명의 시각은 다를 수밖에 없고, 그래서 자신만의 색깔로 각자 20페이지 분량으로 각자의 글을 쓰자고 하였다. 진로와 관련될 수밖에 없지만 다양한 장르, 수필과 소설부터 시나리오까지 모두가 가능하다고 했다.
1번이 ‘영화 [명량(鳴梁)]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데 줄이 12줄이야. 이유 알지? 그래 이순신 장군이 명량에서 12척의 배로 적선 300여척을 물리친 데서 가져온 12줄이야. 기가 막히지!
3번은 ‘영화 [명량(鳴梁)]의 결말에 대해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서술하시오.(1200자 내외)’야. 당연히 12척에서 온 1,200내외로 서술하래. 정말 가져다 붙이는데 선수인 선생님에 대한 존경보다는 안쓰러움이 있었는데 점점 내가, 우리가 닮아가는 거야. 신기했지. 또 섬뜩하기까지 했어. 언어유희(言語遊戱), 말장난의 역사가 시작된 거지.
4번은, ‘메인 포스터 속 인물들의 멘트 패러디 해보기!’였다. 극의 전개를 위해, 결말을 치닫기 위한 명대사가 많았던 [명량]은 상당히 문학적인 멘트들로 가득해서 한 동안 입에 빙빙 돌았고 여러 사람들의 입에서 패러디 되었다. KBS2 텔레비전의 개그콘서트 렛잇비 코너에서 ‘전하 아직 신에게는 12개의 업무 남아있사옵니다!’라는 유명한 패러디를 남기기도 했을 만큼 1,800만을 넘어서는 신기원을 달성하기에 충분한 시간과 시대, 공간과 세대를 아우르는 수작이었다고 많은 이들이 공감하였다.

5번은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김현록 기자가 작성하고 배포한 ‘또 다른 이야기 : 3부작에 대한 논의’로 영화 [명량]을 기획, 제작한 김한민 감독에 대한 인터뷰였다. ‘[명량] 김한민 감독 영웅-인간 이순신 사이의 줄타기(인터뷰)’라는 제목의, 영화 ‘명량’의 김한민 감독 인터뷰였다.

“배경이 된 장소 때문에 올해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 때문에 위축됐을 법도 하다.”

“세월호 이야기가 나올 줄 예상했다. 안타깝고 불편하지만 그 이야기를 굳이 피해가고 싶지는 않다.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마음고생을 하긴 했다. 자칫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했고, 주위에서도 우려가 컸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오히려 우리 영화가 패닉에 빠지는 대한민국에 힘과 용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힘과 용기가 되고 싶다. 감히 그럴 수 있다고 확신한다. 무엇보다 이순신 장군의 정신이 다시 재조명되어야 할 시기가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갈등이 심한 우리나라를 위해서도 통합의 아이콘이 등장해야 하고.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자긍심을 강하게 느끼게 하는 인물을 통해 대외적으로도 보다 떳떳해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이순신 붐이 불었으면 좋겠다.”
세월호 대목에 와서 선생님은 말을 하다 순간적으로 멈추었다. 2014년 4월 16일 아침 8시 전후의 뉴스를 듣고 ‘세월호’라는 초대형 선박이 사고가 났으나 전원 구조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하지만 잠시 후 오보였음이 드러났다. 그리고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의 수학여행은 끝이 났다. 단원고 학생들이 아니었다면 어느 학교에선가 당해야 했을 처참한 사고를 다른 사람들보다, 중고등학생들을 자녀로 둔 부모들이 마음이 가장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세월호로 돌아올 예정이었던 다른 학교 학생들이 제주도에서 듣지 말아야할 욕을 먹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고 했다. 너희들 태우러 오느라 무리해서 운항했다가 단원고 애들이 죽었다더라, 라는 소문으로 모두가 힘들어했던 4월과 5월이었다.

사고 3일 전.

4월 13일 일요일, 선생님은 댄스동아리와 마당극반을 대동하고 여의도 KBS로 향하셨다. 전국선생님 노래자랑 예심에 도전하기 위해서였다. 우리는 가수 박상철 씨의 ‘무조건’을 준비하고 코러스에 백댄서, 기록담당까지 21명의 대부대였다. 선생님 주머니에서 그날 점심 값이 지출되었고, 우리는 미안하게 맛있게 치즈가스, 돈가스, 돌솥비빔밥, 모듬김밥, 해물라면, 라볶이, 스파게티, 만두라면과 김밥 등 다양하게 주문을 했다. 선생님의 아들인 신림초등학교 1학년 재혁이는 아빠의 주머니 걱정을 했는지 아니면 정말 먹고 싶었던지 참치김밥에 신라면을 시켰다. 서울 소재 학교들이 제일 나중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여유있게 식사를 마쳤고 선생님의 세종특별자치시 은사님이신 전 성남중학교 이광수 교장선생님께서 도착하셨다. 우리에게 간식을 준비해 주셔서 감사히 먹고 예심을 준비했다.
예심번호 97번의 이광수 교장선생님은 구수한 우리 소리로 바로 예심 1차를 통과하신 후였다. 우리는 전체 395팀 중 380번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이광수 선생님과 함께 무대에 서는 조건으로 예심1차를 통과했지만 무대에 오르는 인원을 조정한다는 전제가 붙어서 조금은 풀이 죽었다. 8시가 넘고 예심 2차가 진행되었다. 정말 이건 아마추어가 아니었다. 인기상을 노리는 팀들조차 엄청난 연습을 하고 나왔다는 것은 전문가가 아닌 우리들이 봐도 알 수 있었다.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교훈의 시간이었다. 사람은 겉모습만 봐선 모른다는 사실을 그날 통감했다. 와, 어느 분야에서 최고가 된다는 것은 남다른 선택과 집중이 있어야한다는 산경험을 했기에 본선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후회하지 말자는 다짐과 함께, 우리는 선생님과 이광수 교장선생님과 작별하고 굽은다리역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우리는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댄스동아리와 마당극반은 심기일전 다음 기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결국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4월 20일 일요일 서울교육대학교 대운동장에서의 ‘전국선생님 노래자랑’은 무기한 연기가 아니라, 취소로 결정이 났다는 교총의 메일과 공문이 도착했다고 한다. 물론 5월 11일 일요일 전국노래자랑 방영도 자연스럽게 취소되었지만 우리들에게는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다. 아참, 선생님께서 교육신문에 보낼 거라면서 내게 오탈자를 찾아보라면서 주신 원고가 있어서 실어보았다.

어제 만난 천호중학교 교사입니다, 신청서랑 학생 명단 드렸던^^ 어제 97번인 제 중학교 은사님은 1차에 합격하셨습니다.

저희는 380번, 이미 합격하신 은사님과 함께 ‘무조건’을 수차례 연습하고 무대에 올라서 신나게 불렀죠.

심사위원들이, 학생들이 정말 많아서 코러스를 정리하고 오라며 2차 예심 24번으로 신청하신 이광수 은사님과 함께 나오라고 했죠. 그런데 무조건은 2차 예심에서 못 부르고 학생들 어깨가 처졌습니다.

은사님께서 본선에 진출하시면 저희 학교는 새롭게 노래 선정해서 스토리를 만들라는 거였대요. 은사님은 이삼일 전부터 과로로 심한 감기에 시달렸지만 정신력으로 오디션을 위해 상경, 끝까지 자리를 지키셨죠. 학생들에게 정말 의미있는 은사님의 뜨거운 모습이었죠.

저희 은사님께 인사드리고 기념사진 찍고 헤어졌습니다. 5호선을 타고 귀가하는 아이들과 학부모님께 무사안전귀가 문자를 보냈습니다. 서로 수고했다는 답글과 함께 날아온 문자, 감동이었습니다.

“이광수 스승님께 끝까지 열심히 하시라고, 존경한다고 전해주세요^^”

순간 졸음에 겨워 KBS 신관 라디오홀을 저와 함께 지키던 제 아들 녀석의 졸음에 겨운 모습과 맞물려 코끝이 찡하더니, 무언가가 흐르기 시작했어요^^;

힘겨웠지만 보람찬 전국선생님 노래자랑 예심이었습니다. 제가 스승이란 게 자랑스러웠던 건, 제 은사님의 열정과 비전 덕이었습니다.

“젊은 교사들에게 이렇게 말해요. 인생 100세 시대인데 60 안팎에 은퇴하면 남은 40년, 인생 어떻게 지낼 거냐고? 평생할 만한 취미나 특기 한두 가지 있어야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을 지키는 거지. 그래서 나는 돈보다 정선 아리랑이 더 좋아! 이렇게 말합니다. 허허허!”

장구로 ‘노들강변’을 취미로 배웠다는 363번 선생님께 이광수 교장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여운처럼 가슴에 소용돌이치고 있었습니다.

우리들의 수학여행은 그렇게 진도 앞바다에서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조선수군 판옥선의 함포사격에 침몰한 일본의 안택선처럼 허무하게 사라졌다. 5월 19일은 독도과거대회, 5월 20일은 진로영화감상, 그리고 5월 21일은 거북이 마라톤 걷기 대회가 수학여행 대체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모두들 속으로 부당함을 토로했지만 겉으로는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삼품백화점 붕괴 사고와 성수대교 참사가 있었던 1994년으로부터 꼭 20년 지난 2014년 4월 16일이었다. 우리 반은 종례구호로 거의 날마다 ‘수학여행’을 외쳤다. 간절함은 결국 이루어진다는 언어의 힘을 믿어보자고 선생님이 제안하였다. 선생님의 ‘수학’ 선창에 우리들은 모두 ‘여행’을 외치는 것으로 우리들의 종례가 끝이 나는 것이다.

우리들의 수학여행은 그렇게 진도 앞바다에서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조선수군 판옥선의 함포사격에 침몰한 일본의 안택선처럼 허무하게 사라졌다. 5월 19일은 독도과거대회, 5월 20일은 진로영화감상, 그리고 5월 21일은 거북이 마라톤 걷기 대회가 수학여행 대체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모두들 속으로 부당함을 토로했지만 겉으로는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삼품백화점 붕괴 사고와 성수대교 참사가 있었던 1994년으로부터 꼭 20년 지난 2014년 4월 16일이었다. 우리 반은 종례구호로 거의 날마다 ‘수학여행’을 외쳤다. 간절함은 결국 이루어진다는 언어의 힘을 믿어보자고 선생님이 제안하였다. 선생님의 ‘수학’ 선창에 우리들은 모두 ‘여행’을 외치는 것으로 우리들의 종례가 끝이 나는 것이다.

이어서 6번 듣고 싶은 이야기, 7번 말하고 싶은 이야기, 8번 읽고 싶은 이야기, 9번 쓰고 싶은 이야기, 10번 자기 이야기1, 11번 자기 이야기2, 그리고 마지막으로 12번은 메모란이었다. 결국 12척의 배와 연관시키는 것으로 선생님의 [명량] 대분석 수업은 소중한 여름방학을 힘들게 만들고 있었지만 왠지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명량(鳴梁), 그 맹랑한 감동의 스토리를 명랑한 텔링으로!’ 라는 머리말이 각 페이지를 장식했다.

김서진이 가운데에 있네. 정말 열심히 하는 모습은 부럽기까지 했었지. 공부에, 작문에, 그림에 못하는 게 없는 이 친구. 스토리텔링반 1년 마감하는 순간, 중학교 3학년을 마무리하는 그 때 자신의 진로를 웹디자이너에서 콘텐츠개발자로 바꿨어. 그녀는 꿈을 이루었다고 한다. 어떤 콘텐츠를 개발했을까?

최유리의 이미지 맵과 김서진의 만평이네. 일본어로 뭐라고 썼다고 했더라. “이순신, 너는 내가 잡는다.” 쿠루시마의 명대사였지. 그런데 영화 [명량]에서 유일한 희극배우가 카리스마 넘치고 야성적인 왜장 쿠루시마였으니 일본인들이 좋아할 수 없는 영화가 바로 [명량]이었지. 미국에서도 성공을 거두었지만 유일하게 일본에서 실패했었지!

권세아의 작품이 나란히 있네, 역시 스토리텔링반의 양대산맥 중 한 사람이라 빛이 난다. 안 그래, 최유리!

세아는 마당극반에서도 에이스였고 스토리텔링반에서도 에이스였지. 2학년 때는 밴드반까지 했었잖아.

세아는 그럼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건가?

아마도……

이번에는 종환이 작품이다. 역시 섬세해. 근데 정말 덩치는 커다란 친구가 정말 아담하게 그렸다.

원래 종환이가 바른 생활사나이였잖아. 우리들이 조금만 삐딱하게 보면 재수가 없어 보이는 그런 모범생이었지.

그렇게 말하면 지선이는 창의적 체험활동과 행동발달상황 가산점 각 학년 최대로 2점씩 6점을 받은 성실맨이었다고.

와! 이희석과 김승수의 조합이다. 왜 선생님이 얘들을 함께 두셨을까?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기 때문이지. 희석이 그림이 복잡하지만 단순하고, 승수의 그림은 단순화시켰지만 동서양의 조화가 묻어나잖아. 그리고 승수의 환타지와 희석이의 환타지는 쌍벽을 이루었었지, 아마!

그래서 둘의 작품을 함께 배열해 놓은 거네.

대박! 이 두 작품은 뭐냐? 왼쪽 건 이름도 없어.

나야 항상 스토리텔링반을 먹이기 위해 밖으로 돌았으니 그렇다 치고, 왼쪽 애는 누구야? 역시!

딱 봐도 알겠다. 총학생회장 정정혁 작품이네. 뮤지컬 [페임] 때문에 30분 일찍 와서 하기도 하고 어느 날은 안 오거나 못 오기도 했지. 그러니 완성된 작품이 없지.

부총학생회장 허은영과 선도부 김선우 작품이네.

태양을 의인화하고 조선 수군의 판옥선은 향대과장, 일본의 안택선을 향소과장한 걸 보면 허은영답다. 김선우는 섬세하게 잘 그렸네. 쟤가 그림 좀 배우다 말았다. 딱 그 느낌.

근데 정정혁! 그때 총동창회가 후원한 뮤지컬 [페임]에서 결국 중도 포기했지. 그래도 공연 때마다 남아서 [페임] 응원한 건 댄스동아리 남녀랑 페임 중도포기한 애들이었지. 인성 짱!

와, 우리 유리 작품과 선우 작품을 배경으로 놓고 배치된 이 작품은 신종플루 거네. 색상과 어휘의 배치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섬세하고 아담해서 눈에 확 띠네.

종민이도 마당극 [드림하이] 하다가 집에서 하는 편의점 금요일, 토요일 알바 때문에 자의 반, 타의 반 그만 두었지. 그런데 천호예술제 때 제일 호응을 많이 해주었지. 개그콘서트 [황해] 패러디 때부터 각별한 사이였으니까!

다 모아놓고 보니까 또 다른 맛이 난다. 개인보다 동아리가 우리들을 성장하게 해주는 것같아. 혼자서 하는 일은 한 길밖에 모르잖아. 하지만 스토리텔링반은 전교 1등부터 꼴찌까지 다 있다 보니까 서로 배우고, 서로 이해하고 좋았지.

특히 먹을 때는 공부하고는 아무 상관없었지. 영화 [웰컴투 동막골]의 촌장처럼 뭘 좀 많이 먹이면, 국민들은 예절과 배려, 소통과 경청을 하게 된다는 말씀을 하려고 하시나!

17명의 [타임캡슐] 표지 디자인을 한데 모아놨네!

각자의 개성이 넘쳐난다. 두 명이 또 없네, 누굴까?

특히 정연재 것 좀 봐봐봐! 16세 소년의 이성에 대한 탐닉이 묻어난다. 저기 보이는 쉼표들이 난자를 향한 정자들의 본능이라고 표현한 거야.

어떻게 알았어?

선생님이 그림 보고 해석하니까 연재가 맞다고 했었잖아. 암튼 연재는 모범생이면서도 자주 강전 대상자들이랑도 함께 잘 어울렸지. 걔들이랑 교류한다는 건 문제아가 아니라 그만큼 교우관계가 좋고, 성격이 모나지 않다는 증거가 될 거야. 정치가나 아나운서가 잘 어울릴 거야.

- 임흥수, 천호중학교 스토리텔링반 성장장편소설 '타임캡슐2044', 1. 성훈이랑 유리랑 타임캡슐 개봉